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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장가 휘파람 Apr 15. 2016

영화 룸이 던지는
현실이 된 철학적 질문

꽃잎 같은 존재의 의미 영화 룸 후기






어쩌면 우리 삶은

룸인지도

모른다


꿈?

환상?


지금이 유희인 이에겐 깨기 싫은 것일 테고 현재가 불행인 이에겐 깨고 싶은 것일 게다


맨 처음 

하늘을 보고 바다를 보며 거리의 소리를 보았을 때

문득 

환상이 깨어나는 순간의 절망 앞에서 갖게 된 한 가지 바램

그건 바로 바다를 한 번 보는 것이다

그런 바다를 찾아가는 여정 평생 한 번은 꼭 보고 싶었던 바다를 향해 마지막 사나이는 맨 마지막 데낄라병을 들고 바다로 간다 영화 '노킹 온 헤븐스 도어'의 이야기이다


물론 전쟁이 끝난 지 너무도 오랜 세월이 흘렀건만 여전히 전쟁이 진행 중인 냥 독재자의 손아귀에 놀아나는 영화 '언더그라운드'가 뇌리를 스치기도 한다


7년을 갇혀서 TV에 나오는 모든 것이 환상이라 여기며 그 세월을 환상에 둘러싸인 조그마한 방에 살던 아이가 환상 속으로 들어가 그간의 환상은 허깨비가 아닌 실재라는 것을 맨 처음 대면한 순간의 경이로움과 놀라움을 무어로 말할 수 있을까 맨 처음 현실에 발을 내딛는 모습은 문득 라푼젤의 긴 머리 처녀가 푸른 풀밭에 맨발을 처음 내딛던 모습과 사뭇 흡사하고 관객의 마음조차 숨죽이게 한다 


꿈을 이루어가는 것들

영원을 닦아가는 날들

그리고 시간을 이어가는 행동들


나는 이제 삶을 찾았다 그리고 걸어 나갈 것이다 빛을 향해 아이는 말을 한다 자꾸만 알아들을 수 없는 옹아리 같은 말을 한다 

그리곤 어른들의 무관심 그토록 수도 없이 하는 말을 들은 체 만 체하고 들으려 하지 않으며 지시하고 가르치려고만 하는 매몰차게 외면하고 매정하게 듣지 않는 어른들의 세상과 단절된 아이들의 삶으로부터 엄두도 낼 수 없으리만치 높은 담벼락에 가로막힌 어른들의 세상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라는 영화에서 느낀 너무나 답답하고 서글픈 현실에 가슴 아파하던 영화가 떠오른다 지금 어른이 된 어린이들도 서성이고 헤매는 날들의 흩어짐 속에 어른으로 성장하지 않았을까? 


사람들은 흩어져 흥청망청 술을 마시고 회식비에 어마 무시한 돈을 들이고 평상시엔 그토록 환하고 자상한 미소를 지으며 사뭇 곁에 있는 그를 떠받치고 무슨 일이든 들어줄 수 있을 만큼 너그럽고 자상하리만치 활착 핀 웃음을 짓다가도 정작 그의 어려움 그의 난처한 상황을 접하게 되면 얼음장처럼 차가워지고 고통스러운 그의 처지를 나 몰라라 외면한 채 훌쩍 도망가 버리고 만다


누구에겐 하찮은 일이 누군가에겐 위기를 벗어나게 하거나 위험에서 건져내기도 한다 누군가를 만나니 절망에 빠져 허우적거리는데 누군가를 만나서는 희망을 얻고 새로운 의욕을 얻기도 한다 


찬란하고 활기차며 따스한 세상에 다섯 살이 되어서야 겨우 첫발을 디딘다 온실의 화초처럼 불어오는 바람과 평범한 햇살에도 타들어갈 듯 여리고 연약한 아이를 보듬어 미로를 찾아가고 실마리를 풀어가는 무심하고 초점 잃어 생기라곤 한 점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노라면 왜 그리 눈물이 나고 마음은 먹먹하고 왠지 알 수 없는 서러움에 한참을 울어야만 했다 


운명이라는 사슬에 숙명이라는 벽에 갇힌 존재의 당연한 울분이었을까? 룸이라는 영화는 넋을 쏙 빼놓으려는듯 다가와 중반에 이르러서는 뜨겁게 달구어지고 있었다


납치를 하고 폭행을 하는 충격적이고 피상적이며 직설적인 눈요기보다는 불편하고 답답한 절망적 현실로 이어지는 감금의 실상과 이후의 일상의 부적응과 자기파괴를 덤덤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자꾸만 차갑고 어두운 심연으로 끌어당기듯 두렵고 먹먹하게 한다









삶이란

현재의 정체성을 찾는 것일 게다

나는 지금 누구인가?

