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퇴사하는 날

by 바다숲

수능을 백일쯤 앞둔 어느 날에 퇴사를 했다. 일주일 내리 이어진 송별회에 어지럼증이 일었다. 친구를 깨워 후문에서 콩나물이 해장라면을 먹는데 입맛이 썼다. 곧 볼 거니 어색한 인사는 말자하고 흔한 포옹도 없이 손 흔들어 친구를 보냈다. 이후 몇 년간 사는 게 바빠 만나지 못했다.


박스 하나를 들고 마지막 퇴근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후문에는 낯선 보안업체 경비분이 서 계셨다. 이제 그분에게 사원 출입증을 반납하면 모든 게 끝난다. 출입증을 맡기고 덤덤히 돌아서려는데, 나를 향해 정중하게 거수경례를 해주셨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배웅에 눈가가 뜨거워졌다. 따스한 말을 곱씹으며 정류장으로 걸어가 잠시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평소 사람들로 복닥거리며 소란하게 줄을 서고 바쁘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것만 보다가, 덩그러니 혼자 있으니 비로소 그만둔 게 실감이 났다. 햇빛은 따갑고 이마엔 살짝 땀이 배어 나왔다.


방금 전까지 다니던 회사가 등 뒤에 있었다. 이 울타리 안에서 2년을 보냈으니, 제대한 군인의 기분이 이럴까, 출소한 죄수의 기분이 이러할까.

손꼽아 기다린 날이 막상 되자 막막하고 두렵기까지 했다. 대학에 가고 싶단 생각만 했지 계획도 없고 학원도 알아보지 않았다. 당장 내일부터 뭘 하나. 나, 잘한 걸까. 잘할 수 있을까. 괜히 좋은 직장 떼려 치우고 안 될 일에 매달리는 거면 어쩌지.

숙취 때문인지 덮쳐올 현실에 대한 불안 때문인지 거친 파도가 덮치는 위에 선 것처럼 자꾸만 울렁이는 내게, 방금 들은 위로를 건네주었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