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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수를 분해한다는 것의 철학적 의미

수학을 철학하다. 중1 1학기부터

by 지경선

1장 7절. 수를 분해한다는 것의 철학적 의미


■ 전체와 부분, 그리고 인간 사고의 언어로서의 수학


“수학은 우리가 표현하지 못하는 것을 표현하게 하고, 우리가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한다.”

— 앨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 (Alfred N. Whitehead)


앨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 초상 : “수학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하는 언어입니다.” 화이트헤드의 사유는 지금도 유효합니다.

우리는 소인수분해를 숫자를 나누는 기술이라고 배웁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계산 기법’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눈,

사고를 훈련하는 방법,

존재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언어입니다.


화이트헤드는 수학을 “언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수학을 단지 계산의 도구로 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세계의 질서를 서술할 수 있는,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정교한 상징 체계로 이해했습니다.


그 안에서 수학은 과학, 철학, 예술과 연결되는 인간 사유의 고속도로였죠.


그렇다면

소인수분해는 이 언어에서 무엇일까요?


그건 문장의 품사, 또는 문장의 단어를 구성하는 알파벳에 해당합니다.


어떤 문장이 감동을 주려면 단어의 조합이 정제되어야 하듯, 어떤 수가 갖는 의미도 그 내부 구조를 해체하고 재구성해보아야만 비로소 보이기 시작합니다.


■ 전체와 부분을 나눈다는 것


우리가 수를 나눈다는 것은,

단지 크기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전체 속의 구조’를 보는 훈련입니다.

점으로 구성된 나선형 구조 (Ulam Spiral – 흑백 점 버전) 무작위처럼 보이지만, 소수 속엔 구조가 있어요. 수학은 질서를 찾아내는 사유의 언어입니다.


예를 들어,

30이라는 수는 겉으로는

단일한 자연수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2 × 3 × 5라는 서로 다른 성질의 수들이 만나 이루어진 조화입니다.


이는 마치 생물학에서

하나의 기관을 해부해서

근육, 신경, 혈관을 분리해보는 것처럼,


전체가

어떤 기본 단위들로 구성되었는지를

밝혀내는 분석적 사고의 시작입니다.


그렇게 전체를 부분으로 나누는 사고는

이후 인간의 모든 인지 능력—언어 분석, 과학적 분류, 사회 체계 이해—의 기초가 됩니다.


다시 말해,

수학은 단순히 수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틀을 훈련시키는 학문입니다.


■ 추상은 도약이 아니라 정밀함이다


우리는 “추상”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렵고 멀게 느낍니다.


하지만 진짜 추상이란

현상을 정리하고,

본질을 분리하여,

구조를 이해하게 만드는 힘입니다.


소수는 그 어떤 수로도

더 나눌 수 없는 가장 기본 단위예요.


그렇기에 소수를 통해

우리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것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고를 배웁니다.


이 사고는 단지 수학에만 머무르지 않아요.


사회, 철학, 윤리, 정치 모든 영역에 응용될 수 있는 비판적 사고의 틀이 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사람은 각자 ‘개별적 존재’로도 볼 수 있고,

어떤 ‘집단’의 구성원으로도 볼 수 있어요.


이럴 때 우리는

한 사람을 하나의 ‘단위’로 생각하며,

이 단위가 어떤 구조로 모여 있는지를 분석하고 이해하려 하죠.


이 모든 사유 방식이

바로 소인수분해적 사고,

즉 ‘전체를 부분으로 쪼개서

본질을 파악하는 수학적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수학은 삶을 통찰하는 렌즈다


소인수분해는 단지 초등 개념이 아닙니다.


그건 분석하는 법,

구조를 인식하는 법,

복잡함 속에서 단순함을 발견하는

힘입니다.


이 힘은 인간 사고의 가장 정밀한 도구이며,

화이트헤드가 말한 대로 “우리가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하는” 언어입니다.


수학은 삶을 단순화시키지 않습니다.


오히려 삶을 더 깊고 정밀하게 들여다보게 합니다.


소인수분해는 그 첫 번째 걸음입니다.

붉은 소수를 강조한 격자형 소용돌이 수천 개의 수가 나선으로 흩어져 있지만, 소수는 붉게 드러나며 보이지 않던 질서를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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