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를 가긴 했는데
천하의 명당 정족산 삼랑성이 에워싼 아늑한 강화도 절집으로 소풍 가던 전등사인데요
한 번 가보셨시꺄?
바람은 언제 어디로부터 불어와 예까지 다다랐을까? 그 세월을 불어온 바람은 오늘 어떤 바람으로 이 사찰을 휘감아 돌곤 또 어디로 가는 걸까?
단정하고 정갈하며 기이하고 서글픈 전설로 가득하고 놀라운 역사의 숨결이 골고루 흐르는 아름답고 단아한 호국의 절이며 마음의 고향처럼 익숙하고 하나하나 마음에 새겨져 스스럼이 없는 겨레의 대표적인 수호 사찰이며 조국의 아름다운 절 전등사
유구한 역사를 이어오며 겨레를 지켜온 바람이랑 섬세함과 너그러움 그리고 인간적인 전설과 아득하여 서러운 사연에 가슴 뭉클하지만 차분하게 가라앉아 세월을 음미하노라면 뿌듯하고 마음이 따스해지고 편안하기만 하다
잔털 날리는 병아리처럼 귀엽고 어리기만 하던 초등학교 시절 소풍 때면 두시간여를 걸어 다녀온 곳이 전등사다 봄엔 전등사 가을엔 광성보가 우리 학교의 소풍 코스로 이 두 곳을 번갈아 가는 것이었다
소풍날이면 갖은 나물이 들어간 김밥에 용돈을 챙겨서는 길고 지루하지만 마음 설레는 소풍길을 나섰던 것이다 어머니가 정성껏 말아준 기름 내음 고소하게 풍기며 계란이 들어간 맛깔스러운 김밥을 먹는 동안이 얼마나 깨소금 맛이고 삶은 달걀까지 벗겨먹는 담백한 맛에 얼마나 정신없이 맛나게 먹었는지 모른다 그때만 해도 허구한 날 날로 먹고 쪄서 먹고 끓여먹던 김치에 물리고 넌더리 나던 시절이었으니 이런 별미가 얼마나 맛있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나 양이 많았던지 소풍 때마다 김밥과 계란이 남았다 가을엔 잘 익은 홍시가 도시락통에 포근하게 담겼지만 대개는 긴 여행으로 한 두 곳이 터지거나 진물이 흘렀지만 달콤하고 말간 맛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전등사에 도착하면 절 뒷 공터에서 노래자랑을 하고 보물 찾기를 하고 장끼자랑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 가슴 설레고 두근거리는 보물찾기 시간이면 여기저기 보물을 찾아 헤매다가 아이들의 신나는 고함소리에 마음만 바쁘고 조급해질 뿐 졸업할 때까지 한 번도 보물을 찾아본 적이 없는 건 아직도 아쉽고 허탈하다 보물 찾기는 나와 인연이 없었다
소풍을 마무리하고 전등사를 나올 무렵이면 '싸게 줄 테니 어서 사가'라며 양손에 장난감을 흔드는 가게 아줌마들의 호객 행위에 주머니 안쪽 동전을 꼼지락거리며 갈등하고 망설이던 새카만 눈동자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런 추억의 장소를 수십 년 만에 찾아갔음에도 여전히 푸근하고 어린 시절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있다 그런 흔적을 눈으로 찾아 헤매다가 그 시절의 선생님과 아이들을 떠올려보노라니 은연중에 미소가 돋으며 행복해진다
맞은편에서 전등사가 자리 잡은 정족산을 바라보노라면 어찌나 편안하고 마음이 푸근해지는지 아무리 바라다봐도 질리거나 물리지 않는 어여쁘고 느긋한 모습에 반하고 만다 이만큼 놀랍고 경이로우리만치 멋진 산세를 본 적이 없다 명당 중에 명당이란 바로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일 게다
몽고의 침략으로부터 조국을 지키기 위해 팔만대장경판을 제작한 선원사와 더불어 정족산 사고를 수호한 호국의 사찰 전등사는 언제 보아도 녹음이 우거져 싱그러럽고 친근하며 단정하고 아늑하여 시간이 허락할 때마다 찾아가 걸어보고 싶고 한참을 앉아 바람소리와 풍경소리에 마음을 텅텅 비우고 앉아 서해 갯벌 바람을 맞으며 마음의 평안을 얻고픈 곳이다 하나에서 열까지 세상의 인연을 슬슬 비우고 오노라면 개운하고 가벼운 발걸음에 마음이 뿌듯하여 휘파람이 솔솔 불어오는 그런 사찰이다
