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전에 국내 증권사에는 고빈도 매매팀이 존재했었다. 고빈도 매매(HFT)란 시장에서 이익을 얻기 위해 차익거래전략을 활용하여 초 이하 단위의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하는 매매를 뜻한다. 레이턴시(latency) 즉 지연을 줄여(low latency) 초단타로 매매하는 것을 의미한다. A증권사 트레이딩본부 금융공학팀에서 근무할 당시 바로 옆팀에 파생상품운용팀이 있었다. 파생운용팀 중 한팀이 고빈도 매매(HFT)를 담당했는대 당시 그 고빈도 매매팀은 1년에 100억 가까이를 벌었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 그 고빈도 매매팀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 팀은 현재 존재하지 않으며, 그 팀에서 근무하던 딜러들은 대부분 같은 회사에서 혹은 다른 증권사로 가서 딜러로 근무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하고 있다. 그러면 고빈도 매매팀은 왜 해체되었을까?
주요한 이유로는 첫째, 규제에 의한 매매이익 감소를 들 수 있다. DMA(Direct Market Access)에 의한 원장을 거치지 않고 거래소 라우터에 직접 매매를 히트시키는 거래는 금지되었다. 둘째, 금융위기 이후 변동성 감소로 인한 유동성 감소를 이유로 들 수 있다.유동성이 감소하면 매수와 매도에 관한 자동매매 룰에 따른 진입과 이익실현이 불가능해 진다. 셋째, 경쟁에 의한 정보노출로 동일한 매매전략을 구사해 수익이 감소한 이유를 들 수 있다. 동일한 매매전략을 구사하면 속도가 가장 빠른 한 기관만이 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 앞서 설명 했듯이 금융위기 이전 HFT는 수익성이 높은 사업으로 인식하여 차익거래를 할 수 있는 시스템과 딜러들의 수요가 급증해서 여러 증권사에 팀들이 존재했었다.
[그림]에서와 같이 Tabb Group에 따르면 2009년 72억 달러의 수익을 발생시킨 HFT매매는 2016년 11억 달러로 쇠퇴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FT시장은 존재하고 있고 탁월한 하드웨어, 고유한 트레이딩 전략, 고효율의 알고리즘에 대한 투자가 지속되는 회사만이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HFT에서도 속도와 알고리즘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가끔씩 HFT에 대한 개인투자자를 위한 강의를 하는 분들이 계시는 데 실제로는 개인이 HFT를 할 수 있다고 판단되지 않는다. HFT는 하드웨어에 대한 막대한 투자비용과 유지관리를 위한 팀 이상의 단위가 필요한 매매이기 때문이다.
국내외 ‘대형 사고’가 ‘고빈도 매매(HFT) 쇠퇴’를 가속화 시키다
국내외적으로 HFT에 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HFT의 장점과 단점에 관한 목소리가 많은데 학자들 관점에서는 HFT가 변동성을 높이지 않고 시장유동성을 제공해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반면, 규제기관에서는 시장변동성을 높이고 금융사고의 위험성이 높다는 점에서 HFT의 규제가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에서 HFT에 대한 규제는 ‘플래쉬 크래쉬(Flash Crash)’의 문제가 가장 큰 문제였다. 마이클 루이스의 ‘플래시 보이스’는 이러한 고빈도 즉 초단타 매매로 수익을 챙겨온 월가 투자은행의 실상을 폭로하는 논픽션 서적이다.
고빈도매매(HFT)의 기본 원리는 무엇인가?
