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나는 지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알아차림

by 바다숲


자다가 몇 번씩 호흡이 멈추면서 깨는 밤이 이어진다. 이유 없이 온몸이 간지럽고 부딪힌 데 없이 멍이 들어 있다. 밥을 넘기면 목구멍을 지나자마자 위장을 누가 움켜잡는 듯 걸리고 복통이 심하다. 누가 입에 몰래 뭘 발라놓은 듯 쓰고 피 같은 비린맛이 입술을 핥을 때마다 느껴진다. 주변 사람들의 진심 어린 걱정도 조언도 점점 지치게 할 뿐이다. 끊임없이 요양병원을 권유하는 아주버님은 내가 어설프게 케어해서 제 동생이 잘못될까 봐 저러는가 싶어 자꾸 화가 치민다.




나는 지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몸이 이지경이 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아마 마음에병이 든 것 같다. 없앨 수 없는 것을 없애려 하거나 피하려고 몸부림치는 것은 상당히 피로한 일이다.


기가 아니라면 항암치료를 받아야 한다. 적어도 6개월 이상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고통스러워하는 남편을 지켜봐야 한다. 식사를 못하고 머리카락이 다 빠질 수도, 치아가 다 흔들릴 수도 있다. 집에서는 케어가 어려워 요양병원에 가야 할 수도 있다. 위는 전부 잘라야 하고, 전이가 있다면 주변 장기도 절제해야 한다. 재발 가능성은 높아지고, 5년 생존 가능성은 낮아진다. 죽을 수도.

그래도 내가 지금 뭘 어쩌겠는가. 오직 기도뿐.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바랄 게 없겠지만 간절한 기대는 외려 독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예상치 못한 숱한 상황들에 맞닥뜨릴 텐데 이상적인 기대만으로는 절망할 수 있다. 그렇다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최악의 상황을 미리 걱정한다는 건 또 얼마나 어리석은가.




스트레스를 오랜 벗처럼 환대해줘야겠다. 나는 인생길을 걷다가 운 나쁘게 발을 잘못 디뎌 암초에 부딪친 것이 아니다. 원래 인생길엔 암초도, 암석도, 자갈도, 웅덩이도, 꽃밭도 있는 것이다. 엄마의 말을 부적처럼 간직해야겠다.


"죽고 사는 것은 사람 손을 벗어난 것이야.

네가 애 닳는다고 어쩔 수 있는 게 아니니 너무 애쓰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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