아름답고 따스한 생명의 원천을 닮은 보면 볼수록 편안한 삼랑성으로 둘러친 정족산 한가운데 단정하며 다소곳하게 자리 잡은 전등사는 한적한 산책로가 되기도 하고 한가로운 휴식처이기도 하고 봄가을이면 먼데 학교의 수학여행이나 근처 학교의 소풍장소로 각광을 받는다
봄가을 운동회 날이면 어머님은 한 보따리의 음식을 해오셨는데 그중에서도 김과 계란을 함께 말은 계란 김말이와 멸치 볶음 그리고 산나물 무침이랑 도토리묵무침은 최고였다 그 담백하고 고소한 맛은 세상 어느 맛보다 고소했고 상큼했으며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았으며 차라리 행복하고 환희에 가까운 맛이었다
소풍 때면 절반만 먹어도 배가 가득하던 그 고소하고 달콤했던 어머님 정성으로 여문 김밥은 뭐니 뭐니 해도 다시는 맛볼 수 없는 사랑과 정성이 빗어낸 그야말로 생애 최고의 맛이었다
돈다발로 집을 채우고도 남을 만큼 많은 돈을 모은 재벌도 오후 네시에 찾는 간식은 단팥빵이요 '시민 케인'이라는 영화의 억만장자 주인공도 생의 마지막 길에 되뇐 것은 가장 행복했던 어릴 적 고향에서 타던 그립고 보고픈 썰매 '로즈 버드'였질 않았던가 아마도 나는 어머니 만들어주신 산나물을 부르며 어머니 곁으로 가는지 모른다
어른이 되어서 찾아가 본 전등사엔 한적함과 조금은 변해버린 모습 새로운 건물이 눈에 낯설지만 여전한 그 모습 그 화단에 그 고목나무 그 지붕 그 숲과 그 산 그리고 그 꽃들이 환하게 웃으며 정겹고 싱그럽게 반겨주었다
전등사에는 수백 년 묵은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은행나무가 대여섯 있다 이 은행나무엔 전설이 묻어있다
오래오래 전 조정에서는 전등사 은행나무에 은행이 많이 열리는 것을 알고서는 대략 대여섯 가마니 열리는 이 곳에 스무 가마니 가량을 조정에 바치라는 명을 내렸다는 것이다 절에서는 먹을 것 한톨 남기지 않고 박박 긁어모아봐야 겨우 대여섯 가마니밖에 차지 않는 은행을 스무 가마니를 내라고 했으니 이를 어쩐단 말인가..
원통하고 서러운 전등사 주지는 아예 다음 해부터는 은행이 열리지 말게 해달라고 나무에 고사를 지내게 되었고 이듬해부터는 은행이 열리지 않게 되었다고 하며 그때부터 전등사 은행나무엔 은행이 달리지 않았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대웅전 지붕에는 네 귀퉁이에 나부상이 조각되어 있다(맨 위 사진 처마 아래에 있음) 이는 여인네 모양이라고도 하고 원숭이 모양이라고도 하는데 전해 내려오는 전설에 따르면 이 대웅전을 짓고 있던 우두머리 목수(도편수)는 전등사 아랫마을인 온수리에 있는 주막에 들락거리며 술을 마시다가 그 주막 주모와 연정을 통하게 되었다고 한다
날이 갈수록 정이 든 도편수는 목수일로 번 돈을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가 바치게 되었고 대웅전이 완성되면 둘이서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자고 언약을 맺었다 세월이 흘러 공사가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 싱글벙글 신혼살림을 꾸릴 단꿈에 젖어 살랑살랑 춤을 추듯 주막을 찾은 도편수는 아닌 밤중의 홍두깨처럼 백주 대낮에 천둥번개를 맞은 듯 기절초풍할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일편단심 그토록 아끼고 사랑했던 도편수의 연인은 '나를 지워 주세요'라는 매몰찬 말만 남긴 채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이후 낙심하여 시름시름 앓던 도편수였지만 어찌어찌 정신을 단단히 고쳐먹고 대웅전을 완성하게 되는데 그 마지막 망새를 얹기 전 원망스러운 그녀의 조각상을 만들어 억만 겁을 무거운 대웅전 지붕이나 머리에 이고 있으라며 나부상을 기와지붕 처마 아래 서까래와 도리 사이에 얹어 놓았다는 것이다
