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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장가 휘파람 Sep 27. 2016

보고픔 사무치고  그리움 속삭이는 청도 운문사

여승의 염불소리 텅 빈 가슴을 떨치고




여승의 염불소리 가슴에 사무치듯 쌓이는 그곳
청도 운문면 운문사


깊고 깊은 산중엔
절집이 최고라
그래서 마을 이름도 절집을 따다 붙였습니다
그곳이 바로
가지산 운문사가 있는 운문면입니다

하지만 운문사가 특별하고 각별한 것은
소곤거림이 있는 정겨움과 그리움이 스민 까닭이랍니다
여느 절집에선 대화하는 소리를 듣기가 힘듭니다
스님들은 어딜 그저 바쁘게 지나쳐 가고
보살님들은 분주한 일손만 놀릴 뿐
웬만하면 대화하기도 거북하고
뭔가 말을 하고자 하여도
여기저기 '수행 중' '묵언' '조용히 하시오'라는 푯말이
먼저 눈에 띄는 까닭에
깊은 산중 산사조차 사람 사는 곳일 진데
어찌 이리 사람 사이가 멀기만 하고 침묵만 깊을까 하는
서운함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조차도 다가서지 못한 자 말을 건네기를 두려워하고
어려워한 까닭이겠지요 더러 절집에서 말문이 트이고 나면 어찌
그리 술술 말들을 잘 하시고 정겹기만 하던지 감탄과 감동이
연발이던 때가 많지요

아무튼 절집 처마 아래 댓잎 흔들리는 대나무를 쓰다듬으며
바람을 맞으며 앉아있노라면 온갖 것들이 보잘것 없이
스러지고 편안하고 행복한 마음만 아무런 거리낌 없이
편안하고 평탄하기만 합니다 그리고선 절집을 거니노라면
운문사에는 소곤거림이 들려옵니다
사람의 숨결이
현실의 삶의 모습들이
그리움과 보고픔 기꺼움이 냇물처럼 흘러내립니다

학인 스님들의 속삭임 꿈결에 들리던 도란도란 꿈을
순결을 삶의 흔하디 흔한 웃음을 이야기하는 소리가
귀를 간질이며 행복의 냇물 드리웁니다

운문사엔 기쁨이 이끼처럼 폭신하고 가녀리고 섬세한
일깨움이 팍팍한 삶의 걸음에 충만의 물결을 부어줍니다
정겹습니다 푸근합니다 왠지 기쁨이 서글픔에 새빨개진 상사화에도
웃음을 짓는 여백 같은 너그러움과 삶의 아기자기하고 간지러운
재잘거림이 가슴에 이쁜 웃음을 짓게 합니다

해질 무렵이나 이른 새벽엔
하나 둘 대웅보전으로 발걸음이 몰려들고
여승의 염불소리
예불소리가 가슴에 사무치노라면
저도 모르게
평생을 기다려 다가선 이곳에서 눈물 한 방울
어둠 같은 빈 가슴에 툭 떨어지고 맙니다


가지산 바위 산봉우리는 영축산의 시원스레 펼쳐진 산등성이와는
또 다른 기운차고 활기찬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일주문을 들어서 맨 먼저 만나는 소나무 군락을 마주하고 나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데 그 아래로 귀엽고 앙증맞은 모습으로
햇살에 반짝이듯 피어오르는 꽃무릇의 새빨강이 얼마나 아리땁고
영롱하며 찬란한지 걸음이 떨어지질 않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무릇
지금의 현실에 출렁입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잎새처럼요

저녁 예불의 행복하고 눈물 나는 감동에 사로잡히다간
왠지 모를 조급함에
북대암을 보고 오자고 일어서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다 차가
멈추는 바람에 자칫 전복되거나 낭떠러지에 구르게 되는
아찔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답니다
순간 아차 하는 생각과 방금 전의 모든 환희와 감동은 오간데 없이
불안과 근심과 떨림만이 가득해 어둔 산골짜기에
혼자 남아 견인차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근심 덩어리를
떠안게 되었습니다

삶이란 것들이
순간이라는 것들이 이처럼 보잘것 없고 변화무쌍하며
바람에 나는 풀잎 같아서 금방의 일들이 어찌 될지 모르는
존재의 허망을 접하고 나니 새삼 이 순간 지금의 모든 것들이
다만 행복이며 행운이란 걸 깨닫습니다

다음번에 이곳을 간다면 깨달음만 준 채 기어이 다가섬을 허락하지 않았던 북대암 가파른 언덕길을 걸어서 올라가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선 바위 등성이를 등에 지고 당당히 선 암자에 앉아
나의 어깨는 어떻게 여기에 이르며 살아왔는가를
곰곰 생각해보려 합니다

운문사에 방문해본다면 아침 혹은 저녁예불을 꼭 관람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여승의 염불을 듣노라면 온 세상 모든 여인이
얼마나 고귀하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럽고 위대한 존재인가를
알게 될뿐더러
그리움의 시작과 보고픔의 끝임을 가슴 깊이
깨닫게 될 테니까요








휘파람
2016
09







창백하지만
변함없이 거기 그렇게 일그러진 채
하얀 미소를
차갑게 지은 얼굴로 바라다보는 달님

월령 공주 Princess Mononoke ost가
가슴에 아롱집니다


노래하는 것들
꿈을 꾸는 것들
환상으로 다가서듯 멀어져 어둠에 흩어지는 모든 것들

하나를 소중한 뭔가를 하나 툭 떨군 채
남겨놓고 온듯한 운문사에
다시 찾아갈 빌미가 남으니
다른 곳에서라면 안타까울 일이
어이 이토록 가슴 설레는지 모를 일입니다


그리움은 댓잎에
보고픔은 앙증맞은 석상에
만남이라는 환상만큼은 어디에 걸어야 할까요?
운문사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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