그리고 지금 나는 무얼 해야 할까?


돌이라도 집어삼키고 산조차 집어 올릴 듯 기골이 장대한 자가 순식간에 사시나무 떨듯 마치 회초리 한 대 맞은 개구리가 사지를 떨듯 덜덜 떨더니 축 늘어져버리고 만다 통통 튀어 오르던 핏덩이가 스러지는 순간이다


결국 자기가 누구인가를 스스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던가를 그리고 그 원하는 것을 위해 목숨을 걸고 다가서 끝내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이루고 아름다운 정원 푸른 하늘 해맑은 공기를 맞으며 한 때 자신의 여인이고 그의 아내였지만 지금은 동성의 친구가 된 벗의 품에서 영원에 이르러 존재의 정체성과 의미가 무엇인가를 드러내 준 영화 '데니쉬 걸'의 아픔이 가슴에 사무친다


흔들리고 아파오는 정체성과 가치관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운명에 내던져진 차갑고 고독하기만 한 어둡고 무거운 현실 나는 지금 무얼 해야 하고 지금 어디에 있으며 어떤 존재인가 아이는 너무나 여리고 무르다 살짝 건드려도 물러질 듯 손만 놓아도 스러질 듯 여리고 연약하며 나약하다 그래서 매일을 상처 입고 매일을 일어서며 매일을 눈물과 웃음으로 밤과 낮처럼 오간다


우리 서로 북돋아 주자

우리 서로 거들어주자

기대게 하고 기대며 따스하게 손을 잡아주자


오페라의 유령의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어릴 적부터 아빠로부터 동화를 많이 듣고 자란 까닭에 요정과 환상에 대해 사색에 빠진 소녀는 커가면서도 영향을 받아 몽상적인 면이 있었다


세상과 단절된 채 엄마로부터 온 세상을 동화와 환상으로 여기며  방에만 갇혀 지낸 아이가 세상으로 나와 그간 허상으로만 여겨지던 현실에 나왔을 때의 혼란과 방황 환각과 부조화가 뒤얽힌 채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은 어쩌면 일장춘몽이라는 우리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결국 이 영화는 비유이며 환상이고 꿈이며 현실이고 방황하고 배회하며 고독하고 쓸쓸하며 여전히 가족 안에서도 저만치 떨어진 채 살아가는 주변인의 불안에 대해 위로받지 못하는 존재의 고독과 상처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런데 그렇지만 그냥 그 납치된 절망의 공간 그리운 가족 이곳으로부터 탈출하기만 하면 모든 일이 다 해결될 줄 알았는데 그렇질 않다 그녀의 아이를 차마 바라보지 못한 채 외면해버리고 마는 그녀의 아빠 불청객 같은 존재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아픔 누구의 씨앗이며 누구로부터 온 존재이기에 이렇게 아픈 걸까? 


흔들리는 정체성 이렇게 된 이후의 살아가며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과 불면을 동반한 부조화 부러진 이성과 망가진 가치관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전쟁 중 어느 공군 비행기 조종사는 고향땅에 폭탄을 투하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과연 이 병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정의일까? 군인정신으로 당장 날아가 고향의 일가친척과 고향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폭탄을 투하해야 할까? 아니면 군복을 벗고 군대의 명령을 거부해야 할까? 


납치범과의 사이에 낳은 아이 그에게 아빠는 존재할까? 오로지 쾌락의 추구로 낳아버리곤 외면한 사람 그리고 그 아이를 외면하는 식구와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식구 사이에서 강제적인 관계로 얻은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 그리고 사회적 시선에 절망하는 여인의 혼란스러운 정체성과 아이를 위한 최선에 대해 추궁하듯 캐묻는 사람들의 비난과 냉소적인 비아냥거림