고빈도 매매의 기본원리는 당연히 속도(speed)이다. 0.13마이크로 세컨트로 속도를 주문을 내는 A증권사보다 0.08마이크로 세컨드의 속도로 주문을 내는 B증권사가 우위에 있다. 속도의 승자만이 이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 ‘속도’와 더불어 ‘알고리즘의 차별화’가 있다면 이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앞서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 성행하던 고빈도 매매의 원리는 증권사 원장을 거치지 않고 거래소의 라우터에 직접 주문을 내는 방식이었다. 당연히 증권사 내부의 컴플라이언스적으로 거쳐야 하는 단계를 거치지 않고 거래소에 직접 주문을 내는 DMA방식이었으므로 속도를 우위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DMA에서도 회사 IT인프라에 따라 속도가 달라 질수 있어 IT인프라를 통한 속도개선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초창기 국내 옵션 고빈도 매매의 원리는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이 이루어졌다. 기본적으로 선물과 옵션의 경우 선물이 옵션을 선도한다. 즉, 선물가격이 먼저 움직이고 옵션가격이 뒤에 반응한다. 옵션도 각각 내가격(ITM) 옵션, 등가격(ATM) 옵션, 외가격(OTM)옵션이 존재하며, 콜옵션과 풋옵션에 따라 다시 움직이는 속도가 다르게 반응한다. 따라서, 선물과 옵션간의 선도-지연 관계(lead-lag relationship)를 이용한 고빈도 매매에는 총 6명이 담당하여 매매를 할 수 있다.(이론상 6명이지만 자동매매로 한 두명이 처리가능하다)
계량경제학에서는 이러한 '선도-지연' 관계분석을 '그랜저 인과관계 검증'(Granger causality test)이라고 하며 여기 현물(삼성전자)과 선물(KOSPI200선물), 외환(FX)과 주식, 미국주식(애플)과 한국주식(삼성전자) 등의 논문이 수천편이 존재하고 있다. 다만, 일별 데이터로 검증하는 이러한 논문과는 달리 고빈도 매매에서 상품간 속도차(예를들어 A자산이 3틱이 올랐을 때 B자산이 1틱이 움직이는 것이 정형화되어 있다면, 자동매매로직으로 A자산이 3틱 올랐을 때 B자산을 누구 보다 더 빠르게 매수하고 특정시점에 매도하면 이익이 낼 수 있다. 이는 ELW LP의 패턴을 파악하여 고빈도 매매에도 이용되었다.)에 따른 매매는 틱 데이터와 같은 실시간 데이터라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대부분 이러한 '실시간 선도-지연 고빈도 초단타 매매'의 경우 수동매매로는 불가능하고 알고리즘 로직을 통한 자동매매(진입은 '자동' 청산은'자동' 혹은 '수동' 매매로 가능하다)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다양한 매매전략, 출처 - chrisconlan.com
트레이딩 퀀트들의 무기, '시장미시구조'를 배우자
물리학에서 거시세계의 현상을 '고전역학'(classical mechanics)으로 설명한다면, 분자나 원자 그 보다 작은 쿼크 등의 미립자(미시세계)의 현상은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으로 설명하는 것이 이제 정설이 되었다. 금융공학관점에서 주식시장도 이와 유사하게 거시세계는 '기하브라운 운동'(GBM)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주식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의 미시세계는 '시장미시구조'로 설명하고 있다. 즉, 금융시장의 가격이 이루어지는 수요와 공급이 이루어지는 미세구조(호가시장 등)을 다루는 학문이 시장미시구조이론(Market Microstructure Theory)이다.
미국에서는 이 분야의 책이 십 수권이 나와 있지만 국내에서는 한 권도 나와 있지 않다. 논문 등으로 연구하시는 교수님들이 여러 분 계시지만, 사석에서 시장미시구조와 관련된 책을 한 권 써보시라고 하면 손사래를 치신다. 실제 시장미시구조 관련된 책이 나와도 대학원석사 이상의 전공학생들이 볼 가능성이 높다. 즉, 100권도 팔리기 어렵겠지만 아마도 이쪽분야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알면 수천명의 개인투자자까지 공부할 가능성이 높은 분야이다. 다만, 데이터와 시스템에 접근 가능성은 또 다른 문제이긴 한다. 시장미시구조는 시장의 유동성, 즉 품질과 관련성이 높으며, 트레이딩과 관련해서는 가격형성, 고빈도 매매(HFT), 거래비용(transaction cost), 내부자거래, 거래행동의 결정요인 등의 이슈와 관련성이 있다. 과거 알고리즘 트레이딩은 대량 주문집행 알고리즘(execution algorothm: VWAP, TWAP)을 일컫는 좁은 의미로 사용하였으나, 지금은 자동화되어 알고리즘된 모든 거래를 '알고리즘 트레이딩'으로 지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