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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행 Nov 28. 2019

부시맨도 과로를 한다

보츠와나 부시맨 캠프

보츠와나의 첫날은 부시맨 캠프에서 시작되었다.

모닥불에 둘러앉은 우리 앞에서 부시맨들이 춤을 추고 이야기했다. 박력 있는 춤사위의 할아버지부터 엄마 등에 업혀있는 엉덩이가 통통한 아기까지, 각 가정에서 대표로 나온 사람들이었다. 

 이들도 과로를? 전날 밤새 춤을 추어서 피곤하다고 했다. 

50대쯤으로 보이는 이 캠프 사이트의 매니저는 영화배우 메릴 스트립을 똑 닮아서 깜짝 놀랐다. 메릴 스트립을 닮았다고 했더니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하면서 메릴 스트립이 나왔던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실제 주인공도 안다고 했다.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의 머리를 감겨주는 장면이 낭만적인 영화였지. 내가 고등학생 때 상영했으니까 까마득하게 오래전 영화다. 그 사이에 메릴 스트립도 할머니가 되었고 난 아이까지 데리고 있었다.

잠시 감상에 젖어 있는데 쏜이 스프링복 칵테일을 사면 스프링복 댄스를 가르쳐 주겠다고 했다. 남편이 기분 좋게 스프링복 칵테일을 사고 다 같이 쏜을 따라 스프링복 댄스를 추었다.

‘손을 머리 위에 올려 뿔을 만들고, 스프링복처럼 콩 콩 콩. 바텐더 앞으로 뛰어가, 입으로 잔을 물고, 칵테일을 홀짝 마셔요.’ 

 웃고 춤추는 사이 밤은 깊어 갔다.     


바오밥 플래닛이라는 캠프에 도착하자 말로만 듣던 바오밥 나무를 볼 수 있었다. 준이가 ‘엄마, 바오밥 나무는 땅 위에 모습과 아래 모습이 똑같대.’하고 만화책에서 읽은 내용으로 아는 척을 했다.

바오밥 나무라...... 이 여행은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걸 눈으로 확인하는 여행이었다. 

사막도, 바오밥 나무도, 아프리카도.

 책이나 텔레비전에만 있는 줄 알았던 것들은 우리가 오든 말든 실제로 존재하고 있었다.

그날 밤, 일행들과 캠프 바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는데 리 아저씨네 부부가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리 아줌마가 공동 샤워실에서 샤워를 하는데 갑자기 정전이 돼서 깜깜해져 버렸다. 아프리카에 불 꺼진 샤워장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리 아줌마는 용감하게 꾹 참고 나와서는 아저씨에게 정전이 됐는데 샤워실에 있던 본인이 걱정도 안 됐냐고, 왜 와보지도 않았냐고 불평을 하신 거였다.

 우린 모두 아무 말도 안 했다.

 사실은 리 아저씨가 컴퓨터랑 충전기 코드를 한꺼번에 너무 많이 꽂아서 정전이 되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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