논과 논 사이엔 논두렁이 있고

밭과 밭 사이엔 밭두렁이 있어

땅을 구분 짓고 나눈다


윗 논의 물을 아랫 논에 건네주려면 윗 논의 물꼬를 터야 한다 넓게 튼다면야 금방 물이 차겠지만 윗 논의 물이 모두 내려가 버린다 적당히 텄다가 어느 정도 물이 차면 물꼬를 막아야 한다 그러자면 물꼬를 트고서 틈틈이 물의 흐름을 살펴야 하고 긴 시간이 흐르고 난 후 윗 논의 물이 아랫 논에 알맞은 만큼 채워지면 물꼬를 막아야 한다 물꼬를 트고 나서는 서서히 한쪽부터 물이 스미고 적시어지고도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야 비로소 물이 고이기 시작한다 


긴 세월을 엄마랑 단둘이서만 작은 헛간에 갇혀 지내던 아이가 세상과 소통하고 적응하며 스스로의 삶을 이어가려면 긴 날들을 기다리고 보아주며 느긋하게 참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상처를 입은 영혼이 사회에 적응하는데 부작용이 일어나고 심하면 상처가 덧나고 악화될 수 있다 식구 직원 친구와 이웃 그리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 역시 이러하다 조심스러워야 하고 기다려야 하며 차분하고 천천히 시침처럼 보이지 않는 진행에 눈길을 주며 지켜보아야 하는 시간이라는 범퍼 즉 완충작용이 필요하다 그런 시간이 삶이며 더불어 살아가는 신비 즉 딱딱한 쌀이 맛나고 찰진 밥으로 지어지는 마법이 일어나는 뜸의 기간일 것이다 


상처

겉으로 난 상처라면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으면 되겠지만 마음의 상처 그것도 7년을 감금당하고 사회와 고립되고 폭행을 당하며 아무도 믿을 수없는 고립으로서의 상처는 쉬이 치료되지 않는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부터 사건으로부터 불청객처럼 찾아든 불행이 가정을 사회를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간 일들이 부지기수 아닌가 

그런 상처는 가족으로서 공동체로서 더불어 사는 존재로서 오래오래 깊이깊이 속으로 삭이고 보듬어주고 안아주며 헤아려주어야 하는 치유의 기간이 사뭇 길고도 지루하게 이어지는 것이다 

그것에 눌리고 지치고 쓰러지면 가정이 해체되고 파괴되며 파멸에 이르곤 한다 그것이 비극이며 사고의 후유증이고 불행이자 비통인 것이다


영화 룸은 폭행도 아니고 몰입감 넘치는 스릴러도 아니다

다만 우리 삶의 이야기이며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사회와 격리된 삶이 다시금 사회와 이어지는 실마리에 관한 영화이며 불가해한 피해로부터 혼란과 혼돈으로 망가진 정체성과 흐트러진 가치관을 찾아가며 인간이라는 존재의 운명과 삶의 의미에 대한 깊은 통찰이 있는 영화이다


요즘 아니 언제부터인가 농경사회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 당시엔 모든 것이 어른 위주였고 어른으로부터 배웠으며 모든 문제를 어른들이 알고 있었고 그로부터 배워야만 했다 볍씨는 언제 뿌리고 못자리는 언제 하며 추수하는 때와 쌀과 곡식을 보관하는 방법 도랑 치는 법 이랑을 고르는 법 김장 파종은 언제 하고 깨는 얼마큼 말라야 털며 어떤 것이 나물이고 독초인가를 배우고 또 배웠다..,

그런데 이제 어른의 몫이 사라졌다 


게임이니 스마트폰이니 앱이니 줄여 쓰는 말이며 전철 표와 버스 노선까지 모든 일상을 아이들한테 물어봐야 하고 그네들로부터 배워야 한다 남과 여의 영역이 허물어지고 성별 남녀노소 가정의 파괴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변화무쌍하며 급히 변해가기에 좀처럼 따라갈 수 없는 세상 나이 들음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음으로 추락한다 


