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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경선 May 09. 2024

수학불안 연구 회의감에 대하여 두 번째 이야기

수학불안 연구 회의감에 대하여_두 번째 이야기



지난주 토요일부터 시작된 내 연구에 대한 엄청난 회의감 때문에 남산을 엄청 걸어 다니면서 책을 읽었습니다. 집에서도 읽고 누워서도 읽고 그랬어요. 다 예전에 읽었던 책들이라 수월하긴 했지만 그래도 다시 읽고 싶어서 읽었어요.

 

러셀의 『교육론』, 한나 아렌트 『교육의 위기를 말하다』. 위르겐 하버마스, 『의사소통적 행위이론』,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의 『교육의 목적』, 한병철 『고통 없는 사회』, 『수학교육학신론 1』의 1장 수학교육의 이해 수학교육학의 학문적 성격, 수학교육의 필요성 및 목적, 수학교육의 발달, 어젯밤에는 『자폐아이들을 위한 플로어타임』 등등을요. 참으로 많이 읽었습니다. 휴가여서 그랬기도 했고요. 다른 생각하고 싶어서 읽기도 했습니다.


어젯밤에는 사실 자폐 친구들에게 놀이치료 실습을 하고 있는데, 연구주제를 자폐로 바꿔볼까도 한 10분 정도 생각했던 거 같아요. 그러다 살아온 결이 이렇게 다른데, 내가 미쳤나 알지도 못하는 걸 어떻게 쓰나 싶어서 단념했고요. 플루어타임 책에서 말한 자폐아 중심의 어펙션, 즉 감각-이해-표현 등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인상 깊었습니다.

 

자폐 친구들에게 Follow-Challenge-Expand 한다는 아이디어가 어떤 면에서 수학교육뿐만 아니라, 모든 교육에서 필요한 지침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피아제의 아동중심교육의 아이디어를 자폐 친구들을 위해서 구조화한 개념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한 일상 모두를 교육적 문화로 바꿔야 한다는 의미를 구성하는 마음과 지식과 내러티브를 중요시한 브루너의 생각(『교육의 문화』, 교육과학사)과 유사한 생각이 자폐 친구들의 모든 일상을 플루어타임처럼 구성할 수 있다는 구절이 있어 인상 깊었습니다.

 

오늘 새벽에 일어나서 『수학교육학신론 1 (문음사, 2022)』을 보다 문득, 제가 놓쳐버린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내가 너무 학술지와 논문만 봤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학교육학 관련 교과서를 안 보고 너무 논문과 학술지만 봐서 이런 회의감이 깊이 들었구나.' 그래서 타 학문에서 바라보는 비판적 관점을 하나하나 설파하지 못하고 나를 잡아 족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지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옛말에 그런 말이 있어요.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냐?’라는 말이 있지요. 저는 이 말이 그렇게 좋아요. 현실은 구더기인데, 장은 맛있으니까요. 구더기가 무서워서 우리가 된장찌개를 포기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어릴 때 봤는데요. 된장찌개 등 각종 음식에 들어가는 그 된장이 만들어질 때, 어떨 땐 구더기가 만들어지는 걸 엄마가 된장을 만드는 걸 지켜보면서 보았어요. 그 장독대에 구더기가 꿈틀꿈틀 거리는 걸 보면, 이제까지 먹은 된장찌개를 다 토해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요. 그러나 잘 걷어내고 관리해서 잘 숙성시키고 정성 들여서 메주에 된장에 차례로 만들면 정말 맛있는 된장이 돼요. 고기 먹을 때도 함께 상추랑 먹기도 하고요.

 

제가 어제까지 들었던 회의감은 제 생각에 ‘구더기’에 불과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수학이라는 교과를 가르칠 때, 생기는 그런 회의감이 구더기인 거 같아요. 인적자원밖에 없는 우리 대한민국에서 70년 안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일으킨 원동력이 아이들을 공부시키는 것밖에 없었던 것이 우리나라 아닌가요? 나폴레옹 또한 그 나라의 국력은 수학실력에 비례한다라는 말을 남길 정도로 수학은 그 나라의 국력이거든요. 우리나라 산업화에 수학교육이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해요.

