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개더 Dec 02. 2023

네가 어디 가서 이 정도 벌 수 있을 것 같아?

가스라이팅이 이런 건가요?

저 그만둘까 생각 중입니다.라고 말하기까지

 엄청난 고민을 했다. 나는 대학교4학년 올라가기 전부터 취업에 대한 고민걱정이 엄청났었기 때문이다. 뭘 더 준비해야 취업을 할 수 있는지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는 전공도 아니었고 그에 따라오는 막막함, 스트레스로 살도 계속 빠졌다. 면접을 보러 대전 서울 등등을 지방에서 다니는 스트레스도 엄청났었다. 나에겐 취업준비란 그냥 스트레스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얻은 직장이고, 인턴제외하고 첫 직장인데 그걸 그만두겠다니.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드릴 때마다 씁쓸하게 “야근 중이다. 이게 맞나 싶다.”라고 말을 하는 자식을 보면 부모님의 가슴은 타들어갔을게 뻔하지만, 이것도 안 하면 미칠 것 같았다.


 물론 입사 첫 3달은 어리바리 시간도 잘 가고 월급이 들어오는 걸 보면 쏠쏠하다고 생각했다. 그 이후 몇 달 만에 생각이 바뀌었다. 시달렸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터.  상사들은 가족들보다 더 오랜 시간 이전 몇몇 현장에서 함께해 온 동료들이 더 가족 같아 보였다. 하지만 난 비밀하나 없이 다 떠벌리고 다니는 그들에게 나를 보여주기가 싫었다. 돌아보면 이런 점 하나하나가 다 안 맞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이걸 그만두게 된다면 뭘 할 수 있을까를 계속 찾아보았다. 대학 4년 동안 배운 게 이거밖에 없는데 그럼 뭘 하지.. 답이 없었다. 그렇게 또 몇 달을 “하... 이게 인생인가”라는 현타 타임을 매일매일 23:00까지 업무처리를 하면서 생각했다. 그러다가 일 년을 딱 채운 후 던졌다.

(숙소에서의 천장뷰)

네가 어디 가서 이 정도 벌 수 있을 것 같아?

 그만둘까 생각 중이라는 말을 그나마 제일 이야기 잘 들어주는 차장님께 던졌다. 처음에 듣자마자 한 말은 “올해 내가 들었던 이야기 중에 제일 충격이다.”였다. 내색을 거의 하지 않았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한 시간 넘게 이야기를 하고 더 잘 생각해 보라는 말을 들었고 난 이미 확고했기 때문에 다음 달 말까지 근무하겠다고 못을 박아버렸다.

 말을 꺼내고난 후 대략 여섯명이랑 개인적으로 상담을 줄이어 하게되었다. 그중 제일 기억에 남는 말은 팀장한테 들었던 말이다. 네가 어디 가서 이 정도 벌 수 있을 것 같아? 진짜 딱 듣고 나서 생각한 건 너무한다였다. 몇몇은 “그래도 한 현장은 끝내봐야하지 않겠냐”라는 반응이었고 몇몇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도전할 수 있을 때 잘 생각했다”라고 응원해 주는 반응이었지만 팀장은 안 좋은 쪽으로 말했다.

 기억나는 몇몇 이야기를 말하자면, “네가 어디 가서 이 정도 벌 수 있을 것 같아?”, “평생 맞벌이하면서 살아도 힘들다.”, ”네가 그렇게 뛰어나지도 않은데 뭐 하러 그런 결정을 하냐 “. 뭐 회유도 아니고 네가 뭘 하던 어떻게 하던 안 잡는다로 시작해서 끝은 가스라이팅이었다. 내 자존감도 팍팍 갉아먹으면서 너는 여기가 딱이니 어디 갈 생각하지 말라는 압박을 하는데 꼭 이렇게까지 말해야 하나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이후로 팀장과는 끝날 때까지 거의 말도 하지 않고 내가 그만두는 게 맞는 건가 싶을 정도의 텐션을 유지했다.


저 그만두는 게 맞나요? 왜 야근을 하는 거죠?

 마지막까지 야근이었다. 내가 하던 업무는 원래 본인들이 하던걸 쪼개서 던져준 탓인지 인수인계를 받을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5시 50분이 되어서야 “야 일로 한번 와바라” 한 후 시작된 인수인계. 6시 30분이 되어서야 끝났다. 아직 짐은 다 싸지 못한 상태였는데도 끝까지 나는 그냥 그들이 원하는 대로 맞춰드렸다. 끝나고 나서 그들은 밥을 먹으러 차를 타고 사라졌다. 나는 책상을 마저 정리하고 서둘러 짐을 마저 쌀 수 있었고, 일곱 시는 되어서야 현장을 벗어날 수 있었다. 누구는 거의 오전근무만 하고 사라지던데 나는 그냥 끝까지 야근이었다.


여덟 시쯤 온 전화

일단 서울로 향하는 길이었다. 전화가 한통 왔다. 팀장이었다.  “너는 어딜 가던 열심히 하니까 잘할 거다”라는 말이었다. 이렇게 말해줄 수 있으면서 왜 그땐 그렇게 말했나 싶었다. 그렇게 끝나버렸다.

이전 05화 건설사 현장에서 삶의 낙을 찾아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