어느새 아이들이 나의 머리 위에 있구나 

내가 아는 그 이상으로 아이들이 나를 알고 나보다 한층 높은 곳에서 더 넓고 훤한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음을 깨닫는다 나의 아집 나의 잘난 체 어른으로서 가장으로서 부모로서의 역할이 사라지고 존재 이유로 남은 거라곤 한낱 용돈이나 주고 조용히 비켜주는 것들뿐이다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혹은 가르친다는 알량한 핑계로 아이들을 비난하고 따지고 꼬치꼬치 캐물으며 상처를 주곤 한다 그러나 결과는 상처뿐이다 아무도 듣지도 않고 돌아오는 건 답답함이다 긴 세월을 방에만 갇혀 살던 존재가 필사의 노력으로 그곳으로부터 탈출하였는데 탈출 이후 그토록 나가고 싶었고 보고 싶었고 가고 싶었던 집으로 왔는데 어이 다시금 스스로 절망을 택해야 했을까? 상실, 선택에 대한 비관 납치 이후 갇힌 시간에 생각했던 주변에 대한 질책 책망 가책 아무도 찾아와 주지 않고 구해주지 않은 것에 대한 원망 아무리 납치범 이건만 자식조차 감금한 채 외면하는 납치범  납치된 여인의 육아 그런 상황을 모르는 체 성장하는 아이 그 아이에게 납치범은 무얼까? 먹이를 가져다주는 무서운 주인아저씨 일뿐


이성과 가치관으로는 판단할 길이 없는 정체성과 가치관의 혼란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제대로 정할 수 없는 감금이라는 고통 그 자체를 비난하는 것처럼 나무람처럼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인터뷰가 사람의 가슴을 찌르듯 조여 오는 걸 무얼로 감당할 수 있을까? 그늘조차 없는 어둠 속에서 과연 정의는 있을 것이며 

제대로 된 윤리 가치관 정체성 부모 자식 부부란 것은 어떻게 생겨먹은 걸까? 


드넓은 세상에 오직 하나

단 한 사람

아이에겐 엄마밖에 없었다


엄마가 세상이고 엄마가 신이며 엄마가 삶의 전부이고 사랑이며 이별이고 그리움이고 보고픔이며 온 세상의 전설이자 신화인 것이다 그런 엄마가 어느 날 덧없이 떠나고 만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며 존재의 유일한 의미이자 희망의 빛이 시커먼 어둠에 흔적도 없이 참담히 사라져 버린다 온 세상이 삽시간에 칠흑 같은 암흑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상실 이별 파탄 절망 파멸로 산산이 부서지고 철저히 파괴된 영혼을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


갇혀 지낸 그곳에서 누구나 도망치려 했고 혐오하며 고통이라 여기는  그곳에서 아이는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엄마와 함께 있었다 거긴 그 어떤 현실도 보여줄 수 없고 가져다줄 수 없는 상상과 동화가 있었고

상상으로만 이어지던 무한의 공간이 있었다 태어나면서 머물던 그 방이 그에겐 온 세상이었고 우주였으며 드넓은 환상의 공간이었던 것이다 


이따금 떠올려본다 존재는 익숙해지고 길들여지며 의지하고 믿는 존재가 바라는 만큼 형성되어 존재한다 제대로 설 수도 없던 아니 상처받은 여인 그 둘은 서툴고 보잘것 없으며 상처뿐인 가녀리고 연약한 모습으로 삶이라는 현실에 내던져진 채로 절망과 환상 자책과 불안 속에서 하루를 이겨내고 버텨내려 발버둥 치며 고스란히 누워 겨우 숨만 들이쉬고 내쉬며 존재를 이어가려 애를 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더불어 사는 존재 남의 손으로 태어나서 남의 손으로 떠나는 그래서 힘들고 어렵고 버티기 힘든 순간 책망과 질책과 비난보다는 느긋이 기다려주고 다정히 웃어주고 잘 되리라 토닥이는 곁에 있는 이의 정감 있는 손길과 눈길은 상처받고 절망에 빠진 존재를 느리고  보잘것 없지만 서서히 일어나게 하여 기운을 차리게 한다


우리는 열매이기보다는 꽃에 가깝다 오밀조밀 가녀린 꽃봉오리에서

활짝 피어나 옅은 바람에 눈물처럼 대기를 훨훨 날아 

어디론가 내려앉는 우리는 

한 떨기 웃음을 머금은 눈물겨운 꽃이다


어리덕어리덕거리고 서글프고 우수에 차오르고 무표정하며 천진난만함이 

오히려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잭의 모습은 어떠면 나의 모습이며 인간의 현신이며 

우리 존재의 의미로 내게 다가온다 처량하고 불안하며 철 모르는 존재의 하루 

그리고 그렇게 이어지는 하루 그리고 또 하루








힘은 자신의 머리칼에서 온다고 믿는 잭 그토록 아끼던 머리칼을 기꺼이 잘라 아픈 엄마를 위해 어서 병이 낫기를 기원하며 건네준다 사랑이라 함은 우리들 행복의 희열이라 함은 그런 것이 아닐까 그리고 할머니가 잭에게 말해준다 


