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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리뷰_노자의 삼보와 현대 사회의 보배

Chen, G. M. (2018). Laozi: Ethics of Act

by 지경선


노자의 삼보와 현대 사회의 보배


1. Laozi: Ethics of Actionless Action


Guo-Ming Chen(2018)의 논문 「Laozi: Ethics of Actionless Action」은 노자의 사상과 윤리를 ‘행동하지 않음의 윤리(Ethics of Actionless Action)’라는 틀로 분석한다 . 저자는 『도덕경』의 철학적 핵심을 도(道), 무위(無爲), 자연(自然), 그리고 삼보(三寶)라는 네 가지 축으로 제시한다.


첫째, 도(道)는 형체도 없고 이름도 없는 궁극적 근원으로서 만물을 낳고 기르는 원리다. 노자는 이를 단순히 초월적 실체가 아니라, 사회적·정치적 혼란 속에서 인간이 회복해야 할 삶의 질서로 이해한다.


둘째, 무위(無爲)는 흔히 ‘행동하지 않음’으로 번역되지만, Chen은 이를 단순한 소극적 태만이 아니라 자연의 흐름을 거슬러 가지 않는 ‘자연스러운 행위’로 해석한다. 『도덕경』 37장에서 “도는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모든 것을 이룬다”라는 구절이 이를 상징한다.


셋째, 자연(自然, zi ran)은 인위적 조작 이전의 본래 모습이다. Chen은 노자가 ‘물의 은유’를 통해 이를 설명했다고 본다. 물은 부드럽고 약하지만 단단한 것을 이긴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흘러가며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다투지 않는다. 이 비유는 노자의 윤리적 원리—겸허, 부드러움, 비경쟁—를 사회적 규범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


넷째, 삼보(三寶)는 노자의 윤리 체계가 집약된 덕목으로서, 자비(慈), 검소(儉), 그리고 ‘세상 앞에 나서지 않음(不敢爲天下先)’이다. Chen은 이를 ‘인생의 보배’라 부를 만한 가치로 해석한다. 노자는 “용기 있는 자는 반드시 자비로워야 하고, 관대한 자는 반드시 검소해야 하며, 세상을 다스리는 자는 반드시 앞서려 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Chen의 논문은 이러한 윤리적 체계를 단순한 철학적 해석에 머물지 않고, 현대적 함의로 연결한다. 첫째, 노자의 무위와 삼보는 정체성을 고정하지 않고 유연한 자기 정체성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타자와 공존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둘째, 노자의 인간-자연 조화 사상은 환경 위기와 지속가능성의 문제 해결에 중요한 사상적 자원이 된다 .



2. 노자의 윤리 체계


논문에서 다룬 핵심 개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도(道): 이름 붙일 수 없는 근원적 원리, 존재와 삶의 보편적 질서.

무위(無爲): 인위적 간섭 없이 자연스러움에 따르는 행위. 태만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행위’라는 윤리.

자연(自然): 만물이 본래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상태. 물의 은유로 설명됨.

삼보(三寶): 자비(慈), 검소(儉), 겸허(不敢爲天下先). 노자가 제시한 ‘인생의 보배’.



3. 삼보의 현대적 적용


Chen의 논문은 삼보를 윤리적 지침으로 제시했는데, 이를 오늘날 사회적 문제에 적용해보면 다음과 같이 확장될 수 있다.


(1) 자비(慈): 돌봄 사회와 공동체 회복


노자가 말한 자비는 단순한 감정적 연민을 넘어, 용기의 원천으로서 타인을 이롭게 하는 적극적 태도다. 현대 사회에서 자비는 팬데믹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드러난 공동체적 연대 속에서 구현된다. 의료진의 헌신, 지역사회의 자원봉사, 서로를 위한 돌봄은 경쟁과 개인주의 사회 속에서 다시금 자비가 ‘인생의 보배’임을 드러낸다.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나 공익을 우선시하는 사회적 기업은 노자의 자비 정신을 경제 영역에 적용한 예라 할 수 있다.


(2) 검소(儉): 소비사회와 지속가능성


검소는 욕망을 절제하고 소박함을 유지하는 삶의 태도다. 오늘날 이는 소비주의와 환경 위기와 직결된다. 무한 소비 추구는 환경 파괴, 기후 위기, 불평등 심화를 낳는다. 이에 대응해 등장한 미니멀리즘, 제로 웨이스트 운동, 지속가능 패션은 노자의 검소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현한다. 검소는 단순한 개인적 절약이 아니라, 지구 공동체를 위한 윤리적 선택이자 “생태적 보배”다.


(3) 겸허(不敢爲天下先): 권력의 절제와 새로운 리더십


세 번째 보배는 ‘세상 앞에 나서려 하지 않음’이다. 노자는 권력자가 억지로 앞서려 할 때 혼란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오늘날 정치와 기업 리더십에서 이 겸허는 새로운 가치로 부상한다. 예컨대, 뉴질랜드 총리 저신다 아던은 권위적 통치 대신 공감과 겸손의 리더십으로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또한 일부 CEO들이 직원들과의 소통과 이익 공유를 중시하는 모습은 노자의 겸허와 통한다. 이는 권력의 집착이 아닌 겸손한 리더십이야말로 진정한 보배임을 보여준다.



4. 종합적 논의


Chen의 논문은 노자의 무위와 삼보를 통해 인간 사회가 혼란을 극복할 수 있는 윤리적 길을 제시한다. 오늘날 이를 확장 적용하면,


자비는 돌봄 사회와 연대를,

검소는 환경 지속가능성을,

겸허는 겸손한 리더십을 가능케 한다.


즉, “인생의 보배를 간직하라”는 말은 화려한 부귀영화가 아닌, 인간과 사회, 그리고 자연을 지탱하는 근본적 가치—자비·검소·겸허—를 간직하라는 뜻이다. 이 보배를 삶과 제도 속에서 지켜나갈 때, 노자의 사상은 고대의 철학을 넘어 현대 사회 문제 해결의 지혜로 살아난다.



참고문헌


Chen, G. M. (2018). Laozi: Ethics of Actionless Action. Communication Studies Faculty Publications. University of Rhode Is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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