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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카 Mar 28. 2024

1+1=3

임신 확정

임신이라니? 여전히 의문이 가득하지만 테스트기의 결과가 변함없이 두 줄을 알려주자 그때부터 임신초기에 대하여 그리고 언제 병원에 가야 하는지에 대해 열심히 검색하기 시작했다.


임신 테스트기는 마지막 관계일을 기준으로 2주 뒤에 검사를 했을 때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테스트기 결과가 두 줄이라 하더라도 바로 병원에 가서 초음파로 임신을 확인할 수 없다. 이 시기에는 아직 호르몬 수치가 높지 않아서 초음파가 아닌 피검사를 통한 수치로만 임신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주에 병원 가서 피 뽑고 또 다음 주에 가서 초음파 보는 번거로움을 겪을 바에야 진득하니 기다렸다가 병원 가는 것이 나은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병원에 가기까지 또다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했고 그전까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임신 테스트기를 해보는 것 밖에는 임신을 알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임신 테스트기는 호르몬 수치가 2일에 한번 수치가 올라가기 때문에 정확한 검사를 위해서는 매일이 아니라 격일에 한 번 검사해야 했다. (빨리 결과를 알고 싶어서 하루하루가 피 말리는 기분이었다!!)


오늘도 여전히 두 줄이 맞는지 혹시나 흐려져서 한 줄로 나오는 것은 아닌지를 고작 작은 플라스틱 하나에 의지해야만 하는 스스로를 보며 살짝 현타가 오기도 했지만 아침마다 졸린 눈 비비며 임신 테스트기를 꾸역꾸역 확인하는 나를 보면서 '이렇게 사람들이 말하는 임신 테스트기의 노예의 길로 접어드는 것이구나' 싶었다.


드디어 수많은 카페나 블로그 등에서 앞선 경험자들이 입모아 말하는 '임신 테스트기 역전 현상'을 확인했다. 이는 대조선보다 결과선이 더 진하게 나오는 것을 말하는데 대부분 이 시기에 병원을 가면 아기집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다!)


일 년에 겨우 한 번 갈까 말까 하던 산부인과를 올해만 몇 번이나 가는 것인지..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이번 방문은 임신을 확인하기 위한 방문이라는 점이 설렘 반 두려움 반의 감정을 만들어냈다.


"임신 테스트기 두 줄 떠서 확인하려고 왔어요"라는 나의 말에 이번 사이클은 과감하게 버리고 다음 사이클을 기다려보자며 생리가 시작하면 병원에 오라던 의사 선생님이 의아해하셨다. "두 줄이라고요...?"


'정말 임신일까 아니면 자궁 외 임신일까 아니면 테스트기 오류일까 근데 내 몸은 여태 내가 알던 몸이 아니었는데'라며 온갖 생각이 머릿속에서 둥둥 떠다니고 있지만 태연히 아무렇지 않은 척 발치에 떠있는 초음파 화면을 바라보던 내게 들려온 의사 선생님의 말씀. "임신 맞네요"


임신이라니!

진료실에서 결과 듣고 수납까지 마치고 나오는 내내 얼떨떨했다. 이런 일들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의료진들 틈에서 휘몰아치듯 진료-수납-예약 절차를 거치는 내내 어떠한 실감도 느끼지 못하다가 남편과 단 둘이 있는 차 안에서야 손에 쥐어진 까만 초음파 사진 속의 작고 동그란 하얀색 점을 자세히 볼 정신이 생겼다. 그리고 그제야 실감이 났다. 임신이 맞는구나.


까만 배경에 하얀 점 하나만 콕 박혀있어서 아기는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이 작은 점이 괜히 기분을 몽글몽글하게 만들었다. 남편 역시 초음파 사진을 보고서야 제대로 임신을 실감한 것인지 눈시울이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이런 감성적인 남자..!)


몸도 마음도 정신도 건강하게 만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작고 하얀 점에게 남편이 '튼튼이'라고 태명을 지어줬다. 안녕 튼튼아 우리 무사히 만나자!


그나저나 2주 뒤면 아기의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하셨는데 2주, 왜 이렇게 길죠?


+ 나의 작은 간증.

사실 때를 기다리는 동안 임신이라는 새로운 생명의 영역에 접어들기 위해서 인간이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은 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배란 테스트기를 사용하거나 병원 검사를 통해 배란일을 아는 것들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는 동안에도 우리가 기다리던 때는 좀처럼 찾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러나저러나 나의 힘과 노력으로 되지 않는 일에 대해서 스트레스받을 바에야 어차피 생명은 인간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결정하시는 것. 내가 노력한다고 모두 다 이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고 '하나님께서 때가 되면 주시겠지' 이런 마음으로 믿고 맡기기로 했다.


때를 기다리는 동안 혼자서 아등바등 이것저것 해보는 나를 가만히 지켜보시던 하나님은 그제야 적당한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신 것일까 '안 되면 어떡하지'라는 마음을 버리고 온전히 주께 맡겼을 때 비로소 하나님은 우리에게 생명이라는 선물을 보내주셨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때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선물을 보내주시는 하나님을 보면서 결국 하나님은 우리를 위해 예비하신 시간표대로 우리를 인도하신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하나님은 우리가 이 땅에 살면서 하나님의 청지기로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인지 깨달아가는 그 여정을 우리와 함께하시면서 우리 속에 '나'가 아니라 '하나님'이 먼저 담기기를, 그렇게 우리 스스로를 먼저 하나님께 온전히 드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님께서 주신 이 작은 생명이 또 다른 빛의 망대가 되어 또 하나의 새로운 생명을 살리는 렘넌트로 쓰임 받기를 기도하며 오늘도 미약한 우리에게 천천히, 하나씩 하나님의 뜻을 보여주시는 것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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