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장가 휘파람 Sep 27. 2016

대한 제일의 절집 놀이터 통도사와 암자들

비밀의 화원이 연 걸리 듯한 영축산 통도사





암자들의 화려한 경연이 펼쳐지고

비밀의 화원이 연 걸리듯 하는

꿈결인 듯 바람결인 듯 훨훨 날아오르는 듯한

이상향의 무릉도원


영축산 골짜기마다 열려 말로는 다 형언키 어려운

그리움으로 남은 멋과 아름다움을 지녔기에

떠올리기만 해도 웃음꽃을 피게 하는 곳이 하나 있다


그곳은 그야말로

대한 제일의 절집 놀이터

영축산 통도사이다


문화와 역사와 건축적인 의미까지는 잘 모르겠기에

통도사 본사는 여느 절과 그리 다르지 않을뿐더러

산골짜기에 다닥다닥 들러붙은 낡은 건물들엔

남다른 감흥 없이 복잡하기만 할 뿐이다


하지만

통도사가 대한 제일의 절집으로 각인된 것은

첫 대면하는 일주문을 들어서자마자

개울 양옆으로 난 소나무 길의 한적하고 호젓한 맛 때문이다


계곡물 우측으로는 그야말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소나무길이 정성스레 가꾸고 가지런히 쓰다듬은 흔적이

역력하게 열렸다


초행길이라 차를 몰고 들어간 좌측 차도 역시 그에 못지않은

소나무 오솔길이지만 도보 길의 소나무가 훨씬 고목이고

기둥이 굵었기에 무조건 그 길을 거닐어보고 싶었다

그러하기에 물론 아쉬움도 크다


시뻘건 기둥에 시퍼런 솔잎이 치렁치렁 신선의 푸른 수염처럼

하늘거리는 모습은 아무리 바라보아도 물리거나 질리지 않는다


통도사가 가슴에 영원히 잊히지 않는 두 번째 이유는

구석구석 산을 통째로 마치 여기저기 얼기설기 파놓은 두더지

굴처럼 갈래갈래 엮어놓듯 이리저리 골짜기마다 널어놓은 듯

펼쳐낸 암자들의 향연이 극치에 달한 까닭이다


영축산 자락에 구석구석 길을 닦았고

그 길의 끝에는 연꽃이 달리듯 어여쁜 암자들이

배꼼 고개를 내밀어 인사하며 아리따운 자태를 뽐낸다


여느 암자는 수수하고 단출한데

어느 암자엔 아기자기한 자태에 홀딱 빠져 찬찬히 살펴보고

둘러보노라면 떠나고 싶질 않고

옆에 암자에 들어서면 희한하고 아리따우며 성스러운 모습에

홀딱 반해 온종일을 그 자리에 머물며 속세의

때와 옹졸하고 기이하며 무지한 욕심과 번뇌를

모두 내려놓고 싶어지기도 하다


또 다른 골짜기에 들어서면 비밀의 화원이 저리 가라 할 만큼

요정들의 놀이터 이기라도 한 듯

어여쁘고 아기자기하며 탐스럽고 찬란하기가 극치에 달한

극락에라도 이른 듯 나무와 꽃과 과일이랑 연못이랑

기와집이랑 대나무가 어우러진 모습엔

눈곱만큼도 떠나고픈 마음을 일어나게 하질 않는다


얼마 전 다녀온 인제와 정선과 영월의 강과 계곡이 말라

가슴을 아프게 하던 것과는 달리

수량이 풍부하고 맑고 깨끗한 개울에 발 담가

하염없이 노래하는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노라면

이보다 더한 호사가 없는 거라


이번 여행엔 절반의 암자를 돌았으니 다음엔 나머지 암자를 이른

새벽부터 찾아가 소풍이라도 온 듯이

행복을 마중하러 오기라도 한 듯이

통도사 암자를 온종일 누비며 행복한 시간을

가지런히 수놓아 볼 생각을 떠올리면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미소가 부풀어

가슴은 마구 설레어 행복이란 바로 이런 것이로구나

하는 탄성을 자아내게 하고야 만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암자 중 가장 먼저 들른 암자는

그다지 볼만한 것도 빼어난 모습도 없이 평범하기 그지없는 대도

여기저기 풀을 메고 호미질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기본에 충실한 평범이 이끄는 매력이란 바로 이런 걸까?


기쁨과 떠남에 대한 아쉬움이 대단했던 통도사 그 아리따운 암자들을

다시금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노라니 기쁨이란 삶의 욕구란

바로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것만으로 가을 연시 혹은 대추처럼 찬란하고

투명하며 맨질맨질 어여쁜 행복에 이름이 얼마나 기묘하고

신비로운 축복이란 말인가


아름답고 물소리 고요한 숲길에 만난 너무 예뻐 놀라 자빠질 암자에

홀로 앉아 하염없는 행복을 누리니

지금 난 온 세상 가장 행복하다


사랑하는 이

그리워하는 임을 모시고와

온종일을 이곳에 머물러 행복을 주고 싶다


하얀 서리를 모자처럼 뒤집어쓴 홍시가 졸고 있는 이른 아침

곁에 가지에 나풀거리며 희소식을 알려주기라도 하려는 듯

흥겨운 까치의 노래가 가슴에 메아리칩니다


그리움으로

다가섬으로

더불어 선 여행길에 떠올려 살포시 웃음꽃으로 일어서는

시간의 묘미가 연실처럼 풀리는 더없이 싱그럽고 후련한

꿈같은 여행입니다












휘파람

2016

09

매거진의 이전글 푸름을 채우는 신선의 비경 상원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