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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더 Nov 11. 2023

건설사 현장직 수습기간 3개월

어쩌다 보니 여기입니다 /  삶의 낙을 찾기 위한 과정

어쩌다 보니 여기입니다.

어쩌다 보니 여기입니다.

 현장 사무실로 향하는 길에 정말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기대하던 첫 현장이기도 하고 4년 내내 배운 전공을 실제 실무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도 궁금하기도 하였으며, 본가에서 4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현장으로 간다는 불안감도 있었다. 일단 신입이니 군기는 바짝 들어있었으며, 굳은 표정에서 바짝 얼어있겠구나 싶었을 것이다. 그렇게 한 시간 조금 넘게 달려 도착한 현장사무실. 일 년 정도 차이나는 사원이 나를 안내해 주었다. 짐은 여기에 풀면 되고 바로 인사부터 드리자고 말해주었다. 내심 나이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짐을 푼 장소는 사무실 바로뒤에 똑같은 외관으로 지어진 가설숙소였다. 그래도 1인 침대도 있고 옷을 걸 행거도 있었으며, 방마다 화장실과 에어컨은 구비되어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막막함 그 자체였다. 어쩌다 내가 여기 있는 것인가. 이제껏 도시에서 나고 자라 이런 산골짜기 가설숙소에서 지내야 한다는 게 참 믿어지지 않았다. 바깥은 가설펜스로 둘러싸인 곳이었으며, 기온마저 영하로 떨어지는 차가움 그 자체였다.


적응이 쉽지 않더라고요

 진짜 적응이 쉽지 않았다. 20명 남짓한 현장직원들과 함께 살아가는 게 남들이 봤을 땐 어떨지 몰라도 난 정말 어려웠다. 내가 경험한 군대보다 더 군대였다. 다 나 까 말투를 그냥 기본적으로 쓰고 "선임이 하면 좀 거들고 해라" 이런 말을 자주 들었으니.. 이런 사소한 것에서도 맞지 않았으며, 추후에는 업무를 지시할 때도 야 이거 해, 내일까지 해야 해 또는 내가 하지 않은 것도 "너 쉬팔 뭐하냐 이거 왜 이따구로 했냐"라는 말을 종종 들었으며, 처음 보는 자료라고 솔직하게 말을 하면 "너 쉬팔 말꼬리잡냐? 어? 이 새끼 봐라"와 같은.. 폭언은 기본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폭력은 없었다는 점? 정말 적응이 쉽지 않았다.



삶의 낙을 찾기 위한 과정

현실이 이렇더라고요

 일단 나름 여기에서도 낙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원래는 취업하면 글도 쓰고, 그림도 그려보고, 블로그도 해보고, 유튜브도 해보는 등 다양한 경험이나 부가적인 수익을 창출할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행복한 시간도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옆방을 쓰는 사람의 숨소리마저 다 들리는 가설숙소. 뭘 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 눈치가 보여서 패딩 입고 아무것도 없는 빛조차 없는 밖으로 나가서 통화를 할 정도였다. (나중에는 이불 뒤집어쓰고 조용조용 통화를 할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한 회사원의 그래도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삶과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가져온 거라고는 노트북 하나. 게임을 그리 좋아하지도 않았고 유튜브를 즐겨보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밖으로 나가서 운동을 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되지 않았다. 자가용이 있고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편도로 50분 정도 차를 타고 가서 헬스장에서 운동을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정말 열악하고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소소하게 시작해 보았습니다.

 그러면 뭘 할 수 있을까 유튜브는 방음이 안되니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였고, 그나마 블로그가 괜찮아 보였다. 블로그에서 뭘 할 수 있을까? 그래도 사진을 찍는데 소질이 있는 것 같다.라는 말을 듣곤 했었으니 사진을 찍어 올릴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과정에서 그냥 쉬는 날에 도시로 가서 먹고 즐긴 음식점 리뷰를 하나씩 올리기 시작하게 되었다. 자연과 하늘 고라니등을 찍어서 올리는 것도 좋겠지만, 흙먼지가 날리는 현장에서 그런 걸 찍어 올리기에는 한계가 있었기에 선택한 게 음식점 리뷰 블로그였다. 부산에서 찍었던 사진들도 하나씩 업로드하고 서울에서 먹은 음식들 등등 하나씩 올리니 그래도 이웃이 한 두 명씩 늘기 시작했다. 그나마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개더의 수습기간 3개월

업무를 배우기 시작하였습니다.

 업무를 하나씩 배우기 시작했다. 현장에 어떤 작업사항이 있는지 업체들에게 체크를 하고 일일보고를 하는 작업일보를 쓰기 시작하였으며,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현장을 둘러보고 작업을 하기 전 감리분들께 확인을 받는 검측서도 작성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어떤 공사종류가 있는지, 어떤 장비가 들어오는지, 어떤 작업자종류가 있는지 외우고 약 10킬로가 되는 현장의 다리의 위치나 터널 등의 현황에 대해 파악을 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 개인한테 할당된 차량이 있는 것이 아니라 파악하는 게 더 어려웠던 것 같다.

 그렇게 업무를 하나씩 배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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