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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이의 <이런 날>

작사 김성희 작곡 김성희, 박수연

by GAVAYA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후이'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A62 EmXGvT3 k? si=ZIMPiQq-L2 YgR7 nJ

https://youtu.be/saNfqLFtClU? si=t8 Ic1 wmO5 KllPHh_

이런 날 이런 날

이런 날 안아준다면


이런 날 이런 날

숨 막히게 꼭 안아준다면


눈물이 다 마를 때까지

울어버릴 텐데


- 후이의 <이런 날> 가사 중 -




후이는 2016년 데뷔했습니다. 보이그룹 펜타콘의 리더이자 메인 보컬이죠. 본명은 이회택입니다. 프로듀싱 능력이 있어서 데뷔 앨범부터 꾸준히 작사, 작곡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편곡 실력도 꽤 있는 편입니다. 저는 그를 너튜브와 <비긴 어게인>에서 처음 접했는데요. 목소리를 듣고 범상치 않음을 느꼈죠.

2024년 처음으로 미니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곡은 2024년 JTBC 드라마 <정숙한 세일즈>의 OST로 삽입된 곡입니다. 신인 가수인 오나예 씨와 각각 남녀 버전으로 불렀습니다. 그래서 두 개를 다 들어보시라고 링크를 걸어드렸습니다. 잘했죠?

그는 몇 년 전에 <보이즈 프렌즈>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간 일이 있었는데요. 팀이 해체된 것도 아닌데 그런 자리에 나간다는 게 좀 이상했는데. 군대 다녀오고 잘 안 풀리는 자신을 채찍질하기 위해서였다고 하네요. 그래서일까요. 2년의 시간이 흐른 지점 여기저기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어 보이네요.

가성이 매력적인 가수입니다. 옥타브도 꽤 높습니다. 여자 가수들의 노래를 원키로 부를 정도라고 하네요. 헉. 노래도 되고 춤도 되고 작사, 작곡, 편곡도 되는 만능 아이돌입니다. 뮤지컬 연기도 한다고 하고요. 쉬지 않는 것이 그의 좌우명이라고 하는데 앞으로도 그는 거침없는 음악활동을 지켜봐야겠네요.


음. 본업인 가사 속으로 들어가 보시죠. 제목이 '이런 날'입니다. 이 노래에는 '이런'이 어떤 날을 의미하는지를 파헤지면 될 것 같습니다. 가사를 쭉 훓터보면 '무기력'이라는 단어가 보입니다. 오늘은 화자에게 무기력한 날인 것 같네요. 이론.

'괜찮은 척 웃어보아도/ 어깨 쭉 펴고 숨을 크게 쉬어봐도/ 작아지는 마음이 자꾸 초라하게 느껴지는 날' 부분입니다. 이런 날 있으시죠? 뭔가 좋지 않은 일을 겪었는데 티를 안 내려고 웃어보는 날이요. 혼잣말로 괜찮다는 말을 되뇌어 보지만 전혀 괜찮지 않은 그런 날 말이죠.

'담담해지려 노력해 봐도/ 슬퍼 보인단 의미 없는 한마디에/ 꼭꼭 숨겨놓았던 비밀을 들켜버린 사람처럼/ 심장이 쿵 내려앉아' 부분입니다. 노력을 한다고 해도 특유의 분위기를 감지하고 주변 사람들이 말하죠. 너 무슨 일 있니? 얼굴빛이 평소랑 좀 다른데 이렇게요. 저녁에 몰래 야식을 먹다가 들 큰 심정이죠. (비유가 적절한가 싶긴 하지만. 하하하)

'달라진 게 없는 하루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미래들도/ 끝이 보이지 않는 황량한 사막을 걷는 것처럼/ 무기력한 이유 같아' 부분입니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 길이 보이지 않는,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 딱 그 상황에 화자는 무기력을 거론합니다. 알지. 알지

이 노래의 하이라이트는 '이런 날 이런 날 이런 날 안아준다면/ 이런 날 이런 날 숨 막히게 꼭 안아준다면/ 눈물이 다 마를 때까지 울어버릴 텐데' 부분입니다. 화자는 어떤 방법을 듣고 싶은 게 아니라 그냥 위로를 받고 싶고 감정을 쏟아내고 싶을 뿐인 듯요.

'꿈꾸던 밤들과 빛나는 별들이 여전히 그대로 남아있어/ 그때의 모든 마음들이 한순간 꿈만 같아' 부분입니다. 화자가 왜 이토록 힘들어하는지를 알 수 있네요. 누군가와 헤어진 것 같죠? 임은 떠났고 꿈을 꾼 것만 같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처량한 모습만 덩그러니 남아 있고요. 흑흑흑


음. 오늘은 '무기력'에 대해 썰을 좀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전적 의미는 '어떠한 일도 감당할 수 있는 기운과 힘이 없음'입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꽤나 자주 찾아오는 감정 중 하나입니다. 저도 올해 한 번 진하게 겪었더랬죠. 처음엔 뭔가 정체 모를 놈이 내 몸에 들어와서 휘젓고 다니길래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시간이 흘러도 안 나가고 버티길래 연구를 해 봤더니 그게 무력감이라는 것이더라고요.

