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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더 Nov 18. 2023

건설사 현장직 내의 직무변경

공사에서 공무로

시작은 공사였는데요 갑자기 공무를 하래요

공사팀에서의 시작

 현장에서 첫 시작은 공사팀이었다. 현장은 터널을 뚫는 구간이 있었고, 몇백 미터 정도의 교량 십여 개의 현장으로 어디가 어디인지 파악하는데 이주정도 걸렸던 것 같다. 그래서 공사팀이 현장을 둘러볼 일이 있으면 차에 따라 타고 구경하며 하나하나 기록하고자 노력했다.


살기 위해서는 기록 또 기록

 처음은 현장 파악이 너무 어려웠다. 일단 현장이 10킬로 조금 안 되는 길이의 왕복 4차선 고속도로로 비포장 도로를 달리며 현장 전체를 둘러보려면 2시간이 넘게 소요되었다. 현장을 둘러보기 위한 차량이 나한테 있는 것도 아니고, 해봤자 일주일에 한두 번 밖에 따라나가지 못할뿐더러, 교량과 터널뿐만 아니라 수로암거, 통로암거, 측구 등 꽤나 다양한 구조물이 있었다. 심지어 네이버나 카카오지도에는 끝나야 표시되는 도로를 건설하는 작업이다 보니, "그래서 그 구조물을 보려면 어느 도로로 가야 했더라..?"의 무한 반복이었다.

 현장을 빠르게 파악하기 위해서 나는 현장을 둘러볼 때마다 네이버 지도의 핀을 이용하여 각 구조물의 위치를 짚어넣고자 하였다. 또한 웬만한 구조물의 사진들은 다 찍으려고 노력하였다. 사진에 gps 기록이 되어있으니 이게 어떻게 생겼더라..? 싶으면 사진에서 찾아보면 되었다. 그리고 지도를 확대해서 보면 사진을 기준으로 현장 노선이 자연스레 표시되어 매우 좋았다.

 상사들이 설명을 해줄 때 아무리 전공을 했어도 현장의 용어는 또 달랐기에 그 용어를 알아듣는 게 최우선이었다. 먼저 수첩에 기록을 하였다. '데모도 안 나게 잘해야 한다', '구배가 이렇게 되어있는 걸 평평하게 다 깎아야 하는데 언제 다 하겠니', '데스라는 어째됐냐' 등등 일본에서 유래된(?) 그런 용어가 너무 많았다. 일단 기록을 했지만 나중에는 애플워치의 녹음 기능을 켜놓고 일을 배웠다. (협력업체들한테 작업 지시를 하거나 계약 관련 전화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항상 한쪽에 에어팟을 끼고 일을 했었고, 그때 녹음된걸 몰래몰래 들으면서 따라가려고 노력했다.)


 용어 관련하여 궁금하다면 한국도로공사 공식 블로그에서 ‘우리길 우리말’이라는 pdf를 다운 받아서 보면 도움이 될 것같다.

https://m.blog.naver.com/PostView.naver?blogId=exhappyway&logNo=222110291267&referrerCode=0&searchKeyword=우리길%20우리말



야 니가 공무팀 가게 되었다.

 내 동기도 있었고 나보다 일 년 위의 사원도 있었지만 내가 공무팀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거의 3개월 조금 넘는 기간 동안 공사팀에 있다가 결정된 사안으로, 어안이 벙벙하였다. 왜 공무팀으로 가게 되었는지를 들어보자면 그래도 내가 셋 중엔 빠릿빠릿하고 그냥 잘못한 건 잘못했다고 말하는걸 높이 평가하여서(?) 뽑혀가는 모양이었다. 나머지 둘이 아닌 왜 나였는가를 물어봤을 때 "니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을 하는 그런 거 안 하잖아"라는 말을 들었다.

 현장을 알아야 공무팀으로 업무를 함에 있어서도 막힘없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공사팀에 남겠다라고는 말했었지만, 병아리가 무슨 힘이 있겠나.. 그냥 공무팀으로 가게 되었다.



공사와 공무 그리고 한탄


그래서 공무랑 공사는 뭐가 달라

 둘 다 현장 근무를 같은 사무실에서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동일하다. 공사팀은 전체적은 공정과 공사 일정 그리고 현장에서 제대로 작업이 진행이 되는지를 진두지휘하는 역할이고, 공무는 현장을 진행하다 보면 발생하는 민원처리, 설계변경, 대내외 보고업무 그리고 협력업체 기성관리 등의 업무가 주요 업무라고 생각하면 된다.

 쉽게 말하자면 공사는 필드에 나가서 땀 흘리며 뛰는 역할, 공무는 사무실에서 오만 서류 작업을 하는 역할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각자의 장단점이 명확한 것 같다.

 공사는 추울 때 더울 때 현장에 나가서 일을 한다는 것, 공무는 사무실에서 더우면 에어컨 켜고, 추우면 히터 켜고 편하게 일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공사의 장점으로는 현장 나가서 이렇게 저렇게 하다 보면 시간도 잘 가고, 답답한 게 덜 한 것 같다.  


어떤 걸 더 선호했어?

 솔직히 선호도라고 하면 공사가 더 좋았던 것 같다. 물론 체질상 땀을 엄청 흘려서 공사랑 안 어울린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현장에 있다 보면 잡생각도 없었고, 시간도 잘 갔고, 재밌었다. 그래도 공무도 계약 내역서와 계약 관련된 것들도 하나하나 배우고, 민원처리할 때도 어떤 식으로 문서를 작성을 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으며, 제일 좋았던 건 말을 어떻게 조리 있게 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는 점이 제일 좋았다. 내가 직접적으로 연락하는 협력업체가 30~40개 정도에 현장 작업 팀장과 계약담당 인원 등 워낙 연락을 주고받을 일이 많았다. 따라서 부모님보다 나이도 많은 분들께 어떻게 잘 말해야 오더가 잘 들어가는지를 고려하고 이야기를 했어야 했다. 아무리 하청인 협력업체더라도 갑질을 하기보다는 존중을 하며 부탁을 하고자 노력하였다. (원래 다 그렇게 하는 게 맞지 않나?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겠지만, 그냥 X발 언제까지 기다릴까요? 하면서 욕부터 하는 사람도 많은 게 건설업..)


왜 나한테 다 오는 건데.

 병아리다 보니 이런저런 잡무들 다 나한테 왔다. 진짜 너무 싫었다. 내 동기가 못하면 나한테 다 넘어오는데 합리적인 작업지시면 모르겠다. 나는 야근을 10시 11시 기본으로 하고 누구는 6시만 되면 사라지는데 그 사라지는 인간이 못한다고 야근하는 애한테 업무를 더 던져주니 너무 억울하기도 했고, 화나기도 했다. 그래도 꾸역꾸역 계속해나갔으며, 내가 하는 게 있다 보니까 나중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겨서 나한테 'X발 니가 좀 챙겨서 해, 맨날 사무실에 있으면서 그런 걸 니가 쳐 해야지' 하면서 내 동기의 업무를 나한테 떠넘긴 부장한테도 '부장님 이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하면서 섭섭했다라고 말도 했었다.

 그렇게 변경된 직무도 적응하고 따라가고자 노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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