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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경선 May 09. 2024

수학불안 연구에 대한 회의: 불안을 애들이 만들었나?

★수학불안 연구에 대한 회의_불안이 애들이 만든 것인가? 과열된 입시경쟁의 당연한 결과인가? 그래서 수학불안에 관한 내 연구를 계속해야 되는 걸까?

비오는 날 비소리


어제부터 갑자기 내 연구에 대한 회의감이 확~~~ 올라왔다. 요즘 한병철 교수님의 책들을 읽어서 그런지 뭔가 내가 아이들을 위한 답시고 오히려 아이들을 억압하는 연구를 혼자 망상증 환자처럼 떠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밀려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수학교육의 문제는 입시로 사람을 줄 세우고, 변별력 갖은 문제인 경쟁교육을 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 압박에서 일어나는 당연한 불안증을 내가 오히려 부정하고 개인의 문제 마냥 아이들에게 원인의 시작을 규정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적 시각이 마음속에 일어나는 것이 참 불편하게 한다. 그래서 이러한 불편한 마음을 끝까지 불편하게 밀어붙여 보면 뭔가 새로운 생각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글을 써보기로 했다.



수학불안을 갖은 아이는 마치 머리가 나쁘다고 엄마한테 혼나는 아이와 일정 부분 같다고 생각된다. 머리는 부모에게 유전된 것이기 때문이다. 재밌게 말하는 예이긴 하지만, 머리가 나쁜 아이를 혼내는 것은 사실 가해자가 피해자를 혼내는 것과 같은 것이다. 



나는 거의 매일 신경심리학에 기반한 뇌의 전두엽과 변연계 등 불안으로 인해 일어나는 뇌의 변화와 관련된 학술지를 거의 하루에 한 개는 본다. 연구자의 기본이랄까? 여하튼 내가 보고 있는 나라들은 중국, 일본, 대한민국 정도 되어야 그 입시의 억압력이 비교가 되지, 다른 북유럽 국가들이나 미국, 영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수학불안에 관한 해외와 국내 연구를 계속 들여다보고 있으려니, 우리 대한민국 아이들이 수학과목을 학교 다닐 때는 일주일에 3시간 2번씩 하는 학원을 다니고 학교에서 또 배우고, 방학 때에는 선행으로 수학을 일주일에 적어도 6시간씩 2~3회 공부하는 예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강남지역에서 학원을 운영해서 그런 것이 많이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여하튼 수학불안의 문제가 아이들 개개인의 불안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요인이 훨씬 더 큰 데에도 왜 나는 아이들만 이렇게 파는 걸까? 이제는 뭐 내가 애들 뇌까지 파서 어쩌고저쩌고 하는 거 같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뷰티풀 마인드'라는 영화로 많이 알려져 있는 미국의 천재 수학자 존 내쉬가 제시한 '죄수의 딜레마'라는 이론이 있다. 사교육의 지나침에 대해서는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경제학 시간에 '죄수의 딜레마'이론으로 규명해보기도 했다. 즉 그냥 전 국민이 단체로 사교육을 안 하면 될 일을 욕망을 상대로 하는 재화영역에서 질서를 갖고 행동하지 못하는 현상에 대해서 설명하려는 시도를  공부한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과열된 사교육의 문제만은 또 정확히는 아닌 거 같다. 뭔가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과 연결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있는 경쟁교육의 문제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비정상적인 교육환경의 '소시오패스'를 길러내는 것이 내 연구의 목적인가?



또 말이다.

 

수학불안이 이런 경쟁교육에서는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 연구가 수학불안을 감소시키는 방안을 제시하여 모든 친구들이 극복한다고 한들, 그것이 일종의 엄청난 압력에서 아무것도 느끼지 말아야 되는 일종의 교육환경의 ‘소시오패스’를 양성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아닌가? 아들 둘을 키우면서 아이들의 살인적인 공부스케줄을 학원 운영을 하는 내가 보기에도 너무너무 힘들게 느껴진다. 그냥 하다가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 다른 방법이 있으니까. 하는 데까지 하라고 해도, 어떤 아이들은 경쟁이 이미 마음속에 내재화되어 있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 오면 마음에 걱정이 앞서게 된다.

