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스트 홀리데이

삶에 지친 그대에게

by 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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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정보

연출: 웨인 왕
각본: 자크 헬름
개봉: 2006.01.13
장르: 코미디, 드라마, 어드벤처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국가: 미국
러닝타임: 112분


수줍음 많은 뉴올리언스의 백화점 주방용품 코너 점원 조지아 버드는 어느 날 자신이 큰 병에 걸려있으며 앞으로 살 날이 몇 주 남지 않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선고를 듣게 된다. 그녀는 꿈에 그리던 유럽의 휴양지로 '마지막 여행'을 결심하는데,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한 그녀는 그곳에서 대담한 모습으로 변신한다. 그런 그녀의 변신은 주위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데...




당신은 어떠한 삶을 살고 있는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영화 <라스트 홀리데이>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생각해 보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2006년에 나온 영화지만, 얼마 전 넷플릭스에 공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시청하게 되었다. <라스트 홀리데이>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다소 코믹한 분위기로 풀어낸다. 박장대소할 장면이 많다기보다는 유쾌함이 은은하게 묻어난다. 개인적으로는 주인공이 시한부 선고를 받는 장면조차 그리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번아웃을 겪고 있거나 현실에 지쳤을 때 해당 작품을 보면 기분 좋은 위로를 받을 수 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조지아 버드는 뉴올리언스에 위치한 백화점 주방용품 코너에서 근무하는 평범한 여성이다. 지역 교회 합창단에서 노래를 할 때도 목소리를 크게 못 낼 정도로 수줍음이 많은 그녀이지만, 속으로는 여러 가지 꿈을 품고 있다. 직접 식당을 차려 자신의 요리를 선보이고 싶어 한다. 그리고 체코 휴양 도시인 카를로비 바리의 포프 호텔에 묵으며 유명 셰프 디디에의 음식을 맛보고 싶어 한다. 또 동료인 숀을 짝사랑하기도 하는데 이런 버킷리스트들을 그저 '가능성의 책'에 기록해 놓을 뿐이다. 이처럼 현실과 꿈 간의 괴리가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가능성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다가도 목적지에 다다르기엔 너무 벅차다는 생각이 들 때면 그 자리에 주저앉게 된다. 그러나 이내 다시 일어나 계속해서 꿈을 꾼다. 이 때문에 조지아의 모습에 더욱 공감이 되었다. 가깝고도 먼 목표를 향해 적극적으로 행동하지는 못하나, 가능성의 책을 꾸밀 때는 누구보다 반짝이는 그녀였다.


그러던 어느 날, 조지아는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다. 앞으로 살 날이 3~4주밖에 남지 않은 상황. 그동안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보지도 못했는데 곧 세상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 큰 좌절감을 느낀다. 심지어 교회 합창단에서 노래를 부르다 돌연 하늘에 대고 왜 하필 자신이냐며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적금, 퇴직금 등의 있는 돈을 다 끌어모아 자신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카를로비 바리의 포프 호텔로 떠난다. 시한부 선고는 소극적이던 조지아를 단번에 바꾸어 놓을 만큼,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버릴 만큼 큰 사건이었다. 좋지 못한 타이밍에 감기 몸살을 앓게 될 때만 해도 '왜 하필 지금인가'라는 생각이 드는데 조지아는 오죽했을까. 큰 병에 걸리면 '나는 하지 말라는 거 다 참으면서 살았는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라는 마음에 자신을 탓하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좌절감에 사로잡혀 있지 않고, 지금이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러 나선 그녀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수줍은 태도는 온 데 간 데 없어지고 무척이나 당당해진 조지아다. 주저 없이 컴플레인을 거는가 하면 공항 택시 줄을 기다리는 대신 헬기를 타고 호텔로 향한다. 이후 예약한 방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곤 가장 비싼 스위트룸으로 변경하기까지 한다. 다른 VIP 손님들은 건강을 생각한다는 명목 하에 디디에 셰프에게 이런저런 요구를 하는 반면 조지아는 모든 요리를 있는 그대로 주문해서 식사한다. 그녀는 그렇게 디디에와 친해짐과 동시에 다른 VIP 손님들의 이목도 집중시켜 버린다. 여기서 주목할 포인트는 조지아가 돈만 펑펑 쓰면서 막무가내로 행동하진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했다. 셰프의 레시피를 존중해 주는 것은 물론 부당한 일을 당하는 이들을 지켜주기도 했다. 스스로를 챙기기도 벅찼을 텐데.. 인간적으로 멋진 사람이었다.


이 때문에 조지아의 정체가 궁금해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왔던 사람들도 점차 그녀에게 스며들게 된다. 단, 크레이건만 빼고 말이다. 크레이건은 조지아가 일했던 백화점의 사장으로, 굉장히 물질주의적인 사람이다. 그는 갑자기 나타나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조지아를 끊임없이 견제한다. 그러다 조지아가 자신의 백화점에서 일하던 영업 직원이었음을 알게 되면서 동료들에게 해당 사실을 폭로한다. 이에 조지아는 자신이 부자라고 속일 의도는 전혀 없었고, 시한부 선고를 받은 후 남은 돈을 다 써버릴 목적으로 이곳에 오게 되었다고 털어놓게 된다. 이 일을 계기로 모두가 크레이건을 등지고 조지아에게로 돌아선다. 조지아의 사연이 주는 힘을 무시할 순 없겠지만, 결국 정의는 승리한다는 이야기가 숨어 있는 게 아닐까. 물질적인 것보다 인간성이 우선되어야 하기 마련이니 말이다. 우리는 삶에서 어떤 요소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가.


다행히도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알고 보니 검사 기계의 결함으로 시한부라는 오진이 내려졌던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조지아는 자신을 찾아온 숀과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 숀과 약혼하여 자신만의 식당을 차리는 데에도 성공한다. 그리고 그 식당에는 디디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오진으로 인해 가능성이 현실로 변하는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어쩌면 오진이 아닌 조지아가 이뤄낸 일일지도 모르겠다. 시한부 선고가 계기가 된 건 맞지만, 그 이후 주체적으로 행동한 것은 조지아 본인이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니까 가능한 일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다소 드라마틱한 이야기라는 데에는 동의하나, <라스트 홀리데이>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용기와 희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자신만의 인생을 꾸려나가 보라는 응원이었다. 스스로의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잠시 쉬어갈 때 영화 <라스트 홀리데이>를 한 번쯤 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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