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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장가 휘파람 Sep 30. 2016

영화 노아 디어본의 단순한 삶

문명 안에서 문명 밖으로






문명 안에서 문명 밖으로
노아 디어본의 단순한 삶


인간 존재의 유일한 목적은 단지 생존만 중요하게 여기는
무의식의 암흑 속에서 한 줄기 의식의 빛을 밝히는 것이다
- 칼 융


비열하고 야만적이며 무료하고 따분한 일 한 가지는
바로
가만있는 이를 건드리는 것이다

더구나 아무 상관없으니 그냥 내버려두라는
최소한의 요구조차 묵살하고
고요하고 차분한 듯 혀를 날름거리는
시커먼 음모와 계략과 의도를 가지고 건드리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의 무관심과 차가운 하늘의 심판은
멀게만 느껴지고 느리기만 하며
전혀 다가와주지 않는 듯 조급할지라도
그곳을 파고들어 관통하는 건 고작 시간문제일 뿐이다

피에르 신부의 '단순한 삶'
파트리트 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나 '비둘기'라는 책은
조곤조곤 혼자 고요한 삶을 누리를 기쁨을 이야기하는
책들이다

하지만 현실 속 각박함과 사람 사이의 갈등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어찌 되었든 연결되어있고 더불어 살아가며
제 잘난 맛에 사는 사람 사이에 운명처럼 들어붙은
고독과 불안과 허탈함은 매일을 찾아드는 밤과 낮처럼 일상일 뿐이다

더구나 황무지 같은 도시에서의 삶은 동물의 왕국의 삶과
눈곱만큼도 다르지 않다
그래서 티베트 스승 욘케이 밍규르 린포체는 
'사람들은 물질이나 외적인 부를 축적하고 유지하느라
시간과 노력을 다 써버리기 때문에
자비, 인내, 너그러움, 평정 같은
내적인 부를 키울 기회를 전혀 갖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잠시
자연의 안쪽으로 걸어 들어간다
반짝이는 별빛 아래 흐르는 정령의 발끝이 이끄는
잎새의 춤
달빛의 청아함
냇물의 노래
그리움을 타고 섭리를 따라 이끄는
고독하고 심오하며 소박한 상념의 뜨락에 걸린
한 떨기 꽃잎의 순결한 보드라움이 그리움 같은
포근한 품으로 안아준다

무료한 삶 이따금 벗어나고픈 사람 사이에서
아늑하게 혼자 앉아 영혼의 마른 냇물에 물꼬를 트고
종이배를 띄워 콧노래라도 부르고픈 여유가 그리워진다면
노아 디어본의 '단순한 삶'을 관람해보라고 권해보고 싶다

자기만의 소중한 삶 그리고 단순한 삶 더불어
누군가를 도와주며 보람과 사람 사이 고마움을 드리운 
삶 안쪽에 순박함으로 이으려는 삶이 얼마나 복잡하고 힘겨우며
정글을 뚫고 지남처럼 고되고 힘겹기만 하던지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삶을 의연하게 이어가는 과정이
얼마나 위대하고 자랑스러우며 찬란한가

한 편의 영화를 통해
사람 사이 환희처럼 피어나는 꽃 한 송이로
벅찬 희열에 감싸임이 얼마나 감미로운가..


노아 디어본의 단순한 삶 (1999)
The Simple Life of Noah Dearborn
감독 그레이그 챔피언
출연 시드니 포이티어, 메리-루이스 파커, 조지 뉴번, 다이앤 위스트 등









휘파람
2016
09




가끔
가을이면
세월의 흔적은 햇살을 타고
때론 황금빛 풀잎을 타고 한가로이 어느 한 때를
느긋하게 떠올려 보나 봐요

주말엔
사랑하는 그녀와 쇼핑을 하고 공원에서 가을을 산책하고
물드는 풀잎을 얼핏 둘러보는 눈길에
햇살에 바라보이는 그녀 맑간 얼굴에
핀 세월의 나이테가 보였어요

머플러를 둘러보곤 즐거워하는 그 뽀얀 새하얀
얼굴 어느 햇살 밝음에서 말이지요


잎사귀는 물들고 하늘은 높기만 한데
가슴이 일순 무거워졌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신이 났고
부산스러운 사람들 발자국에 나의 시선은
무리 속으로 사라진 그림자처럼
한 바가지 퍼낸 자릴 이내 채우는 물결처럼
아무렇지 않은 듯 먼데 산이 가슴에 들어왔어요

시간은 강아지처럼 깡충거리고 시간의 노을은 금세
어둠에 휩싸이고요 가을 하늘은 참 맑기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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