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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숲 Nov 19. 2022

넷째 날

풍경이 어제와 또 다르다. 같아 보여도 매일 조금씩 변한다. 나처럼 매일 TV 앞에서 부동자세로 는 건 자연의 섭리에 위배되는 것이다. 어제는 이 모퉁이에 자그맣고 연약 낙엽빼곡했는데 오늘은 그 위로 크고 짙은 낙엽 덮여있다. 길에 수북했던 낙엽도 오간 걸음들에 의해 흐트러졌다.



길에 따라 몸변한다. 경사진 내리막길에서는 몸이 앞으로 쏠리지 않도록 뒤로 젖히고 발가락을 펼쳐 힘을 잔뜩 주고 조심조심. 오르막길에서는 몸이 반대로 휘어진다. 살짝 내밀었던 배를 넣고 경사면을 향해 앞으로 고개를 내밀게 된다. 순응하는 것이다.


어젠 내려가는 길에 발끝이 아파 주춤거렸다. 엄지발톱을 조금 잘라내니 걸리는  하나 없이 편하다. 속이 안 좋았는데, 배에 찬 가방끈을 느슨하게 풀어주니 편안하다. 조금씩 보완해 가며 나를 불편하지 않게 해 주고 있다.


산에서의 나는 마치 다른 존재가 된 것 같다. 나에게 예민하게 반응한다. 계속 보다 보면 벤치가 된 것도 같고 낙엽이 된 듯도, 날아다니는 나비 같기도 하다. 발 밑 사그락 소리와 숨소리 외에 사방이 고요하다. 바삐 흐르던 시간이 멈추고 모든 게 자연스럽다. 이렇게 등산하기 좋은 이라니.     


열 번 등산한다고 인생이 바뀔까. 아마 번을 하더라도 바뀌는 건 없을 것이다. 조금 건강해질 것이다. 모르지. 전혀 새로운 생각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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