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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Aug 21. 2023

김나영의 <너의 번호를 누르고>

작곡 리트너, 두번째별 / 작곡 리트너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김나영'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TudiE4RH_GE


소소한 일상부터

어린 시절 얘기까지도

그리 똑같진 않아도

말이 참 잘 통해서

더 짧았던 거야


어쩌다 먼 훗날에

그때 우리 약속 기억날까

아쉬움만 가득했던

그때 난 왜 그랬을까


너의 번호를 누르고

설레임을 가득 채우다

너의 번호를 지우며

좋았던 시간을 덜어내


그때 난 왜 몰랐을까

이뤄질 수 없는

짧은 시간 속의

우린 여기까지인가 봐


- 김나영의 <너의 번호를 누르고> 가사 중 -




우연이 맺어 준

너와의 인연

신기하게도

우린 잘 통했어


같은 듯 다른 듯

서로의 이야기에 빠지며

어느새 가까워졌지


그래서 우리의 만남이

짧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래서 시간이 갈수록

아쉬움이 가득한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돼


그때 난 왜 그랬을까

그때 난 왜 몰랐을까


이뤄질 수 없는

스쳐 지나버릴

인연이었을까


왜 잊히지 않고

자꾸만 그때

네가 생각날까


한 때는 너와 전화하며

설렘으로 가득했는데

이제는 그 번호를 지우며

좋았던 시간을 덜어내


우린 여기까지인가 봐




가수 김나영은 제가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홀로>라는 노래는 알고 있었는데 다 커버곡으로 들어서 그 노래의 원조가수인지는 몰랐네요. 올해로 데뷔 10년 차를 맞았고 최근 <비긴어게인>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어쩔 수가 없나 봐>라는 노래를 들었는데 꽤 좋더군요.

이번 노래는 제작사에서 '투톤 프로젝트'라고 음악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노래의 가창자 성별을 바꿔 노래하는 방식으로 탄생한 곡입니다. 2019년 11월에 '안녕'이라는 이름을 가진 가수가 이 노래를 발표했고요. 김나영 씨가 2022년에 리메이크했네요. 가수들이 다른 가수의 노래를 부를 때도 느낌이 다른데, 성별까지 바뀌니 색다름이야 말해 뭐 합니까. 한 마디로 독특한 매력이 있는 가수입니다.

자 본업인 가사 이야기로 들어가 보시죠. 오늘은 질문으로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들은 좋아하는 상대를 어디서 찾으셨나요? 아는 사람 중에서? 아니면 길을 가다가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마음에 들면 연락처라도 요청하시는 편인가요? 아마도 일반적으로는 친구의 소개 정도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영화에서 보면 잠깐 떠난 여행에서 세상을 살면서 한 번도 마주칠 것 같지 않은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일이 있죠? 네. 이 노래가 그런 경우에 해당되는 것 같습니다.

첫 가사가 '우연히 너를 만나서/ 너의 옆자리에 앉아/ 그렇게 우린 친해졌어'로 시작합니다. 우연히 삶에서 낯 선 사람과 부딪히고 말을 섞었는데 매일 보는 사람보다도 대화가 잘 통한다면 어떨까요? '내가 이 사람을  만나려고 그동안 혼자였나 보다'라고 생각하며 우연을 필연이라는 단어로 바꾸려 하지 않을까요.  

제가 이 노래에서 주목하는 가사 중 하나는 '소소한 일상부터/ 어린 시절 얘기까지도/ 그리 똑같진 않아도/ 말이 참 잘 통해서/ 더 짧았던 거야'입니다. 마지막 '더 짧았던 거야' 부분요.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제 해석은 이렇습니다. 사람에 대한 매력도는 낯설수록 올라간다고 합니다. 처음에 낯설다가 익숙해지면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내려가는 거죠. 나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 살던 사람과 불꽃이 튀면 그래서 사랑의 강렬함도 극에 달하지요. 그만큼 열렬한 사랑은 거침없기에 오래가지 못한다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빨리 끓는 냄비가 빨리 식는 것처럼요. 좀 싸우기도 하고 타협도 하면서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라 한 방향으로 올곧이 직진하는 형국이랄까요. 목적지에 도달하는데 최소 시간이 들게 되죠. 산을 오른다고 했을 때 빨리 외서 좋긴 한데 내려갈 일 밖에 남지 않은 아니러니가 생기는 거죠.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제목인 '너의 번호를 누르고/ 설렘을 가득 채우다/ 너의 번호를 지우며/ 좋았던 시간을 덜어내/.... 우린 여기까지 인가 봐'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너의 번호를 누를 때와 지울 때가 교차되며 이별 전후의 모습을 극명하게 대조시키죠. 설렘이 가득했던 시간이 있었고 그걸 덜어내야 하는 시간이 온 거죠. 아주 단순하지만 운율도 그렇고 가사도 좋은 것 같습니다. 작사가님 칭찬합니다.

노래의 화자는 그때를 추억하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예고도 없이 깜짝 등장했던 누군가와 나눈 뜨거운 사랑의 기억을 더듬고 있죠. 한 밤의 꿈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금에서요. 그 짧은 기억이 어찌나 강렬했던지 지금도 자꾸만 생각이 나는 거죠. 다 지나고 나서야 그리 빨리 스쳐간 것임을 알고 아쉬움이 밀려옵니다. 하지만 이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하죠.

여러분들은 노래의 화자처럼 짧은 시간에 사랑에 빠진 경험이 있으신가요? 남녀가 둘이 금사빠가 아니면 힘들겠죠?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이런 장면 자주 나오잖아요. 그만큼 현실 세계에서는 벌어지기 쉽지 않은 일일 겁니다. 이성의 영역보다는 감성의 영역이 아주 잘 발달해야 가능한 것은 아닐는지. 드물다는 것이지 전혀 없다는 말은 아니니 외국 여행이라도 나가시면 주변을 좀 두리번거려 보세요. 하하하.

인생에서 한 번쯤은 의도적으로 사랑을 찾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우연처럼 사랑이 찾아오는 경험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별의 아픔이 배가 되는 것이 흠이지만. 저도 다음 세상에 태어나면 (안 태어나고 싶지만) 외국인과 사랑이나 결혼을 해 보는 것을 상상해 보면서 오늘은 이것으로 마칩니다.


PS. 제가 세어보니 오늘로 <가사실종사건>이라는 주제로 45곡을 다뤘네요. 한 달 반이라는 시간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브런치한 제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고 그 브런치를 다 읽어주신 여러분들에게도 동시에 박수를 보냅니다. 대단들 하십니다. 하하하. 100곡까지는 고고씽 하겠습니다. 차에서 내리지 마시고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보내세요. See you. Coming Soon~  (NO.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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