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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품 Dec 06. 2022

사랑영화 에에올

22.11.29


이건 사랑 영화입니다. 올해 내가 본 많든 적든, 어떤 형식이든 영화라는 것을 통틀어 아무튼 나에게 올해의 영화는 단연 이것입니다. 양자경 배우 주연의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앳 원스> 포스터부터가 뭐 이렇게 기이하고 예상이 안 되냐 싶은데 본 사람들은 칭찬일색이니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를 연말에 만나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엔딩 크레디트가 흐를 땐 핸드폰을 꺼내 남편에게 망설임 없이 문자를 보냈습니다.

"오빠 사랑해(하트)(하트)(하트)!!"




그렇습니다. 보고 나니 이 영화는 어떤 사랑 영화보다 짙은 사랑 영화였습니다. 어이없어 웃고 재밌어 웃고 기가 차서 웃다가 그만 놓치고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이 시대의 정곡을 정확하게 찔러주었습니다. 이 얼마나 비현실스런 영화인가 싶더니 진심 현타가 오고 말았습니다. 말도 안 되는 영화적 상상력으로 어떤 형식보다 말이 되는 현실을 군더더기 없이 눈앞에 그려주던지. 뻐근한 마음에도 부끄러움 같은 것이 들어 눈물조차 나지 않았습니다. 두 개의 눈을 뜨고 다니면서 뭘 보고 살아있는가 싶었습니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블랙 베이글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베이글을 버려치우기보다 먹어치우려 하는 것 같습니다. 일종의 자폭 같은. 그런데 누구나 그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린 다정함을 잃지 말아야겠습니다. 더 적당한 표현이 뭐가 있을까 영화 끝에서부터 내내 고민되었지만 영화 속 대사이기도 했던 다정함이 제일 손에 잡히는 말이었습니다. 다정함이 너무 나약한 말 같나요, 우린 소소한 행복에 산다는 걸 상기해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됩니다. 나는 나의 눈이 제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에 그러지 않길 바라고 바랍니다. 함께 그럴 수 있다면 하는 게 사실 하고 싶은 말이긴 합니다. 혼자 다정하면 무슨 소용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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