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사/작곡 장공장장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박지현'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vEeqy442Kd8?si=InUbMUbUHGaMuzaq
녹아요 녹아 버려요
어떻게 이럴 수 있나
반짝거리는 당신만 보여
내 마음 녹아 버려요
- 박지현의 <녹아 버려요> 가사 중 -
박지현은 2023년 데뷔했습니다. 학창 시절 아이돌을 꿈꾸웠으나 부모님 반대로 좌절되고 어머니 가게인 수산업을 돕다가 <미스터트롯2>에 참가하여 2위를 차지하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시원시원한 목소리와 아이돌 뺨치는 키로 보여주는 몸사위에 팬들이 열광했죠.
오늘 소개할 곡은 그의 두 번째 싱글입니다. 올해 6월에 발매되었습니다. 워낙 다른 가수들 노래를 커버하는지라 본인 곡을 이렇게 냈는지도 몰랐네요. 하하하. 제목은 좀 촌스러운 감이 있지만 노래를 잘 만들기도 했고 소화를 꽤나 잘한 곡이지 않나 싶네요. 이 곡의 작사, 작곡자가 장공장인데요. 찾아보니 트로트가수 장윤정 씨가 요즘 노래를 만들어서 히트시키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더라고요. 팔방미인 같으니라고.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했는데요. 기회가 되면 중국어 버전으로 트로트 불러서 대륙 진출을 꿈꿔봤으면 합니다. 아직 젊고 시간이 충분해서 잘만 준비하면 꽤나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되네요.
최근에는 <나혼자산다>에 나와서 너무나 일반인다운 모습을 비추며 인지도와 호감도를 끓어올리고 있는 중입니다. 박나래와 같은 목포 출신으로 목포 남매 콘셉트로 나오죠. 일에 지장을 줄까봐 연애도 사양한다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연애도 하고 일도 하는 걸 추천합니다. 하하하. 그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 보죠.
자. 본업인 가사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녹아 버려요'입니다. 아이스크림이 뜨거운 태양에 녹아 버리는 모습이 생각나는데요. 이 노래에서는 달콤한 사랑을 꿈꾸고 있는 화자가 상대가 보낸 눈빛에 마음이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버린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네요.
'알면서 모른척하나/ 듣고도 모른척하나/ 반짝거리는 당신만 보여/ 이렇게 애만 타는데' 부분입니다. 화자는 누군가에 푹 빠져 버렸습니다.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그 사람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상대는 이런 화자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반응이 전혀 없는 상태죠. 그래서 속만 끓이고 있는듯요.
'요동치는 내 심장을 어떡하라구/ 파도치는 내 마음을 어떡하라구/ 다른 건 바라지도 않을 테니까/ 한 번만 웃어 주세요' 부분입니다. 자꾸자꾸 상대의 생각이 커져버리는 화자입니다. 이제 막을래야 막을 수가 없는 수준이 되어버렸죠. 하지만 상대는 전혀 다른 온도라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양심적으로 자신을 향해 한 번만 웃어달라고 타협을 하게 되죠. 하하하.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녹아요 녹아 버려요/ 어떻게 이럴 수 있나/ 반짝거리는 당신만 보여/ 내 마음 녹아 버려요'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상대가 화자를 향해 활짝 웃어준 것이 아니라 그렇다고 상상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마음이 얼음 녹듯이 할 거라 말하죠. 한 번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은 다시 아이스크림 형태로 되돌리긴 힘들죠. 사랑에 흠뿍 빠져버린 화자는 과연 어떻게 되려나요?
음. 오늘은 '알면서 모른척하나/ 듣고도 모른척하나'에서 '척'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척은 그럴듯하게 꾸미는 거짓 태도나 모양을 나타냅니다. 이 노래에서 상대는 척하는 상태는 아닌 듯 한데, 화자 입장에서는 관심이 있는데 없는 척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유익하기에 그리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우린 살면서 본의 아니게 척하는 행동을 많이 하게 되죠. 자신의 본심과는 다르게 그 상황에 맞는 행동을 만들어서 보여주는 것이 일상화되었다고 할까요. 예전에 일본 사람들이 고객들을 보고 90도로 인사하고 귀찮게 해도 짜증 하나 얼굴에 드러내지 않고 응대하는 것을 보며 진짜 마음도 그런 것인지 하는 의문을 제기했었죠. 그들도 사람인지라 짜증은 났지만 그걸 꽁꽁 감추고 상냥하게 대했던 것이죠. 그래서 일본말에 '혼메'라는 말이 주목받았는데, 감추고 있는 진심을 부르는 말이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오늘 하루 얼마나 많은 연기를 하셨나요? 지구라는 곳은 무대이고요. 그 지구 위에 사는 우리는 모두 적지 않게 연기를 하며 삽니다. 특히 타인이 함께 있는 공간에서 이런 연기력이 두드러지죠. 가까운 사이일수록 척을 안하고 진실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요. 반대로 사회에서 만난 비즈니스 관계에서는 척의 단계가 급격히 올라가기도 하죠. 물론 그런 걸 귀신같이 알아보는 안목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요.
척은 어쨌거나 저쨌거나 들키지 않고 싶은 진실을 숨기는 행위입니다. 다분히 의도적이죠. 그 의도를 통해 분위기를 깨지 않는다던지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한다든지 뭐 이런 목적이 있을 겁니다. 이런 척이 너무 과하면 빈수레가 요란하듯 금세 탄로가 나기도 합니다. 허세 작렬하는 상황이 펼쳐지니까 단박에 알아 봅니다.
