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터틀 섬
샤워기에서 흙탕물이 약간씩 섞여 나오던 정글 속 숙소를 뒤로하고 거북이가 매일 알을 낳으러 온다는 터틀 섬으로 향했다. 보트를 타고 가는 길은 말로만 듣던 맹그로브 숲이었다.
낮에는 야자수가 있는 해변에서 스노클링을 하면서 쉬다가 저녁에 거북이에 대한 다큐를 봤다. 거북이가 알 낳으러 오는 시간인 ‘터틀 타임(turtle time)’까지 식당에 앉아 기다리는데 동양인은 우리 가족뿐이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저가항공이 많기 때문인지 관광객 대부분은 호주나 뉴질랜드 사람들이었다. 내 영어실력으론 호주, 뉴질랜드 영어는 알아듣기가 힘들어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게 고역이었다. 한 뉴질랜드 아저씨가 친절한 영어 선생님의 표정으로 배려를 해줘서 웃으며 대화하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거북이가 제발 빨리 와주기만을 고대하고 있었다. 문득 옆을 보니, 준이와 남편은 어느 틈에 나갔는지 밖에 나가 앉아 있었다. 나만 적진에 남겨놓다니, 배신자들이라고 투덜거리는데 밖에서 ‘터~틀 타임’이라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죽여 가며 해변에 갔더니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의 존재를 아는지 모르는지, 먼바다에서 도착한 어미 거북이가 알 낳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섬에서 방사된 거북이가 돌아온 것이라고 했다. 어린아이들은 앞쪽으로 나와서 보라는 배려가 고마웠다. 준이를 포함해서 이 순간을 구경한 아이들은 생명의 경이를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는 행운을 가졌다.
이윽고 어미 거북이는 뒷발로 모래를 파고 탁구공 같은 알을 낳기 시작했다. 97개의 알을 낳은 뒤에 다시 뒷발로 모래를 덮고는 바다로 떠났다. 무심한 어미 같으니. 그렇게 힘들게 낳아놓고 제 새끼들이 걱정도 안 되는지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순간에 왜 내가 다 속상한지 모르겠다.
어미 거북이가 떠나자마자 이곳 직원들이 알들을 부화장으로 옮겼다. 야생 상태로 두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거북이의 개체수를 늘리기 위해 철저한 보호를 택했다고 했다.
다음엔 미리 부화된 새끼 거북이들을 방생하는 차례다.
깜깜한 밤, 조용한 바닷가에 증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기 거북이들의 긴 여행이 시작되었다.
거북이들아, 배 프로펠러에 잘려서 죽지도 말고 비닐봉지를 해파리로 착각해 삼키지도 말고 영리하게 살아남아 다시 돌아오렴.
거북이가 알 낳는 순간.
탁구공 비슷한 거북이 알은,
이렇게 부화장으로 옮겨져 부화된 후에 바다로 방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