 

또, 예를 들어 기독교에 대해서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기독교에 너무 문제가 많아요. 많아서 뭐가 문제라고 할 수 없을 만큼 많지요. 그러나 저는 집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성경에 대해서 가르쳐요. 이야기를 많이 해주죠. 2천 년도 넘은 이 책이 인류에게 계속해서 읽히고 암송되는 것은 본질적인 이유가 있기 마련이니까요. 예를 들어 십계명 이야기 같은 거 말이에요. 이집트 탈출하는 모세의 이야기는 이 세상 어떤 문학보다 높은 수준의 인간 해방과 진정한 자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이 이야기보다 더 수준이나 밀도가 깊거나 정교하면서 영감을 주는 이야기가 아직 인간에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신화들을 철학과에서 찾아보고 읽어보았지만, 출애굽의 서사 만한 이야기를 아직 저는 찾지 못했거든요. 흑인 노예의 고난과 슬픔 속에서 우리나라 독립운동 등 위의 이야기는 정말 많은 사람들의 정신에서 살아서 영감을 줬던 이야기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거예요. 저는 그러한 성경을 우리 아들들에게 꼭 이야기로 들려줍니다. 지금 기독교가 아무리 개판이어도 말이죠.

 

『수학교육학신론 1 (문음사, 2022)』 23페이지에 그런 표현이 있어요. 히긴스(Higginson, 1980)는 수학교육학을 수학, 심리학, 사회학, 철학의 네 학문의 상호작용으로 이해한다고요. M은 수학, A는 철학, P는 심리학, S는 사회학으로 표현했는데요. 히긴스 모형을 사진으로 보여드릴게요.


이러한 사진으로 수학교육학의 상호작용성을 설명하더라고요. 또한 이러한 히긴스의 생각에 비판하는 말도 있지요. 그건 교육학적 요소를 간과했다는 비판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구절을 읽으면서 정말 저 혼자만의 위로를 받았습니다.

 

저는 수학, 심리학, 철학, 법학, 교육학 학위가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한 거예요. 제가 잘났다, 공부를 많이 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 내가 수학을 아이들에게 잘 가르치기 위해서 공부한 이 여정이 틀린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에 큰 위로를 받았다는 거예요.


민주시민을 위한 비판적 사고에 대한 사회학적 수학교육에서의 효용을 저는 헌법전문에서부터 “국가는 평생교육을 진흥하여야 한다”는 헌법 제31조 제5항의 배경을 공부하고 고민했던 사람이다라는 사실을 상기하게 되었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나는 아이들의 수학불안에 관련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수학불안을 극복해서 수학교육의 효용성이 ‘정신도야성(『수학교육학신론 1 (문음사, 2022)』p.40)’의 분야에서 ‘아이들이 수학공부를 할 때 정신적으로 힘이 들고 인내가 필요할 때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서 학문적으로 이야기할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큰 위로를 얻게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들, 제가 만나는 아이들을 행운아로 만드는 선생님이 되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아이들에게 정말 준비된 선생님으로 매일 공부하는 것이 제 일에 대한 정체성의 큰 부분인데, 당연히 이 여정으로 가는 길에 어제 들었던 회의감처럼 그런 생각이 들었고 그에 대해서 극복하려는 이렇게 좋은 생각이 많은 책들의 도움을 받아서 알게 되었다는 점이 너무나 기쁘고 기쁩니다.



지난달에 저는 논문자격시험을 3과목을 봐서 합격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오늘부터 2024년도 1학기 학위연구계획서 제출 안내하는 날이더라고요. 갑자기 마음이 엄청 신나 졌어요. 열심히 할 겁니다. 제가 공부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테니까요. 그리고 제 마음에는 거짓 없이 제 일에 대해서 그리고 제가 만나는 아이들에 대해서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것처럼 저 또한 열심히 준비하는 모습으로 좀 더 잘해보고자 하는 선생님의 마음이 있으니까요. ㅎㅎ 갑자기 신나네요 정말로요!

 

여러분도 오늘 파이팅 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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