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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품 Apr 11. 2023

00 언니에게

/ 손편지 /

23.04.10


00 언니, 이렇게 편지로 만나게 되어 반가워요.

저는 페북 프로필 사진으로 언니 얼굴을 알지만, 제 얼굴은 언니가 모르시겠어요. 그렇지만 저 또한 언니를 직접 만난 적이 없으니 저에게는 언니얼굴을 안다하기에는 모자람이 있는 듯 느껴져요. 편지라는 걸 써본지가 있기는 한가 싶을 정도라 어색함과 설렘이 공존하는데, 이렇게 호칭부터 튼 우리 둘 사이의 희한함만큼 재밌는 인연이 저는 처음이라 어떤 마음도 좋아요.


언니와는 수년동안 몇 번의 물물교환이 있었지만 역시나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 언니에 대한 느낌을 품고 적당한 거리감으로 관계했던 것 같아요. 언니의 그룹에 대한 진심과 수고는 모르려야 모를 수 없어서 그런 모습으로, 그리고 00님이라 호칭하는 만큼의 적당한 거리와 예의로 말이에요.


그런데 너무 재밌게도 언니와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미경언니'에서 '미경아'가 튀어나오는 순간 '아 이럴 수도 있구나' '관계는 참으로 재밌구나' 언니를 아주 모르지는 않았기에 오는 편안함이었는지 모르겠어요. 희한할 정도로 '미경아'에 그 적당한 거리가 좁혀지는 게 신기했지 뭐예요.


지난달 제 생일을 맞아 보내주신 언니의 마음들은 정말 감사했어요. 아주 오랜만에 생일날이 참 다채로웠어요. 꽃 상자를 여는 순간 코를 후비는 향기에 얼마나 기분이 들뜨던지. 언니의 봄의 시는 제가 종종 꺼내 읽어요. 봄이 잖아요. 다시 한번 감사해요.


저는 오래전부터 무얼 보내드릴까 행복한 고민을 이따금 했어요. 저는 손으로 만들어 먹는 걸 참 좋아해요. 직접 만들어 나누어 먹는 걸 행복하다 여겨요. 그래서 으레 무얼 만들어 보내드릴까 생각했어요. 그러다 봄이 오면서 작년에 담가둔 하귤청을 넣고 쿠키를 구었는데 제 입에 참 좋았어요. 쿠키를 구워야겠다, 그때 생각하면서 몇 번 레시피를 바꿔 구워보며 유제품이 들지 않은 레시피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냉이가 나오면서 냉이페스토를 만들어 파스타를 먹고는 언니에게 맛 보여 드리고 싶다 했어요. 그래서 다시 만들어 레시피를 보완하고 맘에 드는 냉이페스토 만들었죠. 그런데 지난 주말에 시장을 가니 이제 냉이철이 끝나 어디에도 없더라고요. 그 자리를 두릅과 명이 등이 새로 채워졌어요. 그래서 아쉽지만 냉이페스토는 내년에 맛 보여드리고 각종 버섯을 넣은 버섯페스토를 만들었어요. 파스타를 해 드셔도 좋고 구운 빵에 발라 드셔도 좋아요. 물론 언니 입맛에 맞아야 하는 숙제도 있지만요. ㅎㅎㅎ


쿠키는 앉은뱅이밀과 국산귀리가루를 베이스로 만들었어요. 작년 봄과 여름사이에 담아둔 하귤청으로 만든 새콤달콤한 하귤쿠키. 만들어 놓으니 오며 가며 입이 심심할 때 집어먹으니 저는 괜찮았는데, 언니에게는 어떨지 두근두근해요.


그리고 그래놀라는 같이 사는 식구가 잘 먹어 떨어지지 않게 굽고 있어요. 저도 먹기 좋아서 언니에게 보내고 싶었어요. 요구르트 위에 올려드셔도 좋고 그냥 과자처럼 드셔도 좋아요. 호두, 아몬드, 국산귀리, 국산 구운곡물, 꿀을 넣어 만들었어요.


버섯페스토는 3종류 버섯, 캐슈너트등을 넣어 만들었어요. 파스타면이 익는 동안 버섯페스토를 숟가락으로 밥숟가락 2-3번 듬뿍 퍼서 팬에 넣고 면수를 2-3국자정도 넣어 뭉친 페스토를 풀어주세요. 그리고 바로 익은 파스타를 넣고 휘적휘적. (이때 바로 불 끄기) 모자란 간은 소금으로. 그리고 올리브오일과 후추로 마무리해 보시면 어떨까 싶어요.


00 언니, 즐거운 마음으로 만들어 보내드려요. 받고, 드시고 언니에게도 조금이나마 그렇길 바라는 마음예요.

언니 진심으로 생일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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