보통은 능수능난하게 척해야 하는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을 구분하죠. 혼자 있거나 편안 사람들과 있을 때는 척을 땅바닥 언저리에 내놓고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 바로 주어서 척을 시작합니다. 굳이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사람인데도 의식을 하고 살고 그럽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 특히 충청도 사람들에겐 3번 정도 물어봐야 진심을 알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한번만 물어보고 상을 물리면 야박하다 한다죠. 괜찮어유, 괜찮어요. 그럼 차린 김에 한 번 먹어 보까 뭐 이런 순서라는 거죠. 실제 마음은 그런데도 상대의 제안을 덮썩 물어보리면 점잖지 못하다는 인식이 있는 듯 합니다.
여러분들은 척하는 사람을 만나면 어떠세요? 겉다르고 속다르다고 생각하시나요? 척은 주로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는데, 그 사람의 진심을 알게 되는 순간 겉모습에서 받은 인상과 너무 벌어지면 배신감 비스무레한 감정을 느끼기도 하죠. 척이라도 안 했으면 이렇게 얄밉진 않았을텐데도 말이죠.
저도 그런 인물들을 몇 몇 부딪히면서 다른 사람들은 다 눈치를 챘는데 왜 맨날 저러나하고 의문을 품었던 적이 있습니다. 척도 나름 연기고 노력이 필요할텐데 그 어렵다는 걸 저리도 주구장창하는 그 사람들 말이죠. 절반만 먹혀도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척은 속빈 강정을 연상시킵니다. 불가피하게 우린 척을 하고 살지만 우리 자신에게만큼은 척을 해선 안되겠죠. 아무도 보지 않는 나만의 공간에서조차 척을 끓어안고 사는 건 좀 슬픕니다. 좋은 모습이든 나쁜 모습이든 다 자신의 모습인데 나쁜 건 버리고 좋은 것만 보려고 애쓰는 것은 옳지 않죠.
척이 많이 가장 통용되는 곳이 바로 결혼정보업체로 대변되는 소개팅 같은 곳이 아닐까 싶은데요. 모두가 자신을 실제 모습보다 돋보여서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척을 합니다. 나도 척하고 너도 척하고 만나는 곳이죠. 그런데 흔히들 자신의 척은 들키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상대의 척은 본인이 귀신같이 알아볼 수 있다 믿죠. 그래서 결혼하고 나서 이럴 줄 몰랐다며 넋두리를 하기도 합니다.
모두가 자신 고유의 색깔과 스타일로 살면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 같은데, 경젱과 타툼이 있는 시장에 놓여지면 자신을 감추고 척의 자세로 임하게 되죠. 지천에 일자리가 널려 있는데 굳이 자신을 포장할 필요가 있을까요? 너무 경쟁률이 높이니 척을 하게 되는 거겠죠.
척을 할 땐 발각이 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애초에 하지 않는 편이 낫죠. 똑똑한 척을 하는데 누가봐도 안 똑똑해 보인다면 안 똑똑한 게 문제가 아니라 척한게 문제가 되죠. 신뢰가 깨지고 불신이 싹트기 좋은 환경을 제공합니다. 그러리 척하려면 자연스러운 연기가 탑재되어야 하죠.
우리 각자는 다양한 캐릭터를 지니고 있습니다. 만약 직장인이라면 직장으로서 갖추어야 하는 고유의 캐릭터를 갖추고 있죠. 그 캐릭터에는 다양한 척의 모습이 담겨 있을 겁니다. 척이 필요한 시공간에서는 그리 하시고요. 척이 굳이 필요하지 않는 시공간에서는 빨리 본연의 모습으로 회귀해야 합니다. 그게 엉키면 진짜 자신의 모습을 잃을 수 있거든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처럼 가짜가 진짜 행세를 하게 될 수 있죠.
척이 많은 세상은 아름답지 않습니다. 모두가 진짜 마음을 숨기고 껍데기로 살아가는 세상이니까요. 이성간에도 어느 정도의 척은 귀엽게 봐 줄 수 있지만 너무 지나치면 도도하다고 생각해서 접근을 하기를 꺼리죠. 그래서 허우대 멀쩡한데 이상하게 연이 없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이론.
척의 유용성도 있습니다. 누군가가 난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지퍼를 안 닫았거나 얼굴에 밥풀이 묻어 있을 때 지적하지 않고 태연한 척 하는 것은 바람직하죠. 하하하. 위급한 상황에서도 놀라지 않은 척 담대하게 행동하는 척하는 것은 주변 사람들을 진정시키는데 도움을 주기도 하고요.
척을 통해 자신을 꾸미는 것보단 이처럼 타인을 배려하는 척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척은 탄로가 나면 끝장이지만 타인을 위한 척은 밝혀져도 상대가 고마움을 느낄 겁니다. 아무튼 오늘도 척하느냐 수고하신 여러분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바쁜 척 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납니다. 뭐가 그리 바쁘지하고 몇 몇을 작정하고 관찰한 적도 있죠. 열의 아홉은 진짜 바쁘진 않더군요. 하하하. 본인이 가치 있어 보이려고 그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것이겠죠. 그런다고 월급 더 받는 것도 아닐텐데요. 대표적인 자신을 향한 척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저는 '그렇죠. 참 일이 많으신 것 같은데 잘 진행하시는 듯요'라며 타인을 향한 척을 시전하죠. 전자보단 그래도 후자가 낫지 않을까요?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