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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카 Jul 28. 2023

쉬운 일 하나 없네

아무리 의학이 발달하여 요즘 세상에는 출산 중에 사망하는 확률이 극히 적다한들, 여전히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어느 곳에서는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인간이 느끼는 가장 큰 고통 순위 중 자그마치 3위를 차지할 정도로 출산은 엄청난 아픔을 선사한다.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아픔을 겪어내는 출산은 결국 산모의 목숨을 걸고 하는 일임은 분명하다.


출산의 고통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온 지라 만약 내가 임신을 하게 된다면 죽었다 깨어나도 나는 제왕절개를 해야 할 것이라고 상상했다.(네, MBTI가 극단적인 F입니다) 애초에 제왕절개를 선택하면 배에 칼자국은 남겠지만 고통 없이 가만히 누워있으면 아이가 짜잔 하고 나타나잖아?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더구나 주변에 출산한 사람들은 10명 중에 2명이 자연분만을 하고 그 외에는 제왕절개를 했을 정도로 수술로 아이를 만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제왕절개를 조금 더 쉽게 생각한 편이기도 했다.


제왕절개가 자연분만보다 덜 아프다고? 그냥 아이가 짜잔 하고 나타난다고? 출산을 겪어보지 않은 미경험자가 이에 대해서 얼마나 어리숙하고도 오만한 판단을 내렸었는지를 깨닫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았어'라고만 전해 들었다가 다른 출산 선배의 사실적인 표현을 한가득 담은 후기를 듣고 있자니 멀쩡한 배가 아릿하게 아려오고 허리가 무척 뻐근했으며 너무 지쳐서 한 발자국조차 뗄 수 없었다. 계단 하나도 겨우 오르는 나와 달리 무거운 박스를 가볍게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이 선배가 분명 나보다 훨씬 건강할 텐데 이토록 고생했다니.. 마냥 수술도 쉬운 일이 아니구나 싶었다. 아니다 되려 자연분만보다 이게 더 힘들어 보였달까?


역시 세상에 뭐 하나 쉬운 일이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유독 출산은 더 그렇게 느껴졌다.


아픈 것이 세상에서 제일 싫은 나로서는 (물론 아픈 것 좋아하는 사람 아무도 없겠지만) 임신과 출산은 그저 고통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만약 내가 하나의 생명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먼저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야 혹시나 거치게 될 그 과정들을 비교적 덜 힘들게 지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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