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케이프타운 볼더스 비치
케이프타운이 우리에게 준 잊지 못할 선물은 볼더스 비치에서 ‘펭귄과 수영하기’이다. 펭귄과 수영을 하다니, 펭귄은 남극에만 사는 줄 알았던 나는 상상도 못 했다.
한국 친구들이 만들어 놓은 게스트하우스 정보 노트엔 ‘펭귄을 보러 가는 법’이 적혀 있었다. 주차장 쪽에서 걸어가면 입장료 안 내고도 펭귄을 볼 수 있다는 편법도 눈에 띄었다. 펭귄이 손등을 쪼아서 아플 수도 있다는 말에 준이는 한껏 기대했다.
다음날 택시를 대절해서 항구에 사는 커다란 물개를 보고 희망봉도 들리고 펭귄이 있는 사이몬스 타운의 볼더스 비치로 갔다. 주차장 안쪽으로 펭귄 알들이 보이고 햇볕을 쪼이는지 펭귄들이 무리 지어 서 있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그러나 펭귄들은 주차장 울타리 너머로만 보고 유명한 로빈 아일랜드도 못 가고 돌아와야 했다. 흑인 운전사들이 택시에서 돈 뺐고 손님을 버린다는 소문에 신용카드를 안 가져가서 돈이 모자랐다. 우리가 탄 택시의 운전사는 얼른 돈 모아 고향인 짐바브웨에 돌아가고 싶다는 착한 사람이었는데, 아쉬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미련이 남아 다음날 다시 펭귄을 보러 나섰다. 주차장에서만 볼 게 아니라 돈을 내더라도 해변에서 직접 보고 싶었다.
이번에는 기차를 타고 갔다. 기차는 마치 우리나라 동해안처럼 보이는 바다를 끼고 달렸다. 바닷가여서 젊은 청년들이 서핑보드를 들고 기차에 오르기도 했다. 창밖으론 짙은 청록색 바다가 펼쳐져 있는데 흑인들이 해수욕하는 곳과 백인들이 하는 곳이 따로 있었다.
드디어 해변에 도착. 이번엔 입장권을 사서 볼더스 비치에 들어갔다.
지상에 낙원이 있다면 이런 곳이 아닐까?
펭귄과 아이들이 어울려 행복하게 헤엄치고 있었다. 소시지 같은 몸통에 짧은 날개가 붙어 뒤뚱거리는 펭귄을 보면 ‘귀엽다’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준이는 이때부터 펭귄 마니아가 되었다.
준이가 펭귄 등을 슬쩍 만지자 펭귄은 총알같이 미끄러져 물속으로 들어갔다. 이 작은 해변에서 아이들과 펭귄들은 평등하게 물놀이를 했다.
여행 다니면서 5종류의 야생 펭귄을 보았지만 준이가 가장 좋아하는 펭귄은 아프리카 펭귄이었다. 크기도 적당하고 졸린 듯한 표정이 너무 귀엽기 때문이란다. 아프리카 펭귄은 여행 다니면서 처음으로 본 펭귄이라 기억에 더 많이 남아있다.
어둡기 전에 돌아가야 해서 아이스크림 하나씩 얼른 먹고 서둘러 버스를 탔다. 버스 안엔 우리 외엔 모두 현지 흑인들이었다. 아프리카 음악이 천천히 흐르는 버스 안에 서있으려니 ‘여기가 진짜 아프리카’라는 실감이 났다. 버스는 그 나라를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현지 음악과 현지인을 만날 수 있으니까.
이제 남미로 넘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