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YOU CAN, WE CAN
국제수어 수업 중 한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리스 농인이 국제수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수어 영상이었는데 처음에는 도저히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선생님이 단어를 가르쳐주고 반복해서 보다 보니 무슨 말인지 하나 둘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더듬더듬 읽어 내려간 국제수어 영상 속 그녀가 하는 말 중에 내가 한 가지 놀란 사실, 미국에서는 농아인들도 파일럿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와우, 농인 파일럿이라니! 전혀 들리지 않는 사람이 어떻게 파일럿이 가능할 수 있었던 거지?'
그 순간, 한계에 대해서 말하고 한계를 무너뜨리고자 글 쓰는 내가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에 나 스스로가 조금 부끄러워졌다. 구체적으로 농인 파일럿이 어떻게 파일럿이 될 수 있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내가 이렇게 놀라는 것의 이면에는 모든 직업군이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한 까닭이다.
사실 세상의 모든 직업들을 들을 수 있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농인들이 가능한 일의 범위는 한층 좁아질 수밖에 없다. 어쩌면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른다. 전혀 듣지 못한다는 이유로! 하지만 농인들을 잘 살펴보면 화가, 사진작가, 사격선수, 댄서, 플로리스트, 디자이너, 바리스타, 정치인 등.. 다양한 직업군에 속하는 이들이 참 많다.
데플림픽이라고 불리는 세계농인올림픽에서는 수많은 농인들이 국제대회에서 자신이 긴 시간 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내보이며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별다방을 가면 간혹 청각장애인 배지를 달고 일하는 파트너들을 만날 수 있는데 그들은 듣지 못하지만 시선으로 커피를 내리고 사람들과 아이컨텍을 하면서 마음을 전한다. 국가를 위해서 자신이 그동안 쌓아 온 모든 노력을 펼치는 일과 따스한 커피 한잔에 마음을 담아 전하는 일은 듣지 못하더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알고 보면 듣지 못해도 할 수 있는 일들이 참 많지만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더 많을 뿐이다.
유럽에서는 아이들에게 직업에 관해 교육을 할 때 각 직업군에 맞게 남녀 사진을 함께 게시하여 교육한다. 목수를 원하는 아이들에게 남자 목수 여자 목수 사진 모두 보여주면서 아이들이 성별로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바라보고 선택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직업을 선택할 때 성별에 따라 나누지 않고 동등하게 교육하는 것처럼 장애가 있어도 할 수 있다는 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것의 바탕에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사회적 기반이 먼저 뒷받침되어야 할 필요가 있겠지만 말이다.
들을 수 없는 사람이지만 그들이 불이 났을 때 시각적으로 알 수 있는 장치가 사회 전반적으로 깔려있어서 그들이 즉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 들을 수 없는 사람이지만 함께 일하거나 응대하는 이들이 수어를 할 줄 알아서 의사소통이 원활하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누군가를 통해서 겨우 아는 것이 아니라 즉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다면 농인들도 한 사람의 몫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잘 살펴보면 지구 곳곳에 농인들이 참 많다.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어디에 있는지 잘 보이지 않을 뿐.
어쩌면 누군가는 너무 낮은 유리로 갇혀있어서 화려한 날개를 펼치지 못한 채 움츠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할 수 없는 것부터 찾기보다는,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시선을 가진 이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여 다양한 직업군에 종사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I CAN! YOU CAN! WE C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