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좋은 날은 끝났다?

조기를 기다리며

by 바다숲

좋은 날은 끝났다. 이제 하던 대로 하루 종일 눕고, 먹고, 자고, TV 보고, 밥도 안 하고 그럴 수 없다.

근데, 그게 정말 좋았나?




남편은 통합 간병 병동에 입원해 있다. 상주하는 보호자들만 받을 수 있는 바코드 달린 팔찌가 있어야 병실에 들어갈 수 있다. 그렇다고 얼굴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수납하러 왔다고 용건을 말하면 로비까지는 프리패스다. 주말 이른 시간이라 한산했다. 고개를 미어캣처럼 내밀고 두리번거리는 데 가운데에 있는 환자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남편이 로비로 내려왔다.


수술하고 3일이 지나 물을 조금씩 먹을 수 있어서 그런지 혈색은 좋아 보였다. 세상에, 며칠 만에 너무 말라서 죽음에서 돌아온 사람처럼 보인다. 그런데도 머리를 못 감아서 간지럽고 더운 거 말고는 다 괜찮다고 했다. 준비해온 손선풍기, 안마기, 핸드폰 거치대, 수건과 속옷, 물병,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전달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어제 아주버님 하고 통화했는데 자꾸 남편을 요양병원에 보내야 된다고 강압적으로 말을 하더라고. 그래서 지금 상황이 이러니 좀 지켜보자. 필요하면 내가 얘기하겠다고 했어. 아주 발라 버렸지." 하고 승전보를 전했다. 남편은

“당연하지. 누가 말발로 와이프를 이겨? 이거 왜이래. 나 000이야~.그러지 그랬어.” 내가 자주 하는 농담을 하며 작게 웃는다.



조기(흔히 알고 있는 초기, 1기를 병원에선 조기라고 부른다) 면 항암치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 요양병원도 갈 필요 없으니까 조기이길 기도하자 했더니 남편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말했다.

"이제부터 조기만 먹어라."

"어! 남편. 갑자기 생각났어. 나 어제 조기 먹는 꿈 꿨어. 조기가 방안에 주렁주렁 엄청 많이 걸려있었는데 내가 다~ 먹었어."

그랬더니 남편이 갑자기 눈을 희번덕하게 떴다.

"어? 그럼 나 조기 맞네. 와하하하."

"그러네~조기네~!!!"

수술하고 처음으로 마주 보고 배꼽을 잡고 웃었다. 어쩌면 더 좋은 날이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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