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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숲 Apr 21. 2023

제목 없음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라는 노랫말처럼, 지나치게 오래 아파하는 건, 사랑이 아니라 미련일지도 모른다. 상처도 마찬가지다. 타인의 말과 행동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면 상처받은 마음은 미움이 되어 일상을 잠식할 수도 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인생 전체를 회의하며 우울에 빠진 적이 있다. 특히 나를 오래 봐온 의미 있는 사람이라면 그 말이 아닌, 나를 의심하게 됐다. 자기 계발서 심리학서를 쌓아놓고 뒤져 봐도 그 생각에서 좀처럼 벗어날 수가 없었다. 쿨해 보이고 싶었는지 떠날까 두려웠는지 무례한 말들에 무기력하게 고개만 끄덕였다. 말한 이도, 저항하지 못한 소심한 나도 미웠다.


그때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 것 같다. 누군가에게 털어놓았다가 들어야 할 무차별 조언을 피하기 위해, 말로는 담을 수 없는 감정을 담기 위해. 처음엔 욕설이 난무하고 억울함만 토해냈지만, 갈수록 차분해졌다. 큰 일은 쓰면 작아지고, 작은 기쁨은 커졌다. 화나고 억울한 마음이 왜 생기는지 펼쳐놓은 이야기에 답이 있었다. 굳이 독자가 아니더라도, 나를 이해하는 나를 만날 수 있었다. 털어내게 되었고, 누군가 공감해 주면 숨어 있던 자신감이 다시 솟아났다.


어떤 이는 글을 쓸 땐 외로움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쓴다고 했다. 과연 외로움을 느낄 새 없이 나에게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어 좋았다. 또한 다른 사람의 글을 통해 누구나 1인분씩 감당해야 할 고난이 있음을 깨닫는다. 나만 아픈 게 아니었다.


누구나 삶이라는 놀이동산에 입장료를 선불로 내고 들어간다. 프리패스는 없다. 처음엔 혼자라 낯설고 무섭다. 간신히 용기를 짜내 놀이기구를 타면, 높은 데서 뚝 떨어지기도 하고 차끼리 쾅 부딪쳐 아프고 놀라기도 한다. 귀신의 집에서 악몽에 시달리기도 하고,  미로처럼 같은 곳을 빙빙 도는 것도 같다. 그러나 희망을 품고 계속 가다 보면 선하게 웃는 믿음직한 친구를 만나 꽃이 만발한 수목원에서 달콤한 아이스크림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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