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 수학을 철학하다 2장
이제 우리는 수천 년을 건너온 이 개념을 교실 책상 위에서 마주하게 됩니다.
숫자를 나누는 손끝 아래, 보이지 않게 쌓여 있는 역사와 철학이 있어요.
그 속에서 우리는 ‘공통된 기준’을 찾는 감각을 조용히 배우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자, 이제 우리는 다시 교실로 돌아와요.
칠판에는
“30과 18의 최대공약수를 구하시오”
라는 문제가 적혀 있고,
학생들은 종이에 열심히 소인수분해를 하고 있어요.
어쩌면 조금 심심한 장면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사실, 이 장면 안에는
앞에서 우리가 걸어온 수천 년의 질문이 숨어 있어요.
“서로 다른 것을 어떻게 나누어야 할까?”
“가장 공정한 단위는 무엇일까?”
중학교 1학년 수학 교과서에서는
‘자연수의 성질’이라는 단원에서
약수와 배수, 공약수와 공배수라는 개념이 등장해요.
학생들은 먼저
어떤 수가 다른 수를 ‘나누어 떨어지게’ 만드는지를 배워요.
그리고 여러 수의 공통된 약수,
즉 공약수를 구하는 방법을 익히죠.
가장 많이 쓰이는 방식은 소인수분해예요.
예를 들어 30은 2×3×5, 18은 2×3×3.
그러면 공통으로 들어 있는 2와 3을 곱해
최대공약수는 6이라는 걸 알아내요.
물론, 이건 유클리드 호제법이 등장하기 전의 계산 방식이에요.
하지만 그 자체로도
수의 구조를 해체하고 비교하는 훈련이 되죠.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껏 얘기해온
유클리드 호제법은 어디 있을까요?
사실 대부분의 교과서에선
이 호제법을 본 단원에서 자세히 다루지는 않아요.
대신 ‘읽어보기’나 ‘탐구 활동’, 혹은
“더 알아보기” 코너에서 가볍게 소개하죠.
“큰 수를 작은 수로 나누고,
그 나머지로 또 나누는 과정을 반복하면
최대공약수를 구할 수 있어요.”
이렇게 간단히 설명되고 넘어가요.
학생들은 정식으로 이 알고리즘을 배우지는 않지만,
호기심 많은 아이들은
종종 이 방식을 더 빠르다고 여기고 직접 써보기도 해요.
그리고 때로는 수학동아리나 경시대회 준비를 하며
호제법의 원리와 역사적 배경까지 탐구하는 학생들도 있어요.
그렇게 이 오래된 알고리즘은
교과서의 그림자 속에서
살금살금, 그러나 분명히 살아 숨 쉬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공약수’는 수학 교육의 기초로 여전히 중요해요.
왜냐하면 이 개념은
곧 ‘공통된 기준’을 설정하는 사고력과
‘공평한 분할’에 대한 감각을 키우는 훈련이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분수의 약분.
18/30 을 가장 간단한 형태로 바꾸기 위해선
최대공약수 6을 알아야 해요.
▶ 또 예를 들어,
30개의 사과와 18개의 귤을
한 사람당 똑같이 나눠줄 수 있는 가장 큰 묶음을 만들기 위해서도
최대공약수는 필수예요.
이건 단지 계산이 아니라
문제를 분석하고 단위를 설계하는 능력,
그리고 논리적 사고의 첫걸음이기도 해요.
우리가 교과서 속 최대공약수 문제를 푸는 건
단지 정답을 맞히기 위해서가 아니에요.
사실 우리는 그걸 통해
‘공유’와 ‘기준’이라는 추상적인 감각을 익히는 중이에요.
“30개를 6씩 나누면 5묶음이구나.”
“그럼 18개도 6씩 나누면 3묶음.”
“그렇게 하면 서로 다른 것을 함께 묶을 수 있겠네.”
이 단순한 과정을 통해
우리는 질서, 균형, 공정함,
그리고 함께 살기 위한 최소 단위 같은 것들을
조금씩 몸으로 익히고 있는 거예요.
지금 교과서 속 계산 하나하나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문명과 수학자들이
함께 고민해온 질문에 대한 대답이라는 걸 안다면,
학생들의 눈빛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요?
오늘의 교실은
그 질문이 또 한 번 되살아나는 곳이에요.
그리고 우리 모두는,
그 오래된 이야기를
다시 이어 쓰는 사람들인 거예요.
작은 교실 안, 아이들이 붓과 장부를 들고 숫자를 배우며 선생님의 지도를 받고 있습니다. 숫자와 나눗셈은 단지 계산이 아니라, 공정함과 질서라는 사회적 감각을 배우는 훈련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푸는 최대공약수 문제도, 바로 이렇게 조용히 삶의 철학을 길러온 역사 속 교실의 연장선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