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는 좋다고 하지만 행복하지 않아보여요
모두가 떠나가는 그현장
가끔 거기 있던 상사와 연락을 한다. 연락을 해보면 느끼게되는건 하나 있다. 정말 잘 나왔다 라는 것.
현장 근무를 하면서 정말 저 사람에게는 배울게 있다라고 생각이 들었던 분도 다른 회사로 이직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분은 정말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책임감과 자부심으로 짊어지며 화물연대 파업, 시멘트 부족으로 콘크리트 타설 불가, 기상악화등의 온갖 악재가 겹친 막막한 현장을 이끌어가던 분이었다.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해본적은 없지만 가끔 그분은 본인의 속마음의 매우 일부분을 씁쓸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말하곤 했기에 대충 그 연장선으로 이직을 결심하게 된 듯했다. 그렇게 하나 둘 떠나가고 내가 처음 입사할때 당시와 조직도를 비교해본다면 70%가 넘는 인원의 구성원이 바뀌었다. 다 각자의 이유는 있겠지만 떠나기를 결심하기까지는 큰 이유가 수반되어야 가능한 것 아닐까?
나도 그만두기 직전엔 엄청났다. 매주 드론으로 공정상황을 담은 전체 동영상을 찍어 보내라고하며(전 노선 다 찍으려면 2시간은 족히 걸린다), 이를 또 캡쳐하여 ppt자료로 정리했다. 어느부분에 뭐가 들어와야하는 상황인지도 글상자까지 넣어가며 보고하라고 했다. 사진 구도가 마음에 안드니 다시 캡쳐를 해야한다라고 말하는건 부지기수. 또 별개로 매주 얼마나 공정이 진행이 되었는지 노선도 상에서 표시하여 보고하여야했다. 구조물 같은 경우 도면에서 색을 칠하며 어느 높이까지 진행이 되었는지. 본사에 보고하는 자료만 4~5가지는 되었다. 진짜 말도 안되는걸 시켰다. 그것도 사무실에서 현장을 보지도 못하는 사원에게 말이다. 그렇게 열심히 꾸역꾸역 들어오는 업무를 쳐내는 나는 6시만 되면 여자친구를 보러가는 내 동기를 보면 정말 열불이 났다. 비슷한 이유로 그분도 떠나가지 않았을까.
모르면 알려주고. 따뜻하게 감싸주고.
"잘 감싸주고 그래야지 그게 뭐냐, 모르면 알려주고 사람이 그래야한다. " 내 직속 상사였던 사람이 내가 연락하는 상사한테 한 말이라고 한다. 그 말을 들을 때 내가 생각났다고 했다. '그래서 본인은 개더(필자)를 감싸주고 알려주고 그렇게 따뜻하게 대해줬나? 일이라는 일은 다 던져버리고 방치했으면서 무슨자격으로 그런 말을 할까?'
나는 이 이야기를 들었을때 그래도 누군가에겐 내가 열심히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기억에 남아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름 내 노력이 인정을 받은 것 같아 뿌듯했다.
그래서 행복하신가요?
묻고 싶다 남은 그대들에게. 그래서 행복하신가요?
처음에 가정을 꾸리면 멀리 떨어져서 평생을 지내야한다는게 썩 내키지 않았다고 하였지만, 평일에는 싸울일도 없고 신경쓸 것도 적어서 이 생활이 얼마나 좋은지 아냐? 오히려 결혼하고 시간이 지나면 이 생활이 더 좋은거다. 라는 말을 틈만 나면 하곤 했다. 그러면서 결혼은 빨리 해야한다라고 했었다. 여기가 좋다거 말하지만 금요일만 되면 어쨌든간 빨리 업무를 끝내고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갈 채비를 서둘러하여 사라지던 그대들. 말로는 행복하다고 하면서 변화가 두렵고 현재의 삶에 그냥 끼워맞춰지다보니 만족이라는 최면을 걸면서 살아가는 것 아닌가요? 제 눈엔 그렇게 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