"우린 남에게 힘을 준단다 혼자선 힘이 나질 않아"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그리움의 존재 보고픔의 존재 아픔으로 절망으로도 그것이 인간에게서 오고 인간으로부터 치유받는 그래서 불안하고 완벽하며 헤아리기 힘든 신비의 존재들인걸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던 사람과 정을 들이고 마음을 열며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을 희열을 기쁨을 웃음을 차근차근 알아간다 그래서 희열은 너무 늦지 않기를 기쁨은 지금 이곳이기를 이 순간만이 유리창과 마주 보며 웃고 있는 기쁨이기를


가족을 알아간다 

친구를 사귄다 상실과 재회 넘어지고 일어섬을 깨달아간다

인생이란 것들을 꿈이란 것들을 

더불어 살아가는 희열에 스민 눈물과 웃음을

서로 기대며 살아간다

풀잎이 나무가 산이 그러하듯 


가녀린 어린아이가 산이 가져다주지 못하는 거대함 따스함을 가져오고 

가녀린 여인이 하늘과 바다도 가져오지 못하는 기적 같은 사랑을 가져다주듯 

존재는 서로 기대고 북돋으며 

바람처럼 구름처럼 강물처럼 흐르며 이어져 흐른다 


살았음에 호흡을 지녔으매 더불어 사는 동안 강을 만들어 흘러보자 

더 늦기 전에 눈물을 하염없이 흘려보자 

바다에 이르도록 그 눈물이 흘러 강이 되면 바다만큼 그 바다의 모래알만큼 

어마어마한 웃음을 웃음꽃을 피울 수 있을 테니 


작은 떨림이 나를 이어왔고 나를 살렸다 

삶은 가족은 그리고 결혼을 통해 아이를 갖는다는 건 

새로운 존재가 있다는 건 

막무가내로 가르치려 하고 억압하며 이리저리 휘젓는 존재가 아님을 배우고 깨닫는다 


인생의 진리와 의미 삶과 운명을 들여다보며 

꿈과 인생의 깊은 뜻을 깨닫는다 순결한 꽃을 피운다 

아이들 하늘처럼 신비한 눈동자에 스민 운명의 밝음을 깨달으며 살자 

절망이라 부르는 순간에 전혀 무가치한 존재라 여겨 포기하는 찰나 

삶이 암흑과 같고 누군가에게 암흑을 주었다는 자괴감에 무너져 내릴 때조차 

차가워 보이기만 하던 사람들 가슴에는 여전히 따스한 심장이 콩닥거리고 있으며 


나를 바라보고 

나를 그리워하며 

나를 보고파하는 존재가 있다는 걸 기억하자 


서걱거리는 모래조차 외롭지 않음을 

런 존재의 의미를 행복을 우리의 참 의미를 깨달아가자 

우리 인생길은 얼마나 무수한 이들의 곁을 스쳐 여기에 왔을까 

만나고 헤어짐에도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한 채 지나치고 잊히고 기억도 없이 사라진 이들은 얼마일까? 

맨 마지막 고통의 장소를 다시 찾았던 그네들 가슴엔 어떤 생각이  가슴을 채웠을까?


돌이킬 수도 돌아볼 수도 없지만 운명이 되고 인생의 시각으로 채워진 

눈물의 한 떨기를 채워버린 시간의 서글픔이여


고통과 절망에서 우린 어떻게 상처받고 아파하며 쓰러진 듯 다시금 사회 속으로 안정을 찾아가는지를 눈물겹게 보여주는 명작이 바로 이 영화 '룸'이 아닐까 한다 존재의 내면 고독한 삶이라는 정의하기 힘든 과정에 대한 의미 느리고 정말 느린 것이 무엇이며 그것이 어째서 그리 소중하고 아름다운 삶의 꽃인가를 보여주는 바로 이 영화 '룸' 온 세상 모든 성스런 딸들에게 그리고 모든 오늘의 남자와 숨 쉬는 어여쁜 여자 그리고 시간을 딛고선 모든 꽃 같은 사람들에게 이 영화 룸을 추천한다







영화 - 룸(Room, 2015),  아일랜드 15세 관람가

감독 - 레니 에이브러햄슨

주연 - 브리 라슨, 제이콥 트렘블레이








2016

04

휘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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