2022 여름. 가을
순리에 깜깜한 나를 확인하는 시간.
가을에 먹을 상추와 시금치 씨를 뿌렸다. 분명 엄청 잘 난다고 텃밭 주인아주머니에게 산 씨인데. 2주가 지나도 깜깜무소식. 그 사이 태풍이 지나가고 비도 꽤 오고 갔다. 포도밭 수확으로 바쁜 나는 와보지 못한 채 상추 솎아 먹을 생각에만 벅차 있었다. 그런데 기미도 없이, 이럴 수가 있나. 씨가 몽땅 비에 쓸려내려갔나 보다 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럴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곤 같은 자리에 갓 씨를 새로 뿌렸다. 이후에 늘 텃밭 지식을 전수해주시는 이웃 프로텃밭러에게 여쭤보니 지금 상추씨는 늦단다. 그리고 깊이 심어졌을 거란다. 여름의 성장세가 익숙해져버린 나는 지금이 가을문턱임을 놓쳤다. 기다려야 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