사실의 내력이야 어찌 되었건 이 또한 그리움이요 용서이며 아픔과 질책 아쉬움에 대한 사랑의 매듭이고 가슴의 한을 풀어헤친 응어리이며 그 나부상을 기꺼이 지붕에 얹게 한 그 절 스님의 넓은 헤아림도 감동이요 도편수의 한이 되어버린 증표도 신기하고 기묘하다 또한 요즘 유행하는 그럴듯한 스토리텔링이 된 것이니 이 또한 전등사 내력에 흥미를 더해주고 있음이 얼마나 애처로운 관심거리인가
사랑을 잃은 사람이기에 잃어버린 사랑을 가슴 아파 가슴에 눈물샘이 말라버린 뜨거운 피가 흐르는 존재의 서러움이 거기 그렇게 처량한 모습으로 스며있다 인간적이라 함도 이러한 내막이면 새겨둘 만하지 않겠는가 이런 이야기를 기억한다면 전등사를 방문할 때 나부상을 찾아 바라보며 삶과 사랑 속세를 떠난 영혼의 고독과 인간사의 허망을 돌아보는 것도 여행의 새콤달콤한 맛과 멋이 아닐까
사람의 인연이야 어디 하루아침에 끊고 맺을 수 있겠는가마는 이러한 사연이 예까지 줄줄 흘러 꿈틀거리고 다가서니 이 또한 몽고의 침략과 저항과 고려왕궁 천도 삼별초의 대몽 항쟁 개화기 신미양요와 강화도조약에 이르는 서구와 왜구의 침탈과 상처와 역경을 딛고 일어선 강화도와 전등사의 역사가 빗어놓은 해탈의 경지에 이른 여유가 아닐까?
정족산 전등사 산등성이를 에워싼 삼랑성을 휘휘 돌면서 단군의 세 아들을 추억한다 한나절 온통 시커먼 갯벌엔 온갖 생명이 춤을 추며 신비한 자연의 거대한 섭리를 보이다가도 한나절이 흐르고 나면 허연 물거품을 물고서 대륙을 집어삼킬듯한 밀물이 사정없이 밀려와 어느새 푸른 바다가 되는 대자연의 경이로운 예술을 벌인다 강화도 그 모질고도 질기며 우리나라 좋은 나라 대한민국을 예까지 이끌어 온 뜨거운 열정에 또 한 번 깊은 감격을 감동스레 받아들이는 것이다
한반도에 인류가 살기 시작한 유물인 고인돌이 헤아릴 수없이 많은 곳 호국의 섬 강화도엔 단군이 하늘에 제를 지내던 마니산 참성단과 삼랑성 그리고 전등사와 정수사 보문사와 선원사 강화 성공회와 신미양요의 전쟁터인 광성보와 초지진 갑곶돈대와 정족산성 강화도 조약을 맺은 연무당 옛터 인생의 의미를 일깨워주는 밀물과 썰물로 끊임없이 변하는 갯벌과 감칠맛 나는 순무와 화문석 용흥궁과 교동 향교 대몽항쟁의 삼별초와 고려궁지까지의 강화 유적은 선사시대부터 근대까지 피난과 저항 불교문화와 겨레의 영광의 발자취는 대한민국의 역사의 속살처럼 빼곡하게 이어왔다
마니산 참성단에서 정족산 삼랑성까지 바다의 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한민족의 정신 사람을 백성을 널리 복되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온화한 목소리는 여전히 전등사를 감싸 안은 삼랑성과 더불어 은은한 목탁소리와 함께 불의와 권력과 황금만능주의와 부패를 씻어주는 성스러운 물결이 될 것이며 대한의 맑은 정신 너그러움에 대한 깊은 염원이 될 것이다
강화에 들어설 때 텅 빈 갯벌엔 게들과 함초와 바람과 개흙으로 텅 비임에 마음은 시린 듯 아득하여 우수에 잠겼었는데 지금 돌아가는 길에 바라다 보이는 갯벌엔 어느새 바닷물이 차올라 갯벌은 오간데 없이 바닷물만 허옇게 찰랑인다
