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을 철학하다 중1 1학기
우리는 수학을 책상 위의 숫자 놀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주 오래전 사람들에게 수학은 생존의 도구였습니다. 지금부터 수천 년 전, 인류 최초의 문명들이 탄생한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는 ‘수를 나누는 기술’이 곧 사회를 유지하는 기초 질서였죠.
이집트 문명은 매년 범람하는 나일강 덕분에 풍요로운 농업을 이루었지만, 그 범람은 동시에 경계와 기준을 모두 지워버리는 혼란이었습니다. 어떤 농부의 밭이 어디까지였는지를 해마다 다시 정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측량과 수 분할 기술은 필수였어요.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분수를 표현할 때 지금 우리가 쓰는 4/3 같은 방식 대신, 모두 단위 분수(분자가 1인 분수)들의 합으로 나타냈습니다. 예를 들어 9/80는 1/16 +1/20으로 나타내죠. 이 방식은 계산을 어렵게 만들었지만, 실제로 물건을 나눠주는 데는 더 공평하고 단순한 방법이었습니다. 이 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자연수를 여러 조각으로 쪼갤 수 있어야 했고, 거기엔 소인수분해의 감각이 깔려 있었어요.
이집트 수학의 고전 문헌인 『라이네 파피루스』에는 당시 수학자들이 단위 분수를 어떻게 만들어내고, 복잡한 분할을 해결했는지 생생하게 나와 있습니다. 이들은 나눗셈을 단순한 몫 계산이 아니라 “어떻게 공정하게 나눌 수 있을까?”라는 철학적 문제로 다뤘고, 그것은 곧 수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한편 바빌로니아 문명은 전 세계 수 체계에 지금도 영향을 끼치고 있어요. 우리가 사용하는 ‘60초 = 1분’, ‘60분 = 1시간’, ‘360도 = 원의 한 바퀴’ 같은 단위는 모두 바빌로니아에서 유래한 60진법 덕분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60일까요?
60이라는 수는 정말 특별한 숫자예요. 1, 2, 3, 4, 5, 6, 10, 12, 15, 20, 30, 60처럼 약수가 무려 12개나 되는 수입니다. 다시 말해, 많은 수로 정확하게 나눌 수 있는 수였죠. 오늘날 우리는 그런 수를 분할 친화적 수(divisible-friendly number)라고 부를 수 있어요.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이를 통해 시간을 나누고, 거래 단위를 만들고, 천문학 계산도 했습니다.
그들의 수학은 철저히 실용적이었지만, 그 안에는 소수를 이해하려는 본능적 감각이 숨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수가 다른 수로 나눠지지 않으면, 그 수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단위—즉, ‘소수’라는 개념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죠. 비록 그들은 유클리드처럼 소수를 정의하진 않았지만, 일상에서 수를 나누며 그 개념에 다가가고 있었던 셈입니다.
이집트와 바빌로니아에서 시작된 이러한 수 분할 문화는 단순한 셈법을 넘어 사회 운영의 원칙이었습니다. 세금을 매기고, 땅을 나누고, 곡식을 분배할 때 ‘얼마씩 나눌까?’라는 질문은 반드시 ‘수를 어떻게 쪼갤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연결되죠.
수를 나눈다는 것은 사회적 질서를 만든다는 것이기도 했어요.
이런 배경에서 우리는 소인수분해라는 개념이 단지 수학 문제 풀이를 위한 기술이 아니라, 문명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도구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수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 소수들을 찾아내는 능력은 곧 사회가 공정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 힘이었습니다.
그러니 오늘 여러분이 배울 ‘소인수분해’는 단순한 계산 연습이 아니라, 인류 문명의 기본 원리를 배우는 일이기도 해요.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수를 나누며 세상을 이해하고 질서를 만들었고, 그 전통은 지금도 여러분의 수학 교과서 속에 살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