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연극'단테 신곡'
1. 신곡에 대한 이해
작가 단테 알리기에리는 피렌체의 당쟁으로 겔프당에서 축출되어 망명 생활을 하는 동안 『신곡』을 썼다. 당시 피렌체는 교황권과 제국권의 갈등 속에서 혼란을 겪었으며, 단테는 교회의 세속화와 부패한 질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단테는 자신을 지옥을 떠도는 순례자로 등장시키고, 교회 문제를 대담하게 다루었다.
이 작품이 위대한 고전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당대 이탈리아 문화를 문학적으로 승화시키는 동시에 이탈리아어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라틴어가 지배적이던 시대에 단테는 토스카나 방언으로 집필하며 이탈리아어의 독창성과 가능성을 옹호했다. 이는 이탈리아 표준어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지식인의 언어를 대중의 언어로 전환하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또한 단테는 토마스 아퀴나스, 아리스토텔레스, 그리스·로마 신화 등 중세의 백과적 지식을 폭넓게 활용해 지옥‧연옥‧천국으로 이어지는 서사 구조를 탄탄하게 구축했다. 그는 현실의 부조리와 사회적 부패를 천벌로 표현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고, 정치가이자 시인으로서 자신의 자아를 작품 속에 절묘하게 투영했다.
단테의 개인사를 들여다보면 작품의 층위가 더욱 복합적으로 보인다. 그는 자신을 주인공으로 삼고, 존경했던 시인 베르길리우스와 어린 시절 사랑했던 베아트리체를 안내자로 둔다. 고된 망명 생활 속에서 정치가, 이론가, 시인으로서의 경험을 작품 곳곳에 녹여냈고, 이를 통해 단순한 내세 여행 이상의 유배와 소외의 고통을 구원의 서사로 승화하려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단테는 작품 속에서 순례자, 시인, 개인이라는 삼중적 자아를 통해 독자를 끌어들인다. 그는 구원을 갈망하는 구도자이자 윤리적 심판의 관찰자로서, 독자가 지옥도의 매혹에 빠지면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도록 독특한 위치를 취한다.
2. 현대 한국에서의 연극 『신곡』
이처럼 복잡한 배경을 가진 『신곡』을 현대 한국에서 연극으로 무대화하는 일은 매우 도전적이다. 『신곡』의 위대성은 역사적 맥락과 단테의 개인사에 대한 이해 속에서 더욱 돋보인다. 그러나 오늘날 관객에게 단테가 말하는 구원은 당대 기독교적 세계관과 개인적 경험에 깊이 묶여 있어 쉽게 공감되기 어렵다.
그래서 이번 연극에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왜 지금 『신곡』을 무대에 올리려 하는가였다. 지옥 장면의 시각적 카타르시스를 구현하려면 상당한 규모가 필요하고, 형이상학적이고 번역투의 대사를 연극이라는 매체에 맞추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메시지 자체가 현대 관객에게 공감대를 얻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현대로 번안하는 과정은 많은 고민을 요구했을 것이다.
실제로 이번 연극은 무대 장치를 최소화하되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고, 배우들의 신체 표현을 통해 시각적 카타르시스를 전달하려 했다. 또한 단테의 여정을 기독교적 서사 대신 일상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존재론적 여정으로 재해석했다. 연옥과 천국 부분을 압축해, 관객이 따라가기 쉬운 구조로 만들었다.
흥미로운 점은 원작에 대한 기본적 존중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책의 내용을 그대로 옮기지 않았지만 원작의 분위기를 살리려 노력했고, 연극화가 특히 어려운 연옥과 천국을 과감히 축소했다. 공연 중 배우가 "연극이 오늘날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이것은 연극일 뿐"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창작진이 이 작품을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여줄지에 대한 우려를 엿볼 수 있었다.
이번 연극은 신체극적 비주얼과 현대적 결론에서는 성공했지만, 원작의 언어를 거의 그대로 옮긴 대사는 관객에게 낯설게 다가오는 편이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번역도 다양하게 비교되는 '신곡'에서 나름대로 고전의 중심을 지키려는 태도는 '낯섬'보다는 그 '존중'의 의지를 인정해줘야 하지 않나 싶다.
노력도 노력이지만 특히 『신곡』을 여러 캐릭터를 동시에 소화하는 배우들의 역량, 지옥 장면에서 보여준 신체 표현의 독창성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무용극에 가까운 연극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연출가가 단테의 삶에서 느낀 성찰과 구원의 문제를 전하고자 한 의도가 진심으로 다가왔다. 지금까지의 연출을 하나하나 정리해보면, 앞서 말한 질문에 대한 답으로 연출가가 현대 한국인들에게 단테가 제시한 "성찰의 문제"를 제시하려고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연 전 베르길리우스 배우의 오랜 연기 생활을 기념하는 메시지가 삽입되어 있었는데, 1300년대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전달하려는 예술가들의 시도와 만나면서 단테와 같은 젊은 관객에게 묘한 감동을 주었다. 베르길리우스 배우의 탁월한 발성과 연기는 '길잡이'로서 탁월했다.
연극으로 변주된 『신곡』은 현대인의 공감과 해석을 새롭게 모색한 사례로, 원작에 대한 깊은 존중과 현대적 해석의 조화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