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 대신 택한 낯선 도시, 로컬 장인 초밥집에서의 식사
2024년 여름, 7월 딱 하루 휴가를 낼 수 있었다. 어디든 가고 싶었다.
주말을 포함해서 2박 3일, 먼 곳은 갈 수 없다. 그러나 국내는 뻔했다.
일본을 가고 싶었다. 후쿠오카와 오사카를 친구들, 그리고 동생과 3~4일 다녀온 적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본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었다.
게다가 그때와 달리 이번에는 동행이 없다.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했기에, 정처 없이 헤매기라도 하면 그 여행은 실패로 끝날 수도 있었다.
결국 익숙한 오사카가 떠올랐다.
짧은 여행이라면, 그곳이 가장 안전한 선택일지도 몰랐다.
컴퓨터를 켜고 부산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을 알아봤다. 부산에서 출발하는 비행깃값이 인천보다는 저렴할 것 같았다. 오사카행을 예약하기 위해 항공사 웹사이트에 접속했는데, 순간 신설된 일본의 노선이 보였다.
"마쯔야마??"
워낙 느낌대로 갈팡질팡하는 성격이라 유연함과 줏대 없음이 일맥상통하는 인간인 나는, 낯선 이름 하나에 도파민이 튀었고, 곧장 그 지명에 꽂혀버렸다.
"시고쿠 섬에 있는 인구 50만의 일본의 소도시..."
그렇게 오사카를 가려다가 마쯔야마라는 곳에 가게 되었다.
마쯔야마의 공항에 내리니 다른 대도시의 공항과 달리 아담한 느낌이 있었다.
노선도 몇 개 없는 것 같았다. 내가 아무리 MBTI의 P 성격이지만 그래도 유튜브나 블로그를 통해 대충 도시에 대한 정보를 찾아봤다. 한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무료 관광지도 많았고, 더군다나 시내로 가는 셔틀버스까지 무료였다. 내 호텔은 마쯔야마 시내인 오카이도 상점가 쪽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짐을 푸니 허기와 함께 밤이 스며들었다. 동네를 산책하다가 맛집이 있으면 들어가기로 마음을 먹고 밖으로 나왔다. 해는 없지만 더웠다. 구글 지도를 켰다. 그러고 보니 일본에서 스시를 먹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래 스시를 먹자!"
이름은 잊었지만, 구글 평점이 높은 스시집이었다.
지도를 따라가도 가게는 보이지 않았고, 나는 그 좁은 골목 어딘가에서 계속 주위를 살폈다.
그러자 한 여성분이 나에게 다가왔다.
'뭐지? 포교인가?'
"어떤 장소를 찾고 있나요?" 일본어로 하셨지만 몇 개의 단어를 알아 들었다.
"Ah!! This!! 고레!! 고레!!" 난 구글 지도를 보며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자 친절하게도 가게 앞까지 데려다주셨다. 잠깐 40m 정도 걸으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했다.
확실히 K-POP이나 드라마의 영향인지 한국인에 대해 긍정적으로 대해 주시는 것 같았다.
가게 앞에서 연신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를 외쳤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차피 혼자온 여행, 같이 식사라도 할 걸 그랬다.
가게에 들어서니, 검은색은 아득히 지난 듯 새하얀 머리카락의 할아버지가 혼자 가게를 운영하고 계셨다.
확실히 소도시인지 오사카와 후쿠오카와는 다른 영어가 하나도 없는 메뉴만 보였다.
바(bar) 테이블처럼 생긴 식탁에 3명의 중년으로 보이는 손님들이 뉴스가 나오는 텔레비전을 보며 초밥을 손으로 집어 먹고 있었다.
"이거다!"
이건 로컬의 맛집이 틀림없었다.
뭔지는 모르지만 가게에서 제일 비싼 메뉴가 보였다.
"3,000엔이라...."
기분 내러 일본까지 온, 한국에서 혼자 벌어먹고 책임감 없이 사는 나에게 큰 부담은 아니었다.
기본 의사소통 밖에 안 되는 어설픈 일본어로 자신 있게 주문했다.
"고레가 난데스까?"(이것은 무엇입니까?)
"아!!스시셋또데스!"(스시 세트입니다.)
"구다사이!"(주세요!)
"And Then 사케또 구다사이!!"(그리고 일본술도 주세요.)
차가운 일본술과 먹으면 맛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주인장은 뭐라고 나에게 물어보았다. 잘 알아듣지 못했지만 계속 일본어를 하려니 피곤해서 그냥 오케이만 외쳤다.
추가 주문을 물어본 건지 비싼 술을 물어본 건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한 끼에 오만 원까지 생각한 나는 거침이 없었다.
음.. 따듯한 사케가 나왔다. 아마 '차갑게 드릴까요? 따뜻하게 드릴까요?'를 물어봤던 것 같다.
뭐 어쨌든 좋다. 이것도 경험이라면 경험이니까. 한여름에 따뜻한 사케가 더위를 더욱 즐길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초밥은 접시에 담기지 않고 만드는 대로 바(Bar) 테이블에 그대로 올려주었다. 젓가락은 있었지만 다른 손님들이 손으로 집어 먹길래 나도 손으로 집어먹었다.
"으음...멧차 오이시!!"(정말 맛있어) 난 스시를 먹고 느껴버렸다. 장인의 손맛을
가게의 분위기, 마치 초밥 외길만 걸어온 듯한 사장님의 하얀 머리, 젓가락을 쓰지 않고 야생적으로 먹는 사람들의 손가락을 보니 풍미가 살아났다. 게다가 따뜻한 니혼슈도 잘 어울렸다.
"오와리마시다까?"(끝났습니까?)
몇 번 집어먹다 보니 코스가 끝나버렸다.
아쉬웠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초밥 먹고 배부르기는 쉽지 않구나.
마쓰야마에서는 딱히 할 일이 많지 않을 것 같다.
사실 꼭 가고 싶은 곳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국내는 지겹고, 시간은 부족하고, 그저 조금이라도 새로운 감각이 필요했던 것 같다.
첫날 저녁, 늦게 도착한 탓에 특별히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아무 계획 없는 여행.
하이볼 한 잔쯤은 괜찮겠지.
내일은... 내일의 변덕이 데려다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