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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숲 Jun 11. 2022

적당히, 자주


수준 높은 글을 쓰고 싶었다. 거미줄처럼 촘촘히 얽혀있지만 종내엔 누구나 아하! 하고 무릎을 치는 글, 지적이면서도 삶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는 글, 트렌디하고 유머러스움을 뽐내면서도 여운을 남기는 글 같은 거 말이다.  글쓰기는 정말 어렵다. 종이에 글을 쓰면 사유가 느려지는 것 같고 폰에 쓰면 깊이가 없어지는 것 같고  노트북이 그나마 젤 낫지만 생각이 정리가 안되고 중구난방 흩어지는 느낌이다. 요즘은 블로그, SNS, 브런치 등 개인 글쓰기가 발달을 해서 이 글 저 글 남의 글을 손쉽게  들여다볼 수 있다. 아무리 봐도 나만큼 필력 없는 사람은 없다. 와~어떻게 이렇게 쓰지?감탄하며 읽다가 곧 위축이 된다.


인간관계에서 잘 보이려 애쓰는 순간 가면을 쓰게 되고 오히려 벽이 생겨 그 사람이 날 싫어하는 것보다 내가 먼저 멀어지게 된다. 나는 재능 없이 평범하고, 지구력 있게 악착같이 하는 건  영 안 된다는 걸 인정해야겠다. 꾸준한 노력을 요하는 분야는 아예 외면하는 쪽을 택했다. 평소보다 요리나 청소를 열심히 한다던가 하는 안하던 짓을 하면 영 심신이 피로해지는 게 유쾌하지가 않다. 아 요리. 정말 미치겠다.  늘지를 않는다.

맛있게 하려고 애쓸수록 요리와 멀어지듯이 글쓰기도 잘하려하니 못쓰겠는 것이다. 그러니 잘하려고 긴장하고 애를 쓰것과 못할까봐 아예 안하는 것 중 양자택일 말고, 중도를 선택하는게 다.  


언젠가 누가 선택에 관해 고민하며 물었다

"참 인생에 정답이없다. 뭘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지?"

내가 답했다.

"너무 스트레스 받으면 안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짧은인생 너무 힘들게 살지말고 그래도 좋은 게 50% 정도는 되는 일을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꿈은 명사가 아니라
반드시 동사로 나타낼 수 있어야 한다.

            ㅡ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 강의 중에서


존경하는 인지 심리학자인 김경일 교수님은 꿈은 명사가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화가, 교사, 작가 되기 .. 뭐 이런 것들이 목표가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자신처럼 꿈이 '교수'가 아니라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면, 꼭 대학 강단이 아니더라도 상관없고, 유튜브든 줌강의든 안 가리니 코로나가 와도 영향이 없단다. 그러나 '교수'라는 직업 즉 명사를 꿈꿨던 지인들은 요즘 멘붕이 왔고 포기할까도 고민중이라고 다.



늘 무언가 되고 싶었다. 인생은 매일의 행동이 선으로 이어지는데, 특정 이미지를 그리고 저 멀리 큰 점만 찍으려 했으니 계속 힘이 들었다. 교수님 말처럼 어떤 직업이 아니라, 어떤 지속적인 활동이 꿈이 되어야 다. 그래야 그 에 막상 도달했을 때 기대와는 다른 실망감에서 오는 회의가 적을것이다.

어떤 자리에 있든 변화를 가져오고 갖은 핑계를 무력화시키는 것은 몸을 움직이는 것뿐이다. 어쩜 움직이느냐 아니냐가 삶의 전부이다. '체력이 올라오면 해야지...준비가 되면 ..능력이 되면...경력을 쌓고' 그러다간 평생 못한다. 삶은 항상 현재시제 동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 말고 항상 글쓰는 사람이 꿈이다. 지금 내 수준에 알맞게 쓰겠다. 언젠가 수준이 상당히 높아지는 날이 올까. 현생에선 영영 안 올 수도 있다.

그래도 좋은 게 50% 이상은 되니까 그냥  쓰겠다. 그리고 마구잡이로 토해내는 글로써 나도 치유되고 작은 위로를 주고  받길. 앞으로도 적당히, 자주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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