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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장가 휘파람 May 23. 2016

길상사에 깃든 자야와 백석의
사랑 이야기

이별도 봄 앞에 서면 한 떨기 꽃인 것을




안녕, 떠나는 겨울바람아!

너도 안녕! 다가서는 봄바람아 ~


어제는 한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이었고

오늘은 그다음 날이네 그러니까

화요일 그런데 오늘

어느 이른 봄날 찾아가 보았던 길상사가 떠오른다

너무 일렀던지 그토록 보고팠던 영춘화조차 피지 않던 봄날이었어

길상사를 가면서 오면서 성북동 구석구석 골목길을 따라 선잠단지 최순우 옛집 만해의 심우장 

북정길까지 그 동네 골목길을 이리저리 

배회하듯 걸었었지 그런 걸음마다엔 


백석과 자야의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떠올랐었어


자야의 사랑이야기뿐만 아니라 

김영한과 법정의 만남

대한 3대 요정이었던 대원각이 자야 김영한의 법명인 길상사가 된 사연 

그리고 백석문학상에 얽힌 이야기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길상사 이야기 말이야








그러니까

지금의 길상사는 자야 김영현의 법명 '길상화'를 따서 지은 이름이야

전쟁터로 떠난 남편을 그리워하는 여인의 이야기를 읊은 이백의 시 

'자야오가(子夜吳歌)'에서 따왔다는 '자야'라는 아명은 

오늘 사랑의 조연 백석이 김영현에게 지어준 애칭이래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할머니와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자야는 15세에 결혼했는데 

시집을 가자마자 남편이 죽게 되고 어찌어찌하다 보니 집안은 커다란 빚더미에 안게 되지


결국 자야는 16세에 기생의 길을 걷게 되는 거야. 

하지만 글과 그림에 뛰어난 재주를 가지고 있던 진향은

조선어학회 회원이던 신윤국에게 능력을 인정받게 되어 일본 유학도 가게 되고 

'삼천리 문학'에 수필도 발표하게 되는 거야. 

또한 신윤국의 추천으로 조선어학회 회원까지 된단다.


그러나 일본 유학중 스승 신윤국이 일제에 의해 투옥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귀국을 해.

스승 면회를 위해 함흥까지 갔으나 면회를 거절당하게 되자 

아예 그곳에 눌러앉게 되는 거야


그러던 중 알게 된 남자가 바로 교사로 있던 시인 백석(1912-1996)인 거지

둘은 만나자마자 '옳다구나' 하는 식으로 금세 눈이 맞아 3년간 동거를 하게 돼

하지만 기생 출신을 며느리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부모님의 반대를 받게 되었던 거야.


결국 백석은 부모가 시키는 대로 강제 결혼을 하게 되고 결혼하기가 무섭게 도망을 치거든

심지어는 세 번의 결혼식과 세 번의 도망질을 하게 되는 거야


백석은 자야에게 만주로 떠나자고 설득하지만, 자야는 거절을 해.

끝내 백석은 혼자 만주로 떠나고 조국이 분단되자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된단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야


피눈물을 머금고 사랑하는 백석을 떠나보낸 자야는 

이별의 아픔을 잊기 위해 미친 듯 돈을 벌기 시작해 

요정정치가 한창이던 시절 청운각 삼청각과 더불어 한국의 3대 요정이라는 

대원각의 주인이 되어 어마어마한 부를 거머쥐게 되지


세월은 흘러 월북시인 백석이 해금되고 '창작과 비평사'에서는 '백석 시선집'을 펴냈어

그 후 김영한은 1997년 창비에 2억 원을 출연하여 '백석문학상'을 제정하게 되는 거야.

1999년 처음 시상한 이 상은 매년 1,000만 원의 상금을 지원하는 문학상이 되었지

이 상으로 등단한 대표적인 작가가 황지우 안도현 등 이래


무소유를 읽으며 감동받은 자야는 1987년 법정스님에게 대원각을 시주하겠다고 하였지만 

스님은 번번이 좀 더 생각해보라고 만류했대,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설득하여 1995년 천억 원이 넘는 대원각을 시주하여 

1997년 길상사를 창건하는 날 법정스님은 김영한에게 길상화라는 법명을 지어주며 

염주를 걸어주었고 지금의 길상사라는 절이 생겨난 거지


2년 후 자야(1912-1999)는 한 줌의 재가 되어 길상사에 뿌려지고 2010년 길상사에서 입적한 

법정스님(1932-2010)의 유골도 모셔져 있단다









내려오는 길에 기생들이 옷을 갈아입던 건물에서 들려오는 풍경소리를 들으며 뒤를 돌아보았어


요정 건물이었던 극락전 건물은 단청도 없이 소박하고 아담한 모습으로

단아하게 섰는 모습이 마치 자야의 후련한 미소처럼 느껴져 가슴이 사무치는 거야

바람도 어디론가 가버린 경내를 터덜터덜 걸어 내려오는 길에 어렴풋한 삶의

의미들이 주렁주렁 달렸어 

이별과 만남 그리고 헤어짐이란 무얼까? 사회와 사람들 그리고 우덜을 얽어맨 

사회적 제도 같은 것은 무엇에 쓰는 걸까?

매일을 명멸하는 인연과 우연 그리고 운명이라니..

문득 바닥을 긁고 나뒹구는 낙엽소리만 시간을 떠밀고 있었어


돌아보는 발걸음엔 봄바람이 살랑살랑 치밀어 오르고

새카만 눈동자에 피어나던 그리움은 집채만 한 파도가 되어 

미궁 속으로 휩쓸려갔어

백 미터 달리기 출발선 '준비~' 소리에 미친 듯 뜀박질하던 처음 눈길 뽀얀 떨림의 추억처럼


너와 나 그리고 함께여서 행복한 우리 모두의 떨리는 가슴에 새봄이 오려나 봐 


그거 아니? 

봄 앞에 서면 우린 모두 한 떨기 꽃이란 걸..















휘파람

2015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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