텅 비인 갯벌의 한나절이 지나니 이토록 차오르는 충만함에 가득한 밀물만으로도 인생길 더없이 자상하고 여유로운 스승이시다
차오르는 희열과 벅차 오는 감동에 휩싸인 마음엔 핑그르르 새로운 의욕이 차오르고 행복은 얼핏 바라본 갯벌에도 가득 뿜어져 가슴을 채우니 살아있는 모든 것들의 젖줄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는 원리와 생명의 의미를 보여주는 스승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으리라
추억이 얽히고설켜있는 전등사가 이토록 가슴에 사무치는 건 단지 종교적인 의미나 호국에 대한 충동보다도 삶의 일부분을 이루고 세월에 추억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리라
한참을 걸어서야 도착한 전등사엔 보물 찾기가 한창이었고 노래자랑이랑 장기자랑이 전등사 그늘 아래 펼쳐져 가슴을 조이고 목청껏 부르던 수줍음에 부르던 맑은 노래가 흘러나온다 가슴 설레는 흥분과 기대로 수건 돌리기를 하며 이따금 가슴을 조이게 하던 그 아이 등 뒤에 살짝 수건을 떨구곤 사정없이 두 방망이질하는 가슴을 꼭 붙든 채로 빨개진 볼따구니 들킬까 종종걸음으로 자리에 앉던 세월이 열린 창문에 펄럭이는 커튼처럼 색 바랜 흑백 사진처럼 흘러온 흐릿한 시절이 선명한 듯 저만치 아련하게 떠오른다
배가 불러오는대도 고소함에 꾸역꾸역 집어넣던 김밥 오늘도 찾지 못한 보물찾기 놀이에 한숨을 쉬기도 하면서 놀이터요 학교를 떠나 자연의 품으로 떠나는 소풍은 꿀맛 같은 여행이었다 가을 소행을 가며 지나가는 관광버스에 손을 흔들면 마주 손을 흔들며 선물을 건네주시던 그 시절 한없이 고맙기만 하던 도시 어른들도 생각난다
소풍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온갖 신기한 물건을 흔들어대는 호객 행위에 살까 말까 고민 고민하다간 마지못해 하나 사게 된다 기념품을 양손에 들고 따라오며 기어코 장난감 하나는 사게 만들던 기념품 집 아줌마와 아저씨의 꽤임이 지금 돌아보면 식구들에게 줄 선물을 장만하게 해준데 대한 고마움이 스민다. 순한 웃음을 머금은 채 훈훈한 맘으로 그 시절을 회상하는 마음이 기쁨에 흥겨워진다
초등학교 육 년 동안 봄이나 가을이면 꼭 한 번은 들러야 했던 전등사는 요즘으로 말하면 현장체험 장소요 일상을 떠난 신나는 설렘이 가득하던 놀이터였으며 기쁜 행복을 쏟아내는 비밀의 화원 같은 장소였다
추억 희열 푸름과 한가로움 그리고 진기한 건물이랑 사천왕상의 무시무시함에 깜짝 놀라던 시간의 뒤뜰을 돌아온듯한 전등사 마음을 두고 그리워하며 보고파할 추억이랑 그러한 시간의 비밀의 화원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삶을 기름지게 하고 풍요롭게 하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추억을 그 시절의 선생님과 아이들을 돌아보는 나의 발걸음 그 시절 앉았던 자리에 다시 앉아 물끄러미 그 건물을 찬찬히 바라보며 바람을 안고선 시간이 어찌 그리 느긋하고 행복하며 떠나기 싫은 고향 같은 편안함이었던지 이런 걸 행복이라 하며 희열이라 부르고 삶의 말하지 못하는 소박한 기쁨이라 부르는가 보다
먼 시간이 흐른 뒤 오래전 같이 듣던 노래 가슴 깊이 남은 영화 영혼의 양식이 돼버린 음식에 대한 그리움 함께여서 좋았던 여행지를 돌아볼 때마다 첨에는 마음 울컥하고 먹먹하지만 거기에서 새로운 희망을 얻으며 깊고도 오묘하고 묵직한 행복을 맛보기도 한다 여행은 여행길에서야 비로소 운명 사랑 이별과 인생의 달콤하고 쓰디쓴 깊은 맛을 음미하게 되는 묘약을 얻게 된다
전등사를 보러 강화도에 오긴 했는데
어디를 보아야 할지 궁금하시죠? 그러시다면 아래를 참고하세요..
