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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시나물 Dec 08. 2020

[예능 소도리]강형욱 참 대단타!

-'개는 훌륭하다'를 보고-

 잠시 잠깐 TV 본다는 게 프로그램에 빠져 헤어 나오질 못하고 화면만 바라보는 망부석이 되고 말았다. '개는 훌륭하다'. 전원생활을 하는 부부가 셰퍼드, 맬러뮤트, 진돗개를 키우면서 생긴 고민이 오늘의 주제였다. 대형견 세 마리가 자꾸 싸우고 으르렁 거려서 더 공격성이 나타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보호자의 사연이었다. 한적한 시골에서 평화롭게 보이던 개 두 마리의 난데없는 으르렁.

개를 무서워하고 개만 보면 멀찍이 떨어져서 걷는 나라서 동물 프로그램에 그리 관심이 없었는데 자꾸만 화면으로 시선이 갔다.

 


 '개는 훌륭하다'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선 개들의 의사표현을 보호자가 모르면 큰 위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호자가 하는 사소한 행동이 개에게 칭찬인지 벌인지를 명확하게 해 둘 필요가 있었던 거다. 잘못된 행동을 하는데도 반려견을 달래려고 했던 행동이 개에게는 칭찬으로 느껴져 오히려 나쁜 행동을 더 부추기는 꼴이 되었다거나, 낯선 이에게 민감한 셰퍼드의 행동이 사실은 무섭고 긴장해서 라는 것을 보호자는 알아야 했다. 또한 보호자가 두 마리를 함께 앉혀 놓고 간식을 주거나 산책을 하는 행동이 개들에게 경쟁심을 불러일으켜 흥분을 하고 서로 갈등을 만들었다는 점도 놀라웠다. 반려견의 마음을 모른체 달랬을 때 흥분이 가라앉는 것이 보호자가 잘 통제해서가 아니라 개에 의해서 보호자가 지배당하고 있었다는 판단은 보호자에게도 충격이었을 것이다. '으르렁'만 대면 모든 것이 해결되었으니 반려견 입장에선 답답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제멋대로의 행동을 했던 것이었다. 당황하는 보호자의 얼굴에서 놀라는 보호자의 표정에서 동물들과 교감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내가 놀란 또 한 가지 사실은 전원주택의 마당이 개들에게는 넓은 방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목줄 없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으니 그것이 자유라 생각했고, 그것 만으로도 그 개들은 행복한 거 아닌가? 생각했던 것은 나의 큰 오산이었다. 마당이었지만 개들에게는 사회생활을 할 수 없게 만든 장애물이 되었고 집 밖 상황에 대해 더 예민해져서 마당 안에 있던 반려견끼리 더 싸움을 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도시의 아파트 생활을 하는 반려견들이 더 안 됐다 막연하게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시골에 사는 개들이 산책을 더 못 한다는 현실은 보호자가 얼마나 반려견들에게 세심한 신경을 써야 하는지 말해주는 것 같았다.

 반려견의 산책은 단순한 바깥나들이가 아닌 냄새를 통해 개들 사이의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기회이니 한 마리씩 산책을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가 제일 눈을 똥그랗게 뜬 건 개 훈련사 강형욱이었다. 개를 알기 위해 개의 변까지 맛봤다는 얘기는 유명한 것이지만 그가 개를 알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 관찰하고 부딪히고 사랑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하는 상담의 기본은 관찰을 통한 냉철한 분석과 보호자의 태도가, 혹은 반려견이 있는 환경이 어떤가 하는 거에 있었다. 그리고 그가 가장 강조하는 건 보호자가 자신의 개를 정말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별 문제가 아니고, 공격성이 없고, 목줄에 끌려가면서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많은 보호자들에게 그는 항상 안전성을 강조해 왔다. 그리고 반려견을 들이는 데 얼마나 많은 관심이 필요한지를 누누이 얘기해 왔다. 그래서 그는 보호자들에게 정확하게 상황을 이해시키기 위해 비유를 하곤 하는데 그 비유의 찰떡같은 적절성에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 저 두 마리는 정말 지긋지긋해요"

"의처증, 의부증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나요? 그건 사랑이 아니라 스토킹이에요. 지금 장군은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거라고요"

"보호자가 간식을 하나하나 던져주는 행동은 정말 안돼요. 그건 너네, 나 얼마나 사랑해. 시험하는 거예요"

"수업시간에 싸우면 어떻게 돼요? 그건 정말 막장이에요. 보호자 앞에서도 싸우는 건 바로 그런 학생이나 똑같은 거예요"

"으르렁 거릴 수 있어요. 하지만 수틀리면 공격하는 개는 절대 순한 개가 아니에요. 맘에 들지 않는다고 으르렁 거리는 것은 선생님이 뭐라고 할 때 노려보는 것과 똑같아요"

"지금 얘는 머리가 까말 수 있어요. 평생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을 지금 하고 있는 거니까. 이해해야 해요"

 정확하게 강형욱이 이야기한 것을 그대로 옮겨 쓸 수는 없지만 동물에 관심이 1도 없던 나까지 고개를 끄떡이게 하는 귀에 쏙쏙 박히는 설명이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반려견 행동을 교정하기 위한 그의 처방과 훈련엔 단호함과 따뜻함이 함께 있었다. 행동교정을 위한 단호함과 반려견의 마음을 알아주는 따뜻함. 산책 훈련을 할 때 보호자와 함께 하지 않고 제멋대로 방향을 바꾸거나 목줄을 끌면 보호자는 멈추거나 줄을 잡아당겨 안 된다는 것을 확실히 각인시키게 했다. 긴장감으로 훈련을 소화하지 못할 때에는 따뜻하게 얼러주고 용기를 북독아 주게 하며 훈련이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했다.


 내가 학생들을 대할 때도 이와 같지 않아야 할까? 학생 만 명이 있다면 사실 교육법은 만 가지 방법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각각의 맞춤 방법을 정하기 위해선 그 학생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고 엄함과 따쓰함이 공존해야만 한다. 반려견이 아파하고 못 견뎌하는 모습을 볼 수 없어하던 마음 약한 보호자처럼 안쓰러움에 눈과 귀가 멀어버린 다면 시작은 하지 않음만 못하기 때문이다.

강형욱이 보여주는 모습이 절대 법칙은 아니지만 그가 하는 말이나 행동에서 느껴지는 것은 동물에 대한 사랑과 사람에 대한 존중이었다. 그래서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우리의 삶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게, 함께 살아가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그렇게 살아가길 그가 바라는 거였다.


오늘 무릎 '탁' 치면서 본  프로그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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