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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다움 Nov 05. 2023

기회의 땅 브런치, 함께 하실래요?

싱가포르에서 브런치 먹으며 브런치 합시다.

         

나는 출간작가다.

작년에 자녀교육서를 출간했다. 1,000명 중 한 명만 가능하다는 기획출판에 성공했다. 분야 베스트셀러에도 오르며 출판사로부터 ‘작가님, 이제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말씀하셔도 돼요~.’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다. 내 이름으로 세상에 나온 책이 동네 서점에, 대형 서점들에 누워있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움에 취해 꿈을 꾸기 시작했다.     

 기획출판

기획출판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출판의 형태로, 작가는 원고만 작성하고 출판, 홍보 마케팅, 판매 모두를 출판사에서 진행하는 방식이다. 출간 경험이 없는 일반인은 인지도가 없기 때문에, 출판사에서 비용 전액을 지불하는 기획출판 방식으로 출판하기는 쉽지 않다.     


출간 이후 내 삶은 쳇바퀴 돌 듯 흘러가는 직장생활에서 벗어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강의를 다니고 있을 거라 상상했다. 1년에 반은 싱가포르의 멋진 풍경이 내려다보이는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으며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반은 우리나라에서 강의하는 삶을 꿈꿨다. 아들에게도 유학 가면 영어가 중요하니, 영어 공부를 해놓으라고 당부했다. 물론 아들은 콧방귀도 안 뀌었지만 그런 말을 뱉는 것만으로도 아들내미가 영어로 대화하고, 하교 후에는 학원이 아닌 동네에서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악기를 배우며 자유롭게 커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 가장 쾌적한 도시로 부정부패가 없어 깨끗한 정치를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동양과 서양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싱가포르를 직접 가본 적은 없지만, 주변에서 여행을 다녀온 후 재잘거리는 후기들은 나를 자꾸 싱가포르에 데려다 놓았다.      


고층 아파트에서 느지막이 일어나 예쁜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으며 글을 쓰고, 산책하며 사색한다. 어느 날은 싱가포르 카페에 앉아 나지막이 들리는 현지인들의 이야기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재즈를 들으며 글을 쓴다. 쏟아지는 강의 요청을 이메일로 확인하며 스케줄을 확인한다. 다음 책 출간 계획을 논의하자는 출판사들의 러브콜을 보며 ‘힘들어서 이 일정은 다 소화 못 하겠는데...’라는 생각을 한다. 스케쥴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나 고민하느라 잠시 눈을 감았다 뜨니 대한민국 경기도이다.     


이런 황홀한 꿈을 꾸었지만 출간 이후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저자특강을 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작가님’이라고 불렀지만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낯설기만 했다. 여전히 나는 직장에 다니고 있고, 일이 많으면 야근하고, 아이를 보살피고 집안일을 했다. 주말에는 5일을 살아내느라 땅속까지 꺼져버린 체력 보충을 위해 내리 잠만 잤다. 어느 날은 엄마가 죽은 게 아닌지 걱정되어 이불을 들춰보기도 했다. (대략 15시간 정도를 내리 자기도 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쓸 시간이 부족했다.    

  

 문득 이러다 스스로 이룬 꿈이 백일몽으로 끝날까 두려운 마음이 슬며시 올라왔다. 그래서, 두 번째 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은 내가 얼마나 의지박약 한 인간인지 깨닫게 하는 시간이 되어줬다. 내가 꿈꿨던 읽고, 쓰는 삶은 없었다. 여전히 책을 읽고, 글을 쓸 시간이 부족했다.    

 

“두 번째 책은 언제 나와?”,

“다음 작품 준비하고 있지?”      


기대는 압박이 됐고, 좋아서 시작한 글쓰기는 숙제가 되었다. 출간 전에는 좋아하는 책을 읽는 삶을 살았다면, 출간 이후에는 자료수집을 위한 읽는 삶을 살았다. 책을 쓰기 위해 관련 주제의 책을 읽고, 논문을 읽으며 자료를 수집한다. 읽기가 숙제가 되어버렸다. 쓰기는 일상이 되지 못했다. 집필이라는 작업이 두려워졌다. 온전히 사유하고, 글로 풀어내는 것이 낯설고, 낯설었다.

그래서, 미루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 글 쓸 시간이 부족한 게 아니라 미루고 있는 거였다.  

