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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고대 문명과 수의 분할

수학을 철학하다 중1 1학기

by 지경선

1장 2절. 고대 문명과 수의 분할


우리는 수학을 책상 위의 숫자 놀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주 오래전 사람들에게 수학은 생존의 도구였습니다. 지금부터 수천 년 전, 인류 최초의 문명들이 탄생한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는 ‘수를 나누는 기술’이 곧 사회를 유지하는 기초 질서였죠.



■ 이집트: 나일강과 분할의 기술


이집트 문명은 매년 범람하는 나일강 덕분에 풍요로운 농업을 이루었지만, 그 범람은 동시에 경계와 기준을 모두 지워버리는 혼란이었습니다. 어떤 농부의 밭이 어디까지였는지를 해마다 다시 정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측량과 수 분할 기술은 필수였어요.

고대 이집트 단위 분수 체계 (예: 2/3 = 1/2 + 1/6): 분수는 모두 1로 시작한다—공정한 분배를 위한 이집트인의 지혜가 담긴 분수 표현 방식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분수를 표현할 때 지금 우리가 쓰는 4/3 같은 방식 대신, 모두 단위 분수(분자가 1인 분수)들의 합으로 나타냈습니다. 예를 들어 9/80는 1/16 +1/20으로 나타내죠. 이 방식은 계산을 어렵게 만들었지만, 실제로 물건을 나눠주는 데는 더 공평하고 단순한 방법이었습니다. 이 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자연수를 여러 조각으로 쪼갤 수 있어야 했고, 거기엔 소인수분해의 감각이 깔려 있었어요.


이집트 수학의 고전 문헌인 『라이네 파피루스』에는 당시 수학자들이 단위 분수를 어떻게 만들어내고, 복잡한 분할을 해결했는지 생생하게 나와 있습니다. 이들은 나눗셈을 단순한 몫 계산이 아니라 “어떻게 공정하게 나눌 수 있을까?”라는 철학적 문제로 다뤘고, 그것은 곧 수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 바빌로니아: 60진법과 수의 질서


한편 바빌로니아 문명은 전 세계 수 체계에 지금도 영향을 끼치고 있어요. 우리가 사용하는 ‘60초 = 1분’, ‘60분 = 1시간’, ‘360도 = 원의 한 바퀴’ 같은 단위는 모두 바빌로니아에서 유래한 60진법 덕분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60일까요?

바빌로니아 수학 점토판, 약 기원전 1800년 : 시간·각도 단위의 뿌리, 60진법—많이 나눌 수 있는 수로 질서를 만든 바빌로니아의 유산


60이라는 수는 정말 특별한 숫자예요. 1, 2, 3, 4, 5, 6, 10, 12, 15, 20, 30, 60처럼 약수가 무려 12개나 되는 수입니다. 다시 말해, 많은 수로 정확하게 나눌 수 있는 수였죠. 오늘날 우리는 그런 수를 분할 친화적 수(divisible-friendly number)라고 부를 수 있어요. 바빌로니아 사람들은 이를 통해 시간을 나누고, 거래 단위를 만들고, 천문학 계산도 했습니다.


그들의 수학은 철저히 실용적이었지만, 그 안에는 소수를 이해하려는 본능적 감각이 숨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수가 다른 수로 나눠지지 않으면, 그 수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단위—즉, ‘소수’라는 개념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죠. 비록 그들은 유클리드처럼 소수를 정의하진 않았지만, 일상에서 수를 나누며 그 개념에 다가가고 있었던 셈입니다.



■ 수학은 곧 ‘분할의 기술’이었다


이집트와 바빌로니아에서 시작된 이러한 수 분할 문화는 단순한 셈법을 넘어 사회 운영의 원칙이었습니다. 세금을 매기고, 땅을 나누고, 곡식을 분배할 때 ‘얼마씩 나눌까?’라는 질문은 반드시 ‘수를 어떻게 쪼갤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연결되죠.

수를 나눈다는 것은 사회적 질서를 만든다는 것이기도 했어요.

네오-바빌로니아 점토판 계약서 (출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수를 나눈다는 건 약속을 만든다는 뜻. 분할과 질서로 이룬 고대의 계약 문명

이런 배경에서 우리는 소인수분해라는 개념이 단지 수학 문제 풀이를 위한 기술이 아니라, 문명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도구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수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 소수들을 찾아내는 능력은 곧 사회가 공정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 힘이었습니다.


그러니 오늘 여러분이 배울 ‘소인수분해’는 단순한 계산 연습이 아니라, 인류 문명의 기본 원리를 배우는 일이기도 해요.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수를 나누며 세상을 이해하고 질서를 만들었고, 그 전통은 지금도 여러분의 수학 교과서 속에 살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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