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cross-cultural comparison of Chinese a
2024년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Communications에 실린 「A cross-cultural comparison of Chinese and Western philosophical practice」는 철학적 상담의 흐름을 동서양 비교 속에서 탐구하며, 개인 심리 치유와 사회적 조화라는 두 축을 연결하는 작업을 시도한다.
이 논문에 제시된 Fig. 6의 WOS 키워드 동시출현 네트워크는 철학상담과 철학적 실천이 어떻게 인지행동치료(CBT), 윤리학, 비판적 사고, 공익의 추구와 맞물려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이 그림은 그 자체로 문과 논문이 정량적 분석과 사상적 깊이를 동시에 갖출 수 있음을 드러내며, 철학상담이 단순한 학문적 논의가 아니라 심리치료와 사회정의의 교차점이라는 사실을 강하게 설득한다.
이 네트워크를 묵자의 사상과 연결하면 흥미로운 대화의 장이 열린다. 묵자는 고대 중국의 가장 독창적 사상가 중 하나로, “겸애”와 “비공”이라는 사유를 중심에 두었다. 겸애는 차별 없는 사랑을 뜻하며, 특정한 혈연이나 신분에 국한되지 않고 타자와 타국까지도 동등하게 사랑해야 한다는 원리다.
이는 네트워크 다이어그램에서 철학상담이 윤리, 권리, 공익과 연결된 축과 정확히 겹친다. 상담이 단순히 개인의 불안을 달래는 장을 넘어서 사회적 약자의 권리와 보편적 사랑을 실천하는 장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곧 묵자가 꿈꿨던 사회적 연대의 현대적 변주라 할 수 있다.
비공, 곧 전쟁 반대의 원리는 또 다른 층위에서 네트워크와 맞닿는다. 묵자는 전쟁을 반대하면서도 단순한 도덕적 호소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약소국이 자립적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도록 구루를 쌓고 방어 기술을 가르쳤다. 이것은 추상적 도덕이 아니라 구체적 실천이었다.
네트워크에서 철학상담과 직결된 인지행동치료가 보여주는 것도 바로 이러한 맥락이다. CBT는 내담자의 인지 왜곡을 교정하여 불안을 줄이고 삶을 안정시키는 실천적 기술이다.
묵자의 방어 전략과 CBT는 서로 다른 시대와 맥락 속에서 약자의 불안을 해소하는 기술이라는 점에서 “치유적 방어”라는 공통의 지점을 공유한다. 철학상담과 임상심리가 결합하는 장면은 곧 묵자가 철학과 기술을 결합했던 장면의 현대적 반향이다.
묵자의 논증 방식 또한 이 네트워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림 속에서 비판적 사고는 중심 노드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철학상담은 내담자의 신념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논리적 허점을 드러내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묵자 또한 유가의 예악을 비판하면서 단순히 도덕적 선언을 내리지 않았다. 그는 왜 예악이 사회적 약자에게 불평등을 강화하는지, 왜 그것이 현실적 고통을 심화시키는지를 변증법적으로 논증했다.
따라서 묵자의 사상은 오늘날의 “변증법적 상담”과 직접적인 친연성을 가진다. 상담자가 내담자의 신념을 해체하는 과정은 곧 묵자가 지배 이데올로기를 해체하는 과정과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
네트워크 외곽에 위치한 아프리카 철학, 남아프리카, 전체론적 의학 같은 키워드들은 철학상담이 특정한 서구적 전통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문화와 맥락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묵자의 사상을 다시금 현대적으로 읽을 수 있는 단서가 된다. 묵자는 자신의 시대적 조건 속에서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보편적 원리를 발견했고, 그것을 구체적 실천으로 연결했다.
오늘날 다문화 사회에서 상담이 특정 집단의 문화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내담자를 포용하려 할 때, 묵자의 겸애 사상은 “조건 없는 존중”이라는 상담의 기본 태도와 강하게 공명한다.
결국 Fig. 6이 보여주는 것은 철학상담이 단순히 철학적 대화의 장이 아니라 심리치유, 윤리적 성찰, 사회정의적 실천을 동시에 포괄하는 통합적 장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바로 이 세 축은 묵자 사상과 놀라울 정도로 겹쳐진다. 겸애는 철학상담 네트워크에서 보편적 권리와 공익이라는 축으로 다시 태어나고, 비공은 CBT와 연결된 치유적 방어의 축으로 재해석되며, 논증적 비판은 비판적 사고의 축으로 구현된다.
이 만남은 고대 중국의 철학과 현대의 학제적 연구가 어떻게 서로를 확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네트워크 분석이라는 현대적 방법론은 묵자의 사상을 단순한 역사적 유산이 아니라, 오늘날 심리치료와 사회적 약자 보호 담론 속에서 다시 살아 움직이는 실천적 자원으로 비춰준다.
철학이 학문을 넘어 실질적 치유와 사회적 연대를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묵자의 사상이 2500년의 시간을 넘어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큰 메시지다.
참고문헌
Li, H., Ding, X., & Li, M. (2024). A cross-cultural comparison of Chinese and Western philosophical practice: Exploring new paths for philosophical healing and social harmony.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Communications, 11, Article 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