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카 Jul 04. 2023

<농극단 고고고>를 아시나요?

전국 최초 신체극 농인극단에 대하여

K-POP문화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점차 대한민국은 문화강대국으로서 우뚝 섰다. 한국 드라마와 음악들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인정받고 있다는 점은 자국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서울의 마로니에 공원이나 홍대 거리만 나가봐도 우리나라에 예술인이 얼마나 많은지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은 한 번쯤 생각해 본 적 있을까?

청인들이 노래를 부르고 목소리를 내며 연기를 하는 소리 중심의 사회 속에서 소리 없는 노래를 부르고 소리 없는 연기를 펼치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농인 예술가들 중에는 소리 없는 연극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바로 대구농아인협회에서 피어나 차가운 겨울바람에 잠시 움츠러들었다가 다시 피어나기 시작한 <농극단 고고고>다.


2013년 대구농아인협회에서는 농인들의 문화예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서 농배우 양성사업을 실시했다. 이 사업 덕분에 연기에 관심이 있었지만 기회가 없어서 꿈을 실현하지 못했던 이들이 하나 둘 모였다. 서로의 나이도 다르고 종사하는 일도 달라서 접점이라고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이들이지만 그들은 모두 '농인'이라는 점과 연기에 대한 뜨거운 '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같았다.


대구농아인협회의 적극적인 도움 아래 모인 이들은 전국 최초의 농인 신체극 극단인 <부에나비스타>의 창단 멤버가 되었다. 바쁜 스케줄 쪼개어 가며 모여서 연습하고, 어느 날은 새벽까지 연습하곤 했던 부에나비스타는 한국에서 유명한 춘천마임축제에서 공연을 하기도 했고 11월에는 정식적으로 떨리는 첫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모두가 처음이었고 모두가 서툴렀지만 최선을 다했던 부에나비스타는 이런저런 일들 틈에서 2014년 농인들의 이야기라는 뜻이 담긴 <농. 담>으로 극단 명칭을 변경하게 되었다. 조금 더 농인들로서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이름이라 꽤 만족스러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이들이 가진 꿈이 강렬하게 뜨거웠던 만큼이나 마주한 현실은 지독히도 차가웠다.


젊고 뜨거웠던 지난날을 뒤로한 채 차가운 현실을 마주한 그들은 7년이라는 길고도 긴 시간을 흘러 보내야 했다. 흐르는 세월을 온몸으로 마주하며 흩어졌던 그들은 2021년 TBC의 농인 연극단의 세계 무대 도전기라는 고고고 프로젝트로 인해 다시 만나게 되었다.


창단 멤버 4인, 새로운 멤버 3인으로 이뤄진 7명의 새로운 팀은 지난날보다 더욱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사람들로 채워졌다. 연기를 처음 하는 사람이 있었고 대구가 아니라 부산이나 성주, 고령 등 다른 지역에서 오는 사람들도 있었기에 서로 매주 만날 때마다 어색했고 합을 맞출 때면 고장 난 톱니바퀴처럼 삐걱거리기만 했다.


하지만 2년이라는 지난한 시간 동안 서로 울고 웃으며 그들은 <농극단 고고고>라는 이름으로 차츰 하나가 되어갔다. 비록 코로나19라는 큰 변수로 인해 해외 무대를 향한 도전의 꿈은 무너져버렸지만, 제주도에서 색다르게 바닷가에서 야외 공연을 하고 전주와 경주 등 전국일주를 하며 다양한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 더 단단한 농극단 고고고가 되었다.



2023년 현재, 그들은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일곱이 아니라 여섯이 되었지만 그들은 연기에 대한 스스로의 꿈을 버리지 않고 나아가고 있다. 새로운 시나리오를 쓰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의 몸짓이 여러분들에게 가닿을까 고민하는 농극단 고고고. 무대에서 만나는 연극뿐만 아니라 시공간의 제한 없이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농극단 고고고는 유튜버로서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작은 이 도전들이 하나씩 모여 농극단 고고고 자신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다른 농인들에게도 희망이 되어 심어지기를, 평등한 세상으로 변화하는 것에 조금이라도 그 역할이 더해지길 바란다.


농극단 고고고에 대해 다뤄진 다큐멘터리는 TBC 다큐를 통해서 1부 2부에 걸쳐서 볼 수 있으며, 유튜브에서는 <농극단 고고고>라고 검색하면 만날 수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수어에도 사투리가 있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