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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더 Dec 16. 2023

토목 건설현장에서의 why?

수만 가지가 있지만 그중 몇 가지

토목 건설현장에서 근무를 하며 이해를 하지 못하였지만 그냥 흘러가는 대로 넘겨버린 것들이 수만 가지가 있지만 그중 몇 개만 나열해보려고 한다


경력관리를 하는 한국건설기술인협회

건설업계에서 일을 하려면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 몇 명 이상 있어야 하고 등등의 자격을 부여하는 한국건설기술인협회라는 게 있다. 초급, 중급, 고급, 특급으로 자격관리를 할 수 있다. 연회비는 2~3만 원이며 단순계산으로만 본다 해도 엄청난 금액이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교육을 제공하며 기본교육과 최초교육 등 교육수강시마다 10~20만 원이 넘는 금액이 들어가게 되는 걸로 기억한다. 물론 이는 회사에서 부담해 주는 금액으로 처리가 된다.

 건설업의 경력기술서와 같은 경력관리는 이 협회에서 한다고 볼 수 있으며, 자신이 어떤 공사종류의 현장에 있었는지, 해당 현장의 주요 기술이 무엇인지, 내 직급이나 권한이 무엇으로 참여를 했는지 등을 관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일 처리함에 있어서 승인 시간도 오래 걸리고 나 같은 경우는 처음에 최초가입 시 관련학과인지 여부를 확인하려면 등기로 해당 문서를 보내야 한다는 등 역시 건설답게 구시대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었기에 계속 확인을 해야만 했다. 이 많은 돈을 받아서 도대체 어디다 쓰는 걸까? 첫 번째 의문이었다.


저 사람들은 어떻게 월급을 받는 걸까

 물어보면 네가 알아서 해라. 다른 부서더라도 그냥 네가 해. 등등 그냥 다 떠미는 경우가 참 많았다. 내 동기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어느 현장이나 비슷비슷했다. 하지만 강하게 키우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고 그냥 몰라서 대답을 회피한 것이었다. 일례로 내 동기의 사수는 부장이었다. 입사한 지 두 달에서 세 달 차인 동기에게 설계변경을 시켰고, 당연히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일을 혼자서 척척해낼 수는 없었다. 부장한테 검토를 요청하여도 검토는커녕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고, 물론 그 결과는 감리한테 까이는 결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그 부장은 검토를 할 수가 없었던 것 같다. 엑셀을 다룰 줄도 모르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동기뿐만 아니라 나도 그렇다. 건설정보관리시스템인(PMIS)를 이용하여 공문을 주고받는데, 새로 온 기계와 전기 부분의 부장님들에게 친절히 알려드리고, 아이디도 생성해 드렸다. 그 마저도 귀찮으신 나머지, 내가 공문 주면 알아서 스캔해서 올려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난 현장에 나가지도 않는데도 매일 만보이상을 사무실에서 뛰어다니는데 유튜브로 골프만 보시는 그분들은 그 업무마저 내가 해드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 것 같다.

 회사는 왜 저 사람들을 고용하고 돈을 주는 걸까? 내 월급을 올려주지... 하는 아쉬움


불편하시겠지만 그게 왜 그렇게까지 가는 거죠?

 현장에 있으면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 생활불편신고, 지자체, 국토부 등 민원이 접수되는 경로도 다양하다. 먼저 민원이 접수되면 그에 맞는 답변을 해주어야 한다.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사진을 찍어 사진대지를 제작하며, 도면상에서 어느 위치에서 발생된 민원이며 이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조치를 취했다. 또는 취할 예정이다와 같은 답변을 기승전결과 같은 경위서를 작성하여 회신을 한다.

 물론 도로건설 현장으로 인한 불편함이 많을 것이라고 느꼈다. 많이 불편하실 것 같다.라는 생각도 많이 하고, 암반이 있어 폭약으로 발파하는 작업과 같은 경우는 진동으로 인한 피해도 많을 것이다. 따라서 이는 건설 공사가 진행되기 전 용역을 맡겨 해당 공사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피해가 예상되는 가옥등을 리스트업 하여, 기존 크랙이 있는 경우는 추이를 보기 위한 준비도 해놓는다.

 하지만 이런 공사로 한탕하시려는 분들도 꽤 있다. 예를 들면 모 종교시설은 폭약으로 인하여 앞으로 석축이 밀렸다. 그러니까 지하주차장을 만들어달라.... 와 같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석축이 앞으로 밀려서 다시 해달라도 아닌 지하 주차장을 만들어달라... 많이 불편하셨죠..? 불편하시겠지만 그게 왜 그렇게까지 가는 거죠..?


제가 고용되어하는 업무가 이것까지인가요?

 현타가 가장 많이 왔던 것은 분명 나는 회사 일을 하러 온 건데,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라는 것이었다.

1. 현장소장의 변경으로 인한 청소

 현장소장은 현장에서 왕으로 군림하는 듯하다. 새로운 현장소장을 위한 원룸을 구하였고, 그 방을 직접 가서 청소해 드리고 짐을 풀어드리고, 커튼도 달아드렸다. 물론 업무시간 외에 퇴근시간이 넘었는데도 진행되었다. 제가 청소부인가요? 어디까지 해드려야 하는 거죠?

2. 세차

 비포장 흙길을 다니다 보면 차가 엉망이 되어있다. 이는 주말에 근무하는 사원의 몫이다. 쫄쫄 흐르는 수돗가에서 차에 물을 뿌리고 흙을 털어내고 차 내부의 발판도 다 빼서 털어야 했으며, 차는 3~5대까지 주말 동안 이 작업을 끝내야 했다. 마음 같아서는 주유소 자동세차를 맡기고 싶었지만, 주유소에서도 흙으로 뒤범벅된 차량을 거부하였다. 매주 주말마다 사원급이 알아서 청소해 드리니 주요 사용자는 진흙범벅된 신발을 털지도 않고 그대로 올라타고, 더러워지면 야 차 좀 깨끗하게 관리 안 하냐? 와 같은 불평불만을 한가득 보였다.

지들이 깨끗하게 타면 될걸 왜 남 탓을 하는 건지..


3. 대리운전

 가끔 본인들 술 마시고 야간에 21~01시 사이에 전화가 온다. 야근을 하고 있는 게 뻔하니 불러낸다. 차 끌고 한 명 더 데리고 여기로 좀 와라. 차 있으니까 차 끌고 가야 해. 그렇게 야근을 하다 말고 대리운전기사가 되는 것이다. 쳐 술을 마시셨으면 택시를 타고 오시던가 야근하는 애한테 그런 것까지 시중을 들라고 하니...


다른 곳은 어떨까

 다른 곳으로 갔으면 어떨까 싶긴 하지만, 결국 넓지만 알고 보면 엄청 좁아터진 건설밥 먹다 보면 겹칠 사람들이었기에 언젠가는 겪을 사람들이었다. 몇몇 엄청 만족하고 사는 또래들도 있다지만 대부분은 이러한 이유로 건설사를 떠난다. 우리나라의 건설현장에 한국인이 적은 이유는 이러한 이유가 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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