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게 말할 자유

수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

by 리카

외국에 나갔을 때, 그 나라의 언어를 구사할 줄 안다면 자신의 의사를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다

만약 언어가 유창한 편이라면 스타벅스에 가서 '오트 우유로 바꾸고 디카페인 샷 하나만 넣은 돌체라떼' 같은 복잡한 음료를 쉽게 주문할 수 있고 주문한 대로 음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언어가 부족하다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서 무언가 빠진 음료를 받게 되거나 그도 아니면 애초에 언어가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의사소통의 시도를 포기함으로써 메뉴판의 가장 첫머리에 존재하는 아메리카노를 선택하게 되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도 한다.


<문해력 공부>에서 김종원은 언어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언어를 제어할 수 있는 자는 타인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언어는 자기 자신에게 자유를 허락하는 최고의 지적 무기다.


이처럼 언어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자신에 대한 자유의 도구다.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곳에 가서 무리 없이 어울릴 수 있고 스스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상대에게 정확히 전달할 수 있고 그 언어를 사용하는 상대의 문화를 이해하며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다.

언어를 통해서 당신의 세계가 더욱 넓어진다는 의미다.


비단 외국어만 그런 걸까? 수어도 마찬가지다.

수어를 할 줄 안다면 농인들을 만났을 때 눈 뜬 장님처럼 현란하게 움직이는 손길들을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농인들과 대화하고 원하는 바를 전하고 전달받으며 농인들과 더불어 사는 삶을 살 수 있다.


이것이 당신이 외국어든 수어든 국제수어든 언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다.




서비스직을 할 때 가끔 이런 고객을 마주하게 된다.

자기가 원하는 바를 스스로 말하지 않고 남자친구나 가족들의 뒤에 숨어서 전달하는 고객들.

장애로 인해서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의 이유가 아니라 그저 낯선 누군가에게 말을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자신과 가까운 사람에게 의견을 전달하게 하는 것이다.


이들처럼 청각장애인 중에도 자신의 발음이 정확하지 않아서,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할까 봐 부끄럽다는 이유로 말을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고 수어로 소통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차라리 농인이라면 수어로 자신의 의견을 확실하게 전하기라도 하지만

몇몇 구화인은 들을 수 있음에도 들으려 하지 아니하고 말할 수 있음에도 말하지 아니하고 수어를 배울 수 있음에도 배우지 아니한다. 이도저도 아닌 채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지 못하는 인간이 되어가는 것이다.


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이나

언어를 제대로 구사할 줄 모른다는 이유로 타인에게 의지해 온 이나

왜 스스로의 자유를 타인의 손에 쥐어주는가?


어느 청각장애인은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를 때 본인이 원하는 것은 단발정도 길이의 머리였으나

함께 간 가족이 쇼트커트로 자르라고 미용사에게 전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쇼트커트가 되어버렸다고 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타인이 대신 내리는 것처럼 어느 순간 자신의 자유를 누군가에게 빼앗기지 않기를 원한다면 당신에게 주어진 언어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필요가 있다.


당신이 수어를 통해 소통의 폭이 다양해지기를 바란다.

당신이 청각장애인이든 아니든 스스로의 의사를 직접 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당신이 하는 말을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한다는 이유로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기를 바란다.


발음이 부정확하다면 부족한 발음이 무엇인지 확인하여 발음 연습을 하면 되고

수어를 할 줄 모른다면 수어를 배워서 의사를 표현하면 된다.

당신의 말과 수어를 상대가 알지 못한다면 메뉴판을 가리키거나 바디랭귀지를 이용하거나 필담을 하거나

어떻게 해서든 부딪혀보길 바란다


언제까지고 남자친구의 뒤에, 가족의 뒤에 숨어서 지낼 것인가?


알은 언제나 알로 존재하지 않는다 알을 깨고 나오지 못하면 썩거나 삶은 달걀이 되거나 둘 중 하나다.

언젠가 그 알을 깨고 나와야 병아리로 성장할 수 있음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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