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다숲 May 03. 2023

긴장

밖에 나가면 긴장이 된다. 연락하면 약속을 잡아야 할 것 같아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고 집에만 있다. 일할 때도 내내 긴장을 해서 뒷목이 뻣뻣하고 어깨가 딱딱했다. 목디스크도 그래서 온 것 같다. 실수를 두려워한 나머지, 없던 완벽주의도 생겨 났다. 지적당하는 게 너무 싫어 무리하고 강박적으로 확인했다.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도 경비 아저씨한테 한소리 들을까 긴장하니 말 다했다. 긴장하면 흥건하게 땀이 나고 얼굴이 붉어지며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중요한 일정이나 약속을 앞둔 전날엔 잠도 잘 안 온다.


친교모임이라도 솔직을 가장한 독설가가 있는 경우, 독화살이 언제 나에게 날아올지 몰라 두근. 두근. 한다. 그들은 조용히 장전하고 있다가  쭈글쭈글 쫄아 있는 과녁을 발견하는 즉시 시위를 당긴다. 피할 새도 없이 명중당한 나는 심장을 부여잡고 간신히 집에 가서 쓰러진다. '제발 친절하게 말해 줄 순 없는 거니~~~.' 


시험 칠 땐 까먹을까, 시간이 모자를 불안해하며 손을 휴지로 둘둘 말고 있거나 손수건으로 감싸고 있다. 준비를 미처 못해 가는 날은 줄줄 흐르는 땀에 시험지가 젖어 볼펜이 닿으면 찢어지기도 했다. 대부분 2차는 서술형 시험이라 정말 곤욕스러웠다.


떨지 않고 말하는 법, 멘털관리 책을 섭렵하고, 비슷한 상황에 자꾸 부딪쳐 무디게 해 보는 등 긴장을 줄이려 노력했다. 눈을 감고 '잘하려고 하지 말자. 잘 보이려고 하지 말자.' 되뇌이며 심호흡한다. 생활의 달인처럼 어떤 분야에서 오래 일하면 눈 감고도 하고 해야 하는데, 경력이 쌓여도 긴장은 줄어들지 않는다. 그나마 덜 긴장하는 날은 술이 덜 깬 날 정도였던 것 같다.


그래도 말을 계속하다 보면 떨림이 잦아들기도 하는데, 면접 같은 경우엔 오래 말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질문이 한 바퀴 돌고 다시 답변할 때마다 음메에 에~~ 하고 염소 소리가 나서 당혹스러웠다. 심지어 강사 면접에서도 염소소리만 내고 있으니 뽑힐 턱이 없었다. 평소엔 여유 있는 척 긴장 안 한 척 가짜웃음을 지어 보이는데,  많이들 속아서 다행이다.


사람들 앞에서 글을 읽었다. 여지없이 순서가 되기 전부터 심장이 콩닥거렸다. 오늘도 부자연스럽게 목소리가 떨리고 입이 말랐다. 불현듯 그게 싫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살아있다고 팔딱팔딱 사는 것처럼 살고 싶다고, 심장이 외치는 것 같았다. 거울처럼 잔잔한 호수를 꿈꾸지만, 마음속엔  풍랑이 친다.

작가의 이전글 제목 없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