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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행 Nov 26. 2019

생일날 공항에서 1박

아랍에미레이트 아부다비 공항에서

 말레이시아에서 남아공으로 갈 때 아부다비에서 하루를 스톱오버해야 했다. 아랍에미리트의 수도인 아부다비는 호텔비가 너무 비싸서 공항에서 하룻밤 버티기로 했다.

준이는 밤에도 붐비는 공항 한 편 의자에서 잠바를 덮고 모자를 눌러쓴 채 배낭을 베개 삼아  잤다. 하필 이날은 준이의 생일.  일 년 동안 단 하루 머무는 아부다비에서였다. 생일날 새벽에 공항 화장실에서 대충 씻고 별 불평 없이 의자에서 쭈그리고 자는 모습이 기특했다.

 떠나기 전엔 아이가 아직 어린 건 아닐까 걱정했지만 막상 불평이 많은 쪽은 나였다. 그러고 보면 나의 일행 두 사람은 나보다 한 수 위였다. 성격이 무던해서인지 둔해서인지 아무 데서나 잘 자고 잘 먹는 우리 집 부자(父子)를 보면 내가 혹시 도통한 부처들과 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물론, 이들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은 있었으니, 자기네 맘에 안 들면 버럭 화를 내고 자기들끼리 잘 싸운다는 점이었다.

그나마도 어렵게 차지한 의자에서 하룻밤을 보내 뻐근한 몸을 이끌고 아침 일찍 아부다비 시내 구경에 나섰다. 공항 밖으로 나오니 이곳은 사막에 솟은 문명, 새 차와 새 건물과 커다란 쇼핑센터로 가득 차 있는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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