전등사는 고구려 소수림왕 11년에 아도가 진종사란 이름으로 창건하였고 충렬왕 때 전등사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전등사에는 보물 제178호인 전등사 대웅전, 보물 제179호인 전등사 약사전, 보물 제393호인 전등사 범종이 있다
전등사를 둘러싼 정족산에는 프랑스 침략군과의 전투를 승리로 이끈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삼랑성이라 불리는 정족산성이 있고 전등사의 보호를 받는 정족산 사고도 있다 정족산성은 한 시간 가량이면 다 돌아볼 수 있는 단출한 산책 코스이며 강화 갯벌과 마니산을 조망하기 좋으므로 전등사 방문 시
함께 둘러보면 좋을 것이다
전등사를 지나 좀 더 가면 정수사가 있으며 고려산에는 적석사와 청련사 백련사가 있고 석모도에는 눈썹바위로 유명한 낙가산 보문사가 있다 배를 타고 가는 것도 낭만이 가득할 것이다(현재 다리 공사 중이라 배를 타는 낭만도 없어지리라 교동은 다리가 놓였다)
드라이브를 하며 둘러보자면 흥왕리 동검리 동막리 장화리 외포리 창후리 선수리까지의 바닷길이 좋을 것이며 경치를 보자고 한다면 광성보랑 적석사 창후리와 망우리 벌판 동검도랑 동막해수욕장 그리고 연미정이 제격이다 강화는 섬이고 서해바다가 지척이다 해질 녘 아무 바닷가나 산등성이에서 펼쳐지는 서해 노을의 장관에 넋을 잃게 될 것이며 그런 일몰 순간 밀려오는 감동은 삶의 의미 인간세상의 모든 일들이 보잘것 없고 티끌처럼 사소로운 것임을 새삼 깨달으며 형언할 수 없는 감동에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다
유적지를 보자면 강화 읍내의 몽고의 침략으로 왕궁을 옮겨 저항했던 고려궁지와 강화도령이라 불리던 철종이 살던 용흥궁 한옥 스타일로 단아하게 지은 성공회랑 강화도 조약이 체결된 연무당 옛터 마니산 참성단을 둘러봄이 좋을 것이다
강화도 조약에 이르기까지 서구 열강의 침략에 맞서 싸운 전적지를 둘러보자면 바닷가와 갯벌을 따라 갑곶돈대 용진진 화도진 덕포진 신미양요 때 미군의 침략을 맞아 어재연 장군을 비롯한 병사 전원이 순직한 광성보 덕진진 초지진 정족산성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돈대와 보와 진을 돌아보며 나들길이랑 바닷길을 갯벌따라 둘러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또한 다리가 놓인 교동에 가서 시골 내음도 맡고 중국과 교류하던 교동과 교동 향교를 들러보고 바다 건너 북녘땅을 바라보며 세상 모든 나라를 자유로이 왕래할 수 있으면서도 오로지 한 곳 자신의 고향땅만은 생애가 다하도록 평생 한 번도 가지 못하는 고향을 잃은 겨레의 아픔과 헤아리기 힘든 인간의 절망 이념의 칼날이 얼마나 차갑고 기묘한 것인지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의미가 있질 않을까? 통일과 겨레의 분단 해무 너머 연백평야의 아스라함을 느껴보노라면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강화하면 순무김치랑 고려인삼이 유명하니 지나는 길에 그 맛을 보는 것도 좋겠다
드넓은 갯벌을 지나 황소 눈망울 만한 허연 물거품을 물고 밀물이 밀려온다 그 물결 위로 시뻘건 구슬이 바닷속으로 어느 결에 사라지고 나면 바다 갯벌 하늘은 뭐라 형언하기 어려운 보랏빛 붉은빛깔 노을이 온 세상을 물들이는 찬란한 경이로움이 펼쳐진다 그 장관의 한가운데 서 있으면 가슴은 숭고해지고 그 장엄한 경이로움엔 왠지 모르게 묵직해지고 뭉클해지는 것이다 전등사 갯벌 그리고 강화도가 세월을 짊어진 채 묵묵히 서 있을지라도 그 세월에 아랑곳하지 않는 물결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인간 세상의 일들은 되로한 채 어둠 가운데 여전히 철썩이며 나그네의 발걸음을 집어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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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
2016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