 

아무것도 없어도, 괜찮다고 해도 경쟁이 내재화된 인간에 대해서는 그가 성과를 낸다는 이유로 우리는 아무도 그를 말리지 않는다. 문제라고 하지 않는다. 성과를 내니 말이다. 그것이 중독 수준이어도 말리지 않는다. 그러한 경쟁의 내재화된 인간을 양성하려고 하는 것이 내가 하고 있는 수학불안 감소방안의 연구가 지향하는 인간인가? 하는 깊은 회의감이 오는 것을 감출 수 없다.

 

이런 경쟁적 환경이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고조되는 스트레스와 압박을 주어, 결국은 감정을 억제하고 무감각해지도록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일까? 이러한 교육 환경이 장기적으로 학생들의 정서적, 사회적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된다. 경쟁 중심의 교육이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교육 방식이 과연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물음은 깊은 고민으로 사회적으로 다 함께 숙고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할 시기가 아닐까?


한병철 교수님의 『심리정치』라는 책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한국의 교육 환경에서 인간이 ‘느낌’의 정서가 아닌 강력하고 무비판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감정’과 ‘기분’에 추동력을 붙여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상한 없는 자유로 인해 사람을 고립되게 하고 우울하게 하여 번아웃증후군을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우리 대한민국 성인들이 아이들에게 학벌사회라는 욕망을 마음의 추동력으로 작용하게 드라마, SNS 등 각종 매체를 이용해서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서울대 나온 멋진 몸을 가진 여성, 하버드를 나온 혈통부터 다른 우성적 몸에 뇌까지 섹시한 뇌섹남이라는 표현 등등 경쟁차별적인 유일한 딱지들을 계속해서 재생산하고 있어 우리를 프로이트가 말한 ‘죽음추동’에서 벗어나려고 허무한 목적을 향해 본능의 끊임없이 자극해 새로운 학벌사회와 외모의 조건을 불어넣어 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오늘도 한 친구가 수학을 전날까지 불안해하다가, 전날 정말 어떻게 마음을 갖는 것이 좋다는 내가 해준 이야기를 듣고 100점을 맞았다는 글을 포스팅하려고 글을 쓰다가 문득, 반작용으로 이 이야기를 듣고 100점을 못 맞은 아이들은 얼마나 열받을까 하는 생각에 ‘이제 그만하자. 시험 잘 본 아이들 이야기는 그만하자.’ 그런 생각 때문에 멈췄다.


한병철 교수님의 사상을 반영하여 수학불안에 대해 다루는 것은 매우 유의미한 독서였다. 우리 사회의 깊은 문제들을 탐구하는 데 중요한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저서인 『피로사회』에서는 현대 사회가 개인에게 끊임없이 자기 최적화를 강요하며 이로 인해 생겨나는 심리적, 정신적 부담을 다룬다. 수학불안 또한 단순히 학생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경쟁을 강조하는 사회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이는 학문적 성취를 개인의 가치와 직결시키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증폭시키는 교육 환경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압박감을 우리가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특히 치열한 입시 경쟁을 통해 이러한 사회적 압박이 구체화되는 곳인데 그중 수학, 특히 그 중요성과 어려움이 강조되면서, 많은 학생들이 이 과목에 대한 높은 불안을 경험하는 사실이다. 수학 성적은 대학 진학 및 미래 직업 성공의 중요한 기준으로 여겨지며, 이는 학생들에게 지속적인 스트레스 원인이 되니까 말이다. 한병철의 이론에 따르면, 이런 불안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성과 중심의 사회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비인간화된 최적화'의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수학불안을 개인의 부족함으로만 치부하는 것은 그 원인을 제대로 짚지 못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이를 사회적,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하고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에 대한 인식은 학생들이 단순히 개별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넘어서서, 자신들이 처한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를 재정립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수학불안에 대한 연구는 단지 학문적인 탐구를 넘어서 사회적, 정치적 차원의 깊은 생각이 들어, 우리 사회가 직면한 보다 광범위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고민으로 오늘은 마음이 참 무겁다.


오늘은 일을 쉬는 날인데, 그동안 너무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서 그런지 아픈 거 같아 누워서 책을 보다가, 생각이 점점 계속해서 쌓이게 되니 어쩔 수 없이 글을 쓰게 되었다. 이 글이 우리 아이들에게 아주 작은 위로가 되길 기도한다. 그래도 어떤 어른 중에는 이 상황을 안타까워하고 수학 불안에 대한 논문주제에 대해 회의를 갖고 미안한 마음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애들한테 미안하다.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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