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n Norden,Radchenkova,Wong
공자의 사상은 흔히 ‘인(仁)’과 ‘의(義)’라는 두 축으로 이해된다. 그중 ‘의’는 옳음을 추구하는 도덕적 실천의 원리로서, 단순히 결과를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정당하기 때문에 실천되어야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러한 사상은 서양 윤리학의 주요 전통인 칸트의 의무론과 공리주의적 결과주의와 비교될 때 더욱 선명한 의미를 가진다.
본 리뷰에서는 Van Norden(2004), Radchenkova(2023), 그리고 Wong(2001)의 연구를 중심으로 공자와 맹자의 ‘의’ 사상과 서양 윤리학을 비교하고 그 철학적 함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Van Norden(2004)은 맹자의 ‘의’ 개념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면서, 의를 단순한 사회적 규범 준수로 축소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맹자에게 의는 인간 본성에 뿌리내린 도덕적 직관이며, 외부적 보상이 아니라 옳음 자체에서 정당성을 획득한다.
굶주린 사람에게 음식을 나누어주는 행위가 보상을 기대해서가 아니라 옳기 때문에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맹자의 사상은 결과보다 동기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칸트 윤리학과 흡사하다. 그러나 맹자는 도덕성을 사회적 조화와 연결한다는 점에서 독자성을 지닌다.
공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의는 관계적 인간 존재의 실천적 덕목이다. Wong(2001)은 중국철학이 권리나 제도보다 관계와 덕성을 중시한다고 지적한다.
의는 개별 행위의 기준을 넘어 사회적 질서와 유대의 기반을 마련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결국 공자와 맹자가 말하는 의는 목적 없는 실천, 곧 ‘옳기 때문에 옳음을 행하는 것’이다.
Radchenkova(2023)는 칸트와 공자를 비교하며, 양자가 모두 결과가 아니라 내적 정당성을 중시한다고 지적한다. 칸트는 도덕적 행위가 진정한 가치를 가지려면 정언명령을 따르며, 그것이 의무이기 때문에 행해져야 한다고 보았다.
이는 맹자의 의와 평행선을 이룬다. 그러나 칸트가 보편적 이성에 기초한 개인의 자율성을 강조했다면, 공자는 인간 관계망 속에서 형성되는 도덕적 주체성을 중시한다는 차이가 있다.
반면 공리주의는 옳음을 결과, 즉 최대 행복의 산출에 두었다. 의로운 행위는 그것이 옳기 때문이 아니라 다수에게 유익하기 때문에 정당화된다.
Wong(2001)은 이러한 점에서 공자와 맹자의 의는 공리주의와 뚜렷하게 구별된다고 평가한다.
순자의 경우 질서와 제도를 통한 효용을 강조해 공리주의적 성격을 가진다는 해석도 존재하지만, 이는 공자·맹자의 입장과는 차이가 크다.
세 논문을 종합하면, 공자와 맹자의 의는 칸트 윤리학과 일정한 유사성을 지니면서도 공동체적 맥락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차별적이다.
Van Norden(2004)은 의를 인간 본성에서 비롯된 직관으로 보고, 이는 칸트의 도덕법칙과 대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Radchenkova(2023)는 동서양 윤리학이 옳음 자체의 가치를 인정한다는 점에서 만날 수 있음을, Wong(2001)은 이러한 차이가 문화적 맥락에 기인함을 설명한다.
철학적 함의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의는 결과 중심적 접근을 넘어 내적 정당성과 공동체적 책임을 함께 포괄하는 보편성을 지닌다.
둘째, 공자의 의 사상은 서양 윤리학과 대화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며, 윤리적 다원주의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셋째, 이는 오늘날 불평등, 공동체 위기, 윤리적 무기력의 문제를 극복하는 사상적 자원이 될 수 있다.
공자의 의는 단순한 윤리 규범이 아니라 ‘옳기 때문에 옳음을 행하는 것’이라는 철학적 핵심을 담고 있다.
맹자는 이를 인간 본성과 결합해 강력한 윤리적 직관으로 발전시켰으며, 칸트 윤리학과 나란히 설 수 있는 깊이를 보여준다.
그러나 공자의 의는 개인적 자율성에 머무르지 않고 관계적 인간다움과 공동체적 실천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독자적 의미를 지닌다. 공리주의와는 뚜렷하게 대비되며, 이는 동서양 윤리학의 대화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따라서 공자의 의 사상은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는 성찰의 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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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 Norden, B.W. (2004). The Virtue of Righteousness in Mencius. PDF
Radchenkova, K. (2023). Kant and Confucius: Moral Ethics Behind Western and Eastern Approaches. PDF
Wong, D. (2001). Comparative Philosophy: Chinese and Western.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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