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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밀품 May 08. 2023

배우와 배우가

23.04.27



근래 도서관에 갔다가 김신록 배우의 책 <배우와 배우가>를 발견했다. 김신록 배우는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재벌집딸로 역할을 하면서 눈에 익혀두었다. 그리고는 특별히 기억에 두질 않았는데 이후에 어느 자동차광고에서 살짝 짧은 윗옷덕에 드러나는 복근 때문에 배우를 기억하게 되었다.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광고만 보면 그녀의 복근은 지나치기 쉬운 정도의 노출이었기 때문에 나에게 더 선명히 눈에 들어왔다. 눈매 때문인지 강한 마스크를 가졌고 배역 때문인지 호불호 가운데 굳이 말하자면 불호에 아주 조금 가까웠던 것 같은데, 광고를 보며 호감도는 적극 호로 기울어져버렸다. 광고를 볼 때마다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자기 관리를 정말 열심히 하는 배우구나'




그러다가 도서관에서 그녀가 인터뷰어가 되어 발간된 책을 찾은 거다. 인터뷰이들은 모두 현업의 배우이거나 극과 관련된 창의적인 작업을 업으로 하고 있었다. 김신록 배우의 책이라는 것만으로도 집어올 수밖에 없는 책이었지만 내가 속깊이 묻어둔 꿈같은 것(?) 때문이기도 했다. 아주 오래되고 눅진하고 진액만 남아 가라앉고 가라앉은 그런 나의 꿈이다, 배우. 




고등학교시절 연극부 활동을 했다. 지금 기억해 보자면 십 대의 울고 웃는 온갖 감성을 끌어내고 맛보았던 이유는 공부도 입시도 아니고 바로 연극부활동이었다. 영원할 것만 같던 동아리친구들과의 연은 이미 오래전에 다했지만 대학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며 미래의 걱정과 현재의 갑갑함이 생계형 직장인의 어깨를 짓누를수록 연극을 하고 싶었다. 해소하고 싶은 마음들이 있었다. 그 마음들은 그 당시의 현재에만 기인한 것은 아니었다. 




나이를 먹고 사회인이 되어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고 내 인생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 서게 되는 나이가 될수록 나는 더 복잡해졌다. 태어나 보내온 모든 시절과 시간의 합이 내가 되어 발현되는 시기가 시작되었다. 대부분은 힘든 것들이었다. 극을 통해 그 힘든 것들을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가능할 것 같다고 막연히 상상했다. 상상만으로도 정말 일부 해소되는 마음들도 있었다. 




연극부시절 매일같이 선배들과 복식호흡과 발성연습을 했는데 그 때문인지는 확신할 수는 없지만 목청이 크다. (그전부터 컸던 것 같기도 하고) 평소 이 발성법을 사용일은 없지만  일부러 목청을 키워야 할 때는 그때의 발성법으로 소리를 낸다. 나는 크게 소리 지르고 싶었고, 잘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어떤 감정이라도 그렇게 크게 입 밖으로 지르고 내보이고 싶었다. 




지금은 나는 어느 순간을 계기로 다른 방법으로 충분히 나를 내보이며 살았고 살고 있다. 지금의 나는 나의 모든 시간으로 빚어진 나를  20대와 30대처럼 힘들어만 하진 않는다. 나는 40을 넘어 살고 있고, 지금의 나를 충분히 사랑하고 있고, 매일 더 사랑하길 아침마다 기도한다. 40을 넘어 50이 될 때는 어떨까. 예측하고 바라는 대로 살아져서가 아니라 그저 오늘을 잘 살려고 하는 것이다. 오늘 없는 내일이 없는 것이 당연하듯, 오늘 사랑하지 않는 내가 내일 존재하지 않을 것이므로. 




종종 그때처럼 해소하고 싶어 연극을 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지금은 배우로 연극무대에 서고 싶은 마음이 저 아래 있다. 이런 거야 말고 꿈이라고 부르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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