    

 글쓰기가 다시 즐거워졌으면 좋겠다. 내 마음을, 생각을 잘 풀어내고 싶다. 따뜻한 햇볕이 비치는 어느 오후, 풍경이 좋은 카페에 앉아 향 좋은 커피를 마시며 동네 친구와 세상 사는 얘기를 담담히 나누는 것 같은 책을 쓰고 싶다.      

 

피카츄는 포켓몬의 일종으로 전기공격을 사용한다.

그때 피카츄의 번개 공격을 맞은 것처럼 퍼뜩 떠오른 것이 “브런치 스토리”였다. (고맙다, 피카츄)


2023년 목표 중 하나가 “브런치 작가 되기”였다. 그걸 잊고 있었다. 브런치 스토리는 장르 구애 없이 내 생각을 글로 담을 수 있는 플랫폼이다. 내 글을 누가 소비할지, 어떻게 휘발될지 모르지만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종이책처럼 판매지수나 인기 순위에 구애받지 않고 온전한 내 생각을 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곳, 브런치. (이건, 브런치 작가가 되기 전 생각이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니 라이킷과 구독자 수와 조회수를 자꾸 확인하게 된다.)     


그렇게 143명의 동기들과 브런치 작가 되기 프로젝트에 합류했고, 롤모델인 이은경 작가님의 지도를 받으며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브런치 작가가 된 뒤에도 삶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외적으로는 말이다. 브런치 작가가 된 사실을 남편과 팀원 2명에게만 알렸다. (아, 작정하고 말한 건 아니었고 같이 술 마시다 취중에 링크를 날려버렸다. 술은 이래서 위험하다.) 남편은 내 글이 너무 좋다며, 잘하고 있다고 글 쓸 시간을 배려해 준다. 팀원들은 언제나 도전하는 모습이 멋지다며 응원해 줬다. (링크를 날리긴 했지만, 읽지 않았으면 한다. 날 것의 나를 기록하는 글이 여전히 낯 뜨겁다.) 잠은 많은데 수면의 질은 좋지 않은 나를 위해 영양제를 선물해주기도 했다. 늘 좋은 사람들의 응원은 더 도전하게 만든다. 그래서 더 힘을 내보기로 했다. 이왕 시작했으니 도가 되든 모가 되든 끝장을 봐야겠다.  브런치 작가가 되어 꾸준히 읽고 쓰는 힘이 생기고 있다.

  

팀원이 선물해 준 수면 영양제_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효과가 좋은 것 같다. :)

 

읽고, 쓰는 삶이 다시 시작됐다. 목표를 위해 읽지 않고,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읽는다. 혼자만의 넋두리가 아닌, 다른 이들과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한다. 정말 열심히 글쓰기에 매진하는 동기들은 보이지 않는 멱살을 잡고 나를 끌고 간다. (멱살 잡히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나의 게으름을 잠시 탓해본다) 세상에는 기분 좋은 멱살잡이도 있다는 것을 동기들을 통해 알았다.     


그저 혼자만의 생각을 끄적여두던 일기장을 벗어나, 생각을 글로 탄생시키고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와 즐거움이 될 수 있는 기회의 땅, 브런치. 기회의 땅에 입성했다.

싱가포르에서 브런치를 먹으며 책을 읽고, 쓰는 삶을 이루기 위해 브런치 플랫폼에 글을 쓴다. 쓰기 시작하니, 싱가포르에서 브런치를 먹으며 브런치에 글 쓸 날이 곧 다가올 것만 같아 봄바람처럼 마음이 살랑인다.   

  

 모세가 홍해를 가른 기적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물리학자는 “딱 그 순간 모든 조건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는 게 기적”이라고 했다.(바람이 일정 속도 이상으로 불면 바다길이 열린다고 봤다.) 신이 일으킨 기적이든 절묘하게 모든 조건이 맞아 일어난 기적이든 홍해의 기적은 기적이다. 지금 난 기적의 순간 앞에 있다고 믿는다. 딱 그 순간 모든 조건이 절묘하게 맞는 순간을 기다리며 열심히 글을 쓴다. 온 마음을 다하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다. 지금 당장 시작하면 된다.     

 

이 세상에는 위대한 진실이 하나 있어.
무언가를 온 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거야.
 
파울로 코엘료 장편소설 연금술사 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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