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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숲 May 09. 2023

글쓰기에서 재능이 중요한가요?

이미지출처. 티스토리

글쓰기를 좋아하는 소위 문학소녀였다. 가요에서 영감을 받기도 하고, 판타지 무협소설에 빠져 적인 글을 친구들과 돌려보기도 했다. 블록버스터 못잖은 꿈에서 깨자마자 급히 써 내린 적도 있다. 국문과에 진학했고, 시 창작 과제가 있었다. 교수님은 말씀하셨다.

“열심히 한 건 알겠는데, 안타깝게도 재능이 없네요.”

이후로 이런 생각을 하며 글쓰기에서 멀어졌다. ‘안타까울 정도로 재능 없는 사람의 글을 누가 읽어줄까.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아무도 읽지 않을 글을 써서 뭐 하나.’     

 

재능(才能)은 한자어로 ‘재주와 능력’을 이르는 말이다. 이 중 재주는 ‘타고난 소질이나 재능’을 뜻한다. 재능이란 단어 자체가 타고남을 전제로 한다는 말이다. 실제 운동선수나 가수 등 예체능 분야에서 자녀 역시 뛰어난 소질을 보이는 것을 많이 보았다. 나는 재능에서 타고나는 비중과 후천적으로 개선이 가능한 부분을 확인하고 싶었다. 재능이 없다며 망설이는 모든 이들과 함께 생각해보고 싶다.   

        

왜 국문과를 선택했나 생각해 보면, 국어과목의 성적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다른 과목에 비해 월등히 점수가 높으니, 분명 재능도 있고 적성에도 잘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문학 과목의 성적과 문학적 재능은 연관성이 거의 없다는 박소영, 허승희(2010) 연구가 있다. 또한 수학이나 과학 영재에 비해 문학 영재는 가시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아 재능 판별이 어렵고 판별도구 제작도, 도구에 대한 합의도 미진하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근거 없이 전공을 선택한 셈이지만,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재능에서 타고나는 부분은 어느 정도일까. 논문에서는 선천적인 것과 후천적인 것 중 어느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심층 논의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똑같이 학교에서 배워도 문학적 표현력이 다른 것을 보면, 선천적인 영향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 다만 최지현(2008)의 연구에 따르면, ‘언어문학영재성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높아진다.’라고 밝히고 있으므로 후천적인 영향도 긍정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저명한 교육학자인 가네(Gagné)는 재능을 “한 가지 이상의 인간 활동 영역에서 현재 해당분야에서 활동하는 동일 연령집단의 상위 10% 이내에 포함될 정도로 능력이나 지식을 체계적으로 개발하여 현저하게 숙달함”으로 정의한다. 그리고 재능의 발달과정을 개인내적 촉매, 환경적 촉매, 학습과 훈련, 우연으로 제시하였다. 이 중 환경의 역할을 특히 강조한다.      


서혁(2009)은 언어․문학적 재능을 ‘체계적으로 개발된 능력’으로 보고,  ‘주변환경, 인적환경, 교육여건, 주요 경험’등을 촉매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학자가 재능에서 ‘환경과 학습,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개발과 수행의 영역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문정작가의 ‘더 좋은 곳으로 가자’에 보면, 봉준호 감독은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가 완전히 망해 상업성 없는 감독으로 분류되었다고 한다. 당시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계속 탈락한 류승완 감독에게 “난 재능이 없나 봐. 우리 제빵사나 할까.”하고 자주 이야기했다고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박찬욱 감독도 데뷔작 <달은... 해가 꾸는 꿈>이 망하고, 5년 동안 기회를 얻지 못하다가 <3인조>라는 영화를 찍었지만 처음보다 더 크게 망했다고 한다.  


교수님의 말이 아니더라도 글쓰기에 타고난 재능이 없다는 건, 사실 쓰는 내가 제일 잘 알았다. 이 글을 구상하면서 ‘재능에서 선천적인 부분이 크고, 노력으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터무니없이 적다 하더라도 실망하지 않겠다. 낮은 확률이라도 그것을 붙잡고 걸어가겠다. 재능이 있든 없든 쓰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논문을 통해, 재능의 유무는 쉽게 판별하기 어려우며 후천적인 부분이 크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봉준호 감독이 류승완 감독과 교류했듯 고민을 함께 나누며 걸어갈 벗은 중요한 환경적 요인이다. 끌어주는 글벗과 밀어주는 독자가 있다면 재능발달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재능은 가능성이자 꾸준함이다. 있다고 생각하면 있을 것이고 없다고 생각하면 없을 것이다. 스스로 확신할 때, 끝을 볼 때까지 노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봉준호 감독도, 박찬욱 감독도 버텼기 때문에 결국 성과를 냈던 것처럼 시간을 써야 하는 일에 마음을 쓸 필요는 없다. 으로 김연수작가의 ‘우리가 보낸 순간’의 마지막 구절을 인용하면서 마치겠다.      


‘그러므로 쓰라. 재능으로 쓰지 말고, 재능이 생길 때까지 쓰라. 작가로서 쓰지 말고 작가가 되기 위해 쓰라. 비난하고 좌절하기 위해서 쓰지 말고, 기뻐하고 만족하기 위해서 쓰라. 고통 없이, 중단 없이,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진 세계 안에서, 지금 당장, 원하는 그 사람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 날마다 쓰라.                





참고문헌

『문학 창작 영재의 판별 가능성 연구』 박소영, 허승희, 한국문학논총 제56집, 2010.
『언어문학영재성에 대한 정략적 판별 준거』 최지현, 문학교육학 27호. 2008.
『언어문학영재성과 국어능력』 서혁, 교과교육학연구 제13권 1호, 2009.
『시각예술영역에서 재능의 의미 탐색』 백경미, 造形敎育 第46輯 2013.
『더 좋은 곳으로 가자』 정문정, 서울: 문학동네, 2021.
『우리가 보낸 순간』 김연수, 서울: 마음산책,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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