무력감은 뭔가 사방이 다 막혀서 어디로도 갈 수 없을 때 찾아오죠. 보통 어떤 일의 결정권이 없는 경우에 무력감의 덫에 잘 걸리는 것 같습니다. 영업하는 사람에게 밖에 나가지도 말고 전화도 자주 하지 말고 실적을 올리라고 하면 팔다리 다 끊어놓고 뭘로 영업하라는 거냐 하고 말하잖아요. 이럴 때 무기력감 찾아오는 거죠.

무기력감은 참 무서운 감정입니다. 겪어 보신 분들은 아실 텐데요. 이게 기타 생활까지 전염력이 강하거든요. 부정적 감정은 느끼는 순간이나 장소를 빠져나오면 대부분은 해소가 되는데 무기력은 다른 시간과 장소까지 쭉 이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심하면 우울증으로 연결되기도 하고요.

아마도 이별 시점에는 무기력을 잘 느끼게 되죠. 내가 어찌한다고 해서 돌아선 님의 마음을 다시 찾아올 방법이 없어서입니다. 그냥 그 자리에서 떠나는 사람을 지켜보는 것 밖에 마땅히 할 수 있는 것이 없죠. 그 슬픈 감정이 하루를 갈지 이틀을 갈지 천년만년 갈지 모르는 것도 한 몫하고요.

제가 경험한 바로는 무기력은 '올바른 방법으로 일종의 성과를 내기 위한 반듯한 마음'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이별 현장으로 예를 들어 보죠. 우리가 아는 이별 현장에서의 올바른 방법은 무력이나 쌍욕을 하지 않고 정갈한 언어로 그 사람을 설득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에 대한 성과는 떠나려는 사람의 입에서 '다시 생각해 보겠다.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자. 그래 니 옆에 있는 것으로 마음을 돌릴게'죠.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요? 그 자리에서 너무 점잖게 굴면 떠나는 사람 도와주는 꼴이 됩니다. 하하하. 쌍욕도 하고 성질도 와락 내고 저주를 퍼부어야 그나마 속이 좀 개운해지죠. 이게 올바른 방법일 순 없겠지만요. 그런다고 해서 떠나는 사람이 그런 자신을 위로하겠다고 발걸음을 세우지는 않겠죠. 오히려 내가 저런 놈인 걸 알았으면 진작에 헤어졌어야 하는데 하며 내뺄 겁니다. 올바르지 않은 방법과 반듯하지 않은 마음의 조합이죠.

그런데 일반인 수준에서는 전자가 후자보다 훨씬 건강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무기력이라는 감정은 전자에게 방문한 가능성이 높죠.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야 할까요? 얼마 전에 돌아가신 개그맨 전유성 씨가 낸 '조급만 비겁하면 인생이 즐겁다'라는 제목을 떠올려 봅니다.

보통 무기력은 완벽주의자들에게 발병이 되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요. 바로 비겁해질 자신이 없는 FM 유형의 인간들을 말하죠. 방법이 없는데 그 방법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좌절을 반복하고 그러다가 무기력의 함정에 덜컥 걸려버리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상대가 혹은 세상이 나를 못 살게 굴 때 부처님, 예수님 같은 성인은 그것에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걸었기에 성인의 반열에 올랐죠. 그런데 전유성 씨의 책 제목은 일반인은 그러면 피 본다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기분 나쁘게 대하는 상대방에게 기분 나쁜 티라도 내며 살라는 거죠. 퉤퉤.

무기력한 환경을 스스로 만든 경우도 있겠지만 대다수는 주변 환경에 의해 결정됩니다. 본의 아니게 무기력을 느끼게 되는 구조인 셈이죠. 안 하려는 것이 아니라 안 되는 조건을 주고 되게 하라고 하니 무기력이 찾아오는 거 아닌가요? 개 중에 한 명이라도 되는 사례가 나오면 거봐라 되잖냐?라고 말하며 핀잔을 줄 테니지만요.

안 되는 대다수는 보이지가 않는 것일까요? 늘 그리 희박한 가능성에 목숨을 걸며 사는 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여러분. 무기력이 찾아오거들랑 좀 비겁해지세요. 여기서 비겁은 말이죠. 주어진 환경을 그냥 수용하지 말고 좀 비틀어 보라는 의미로 저는 읽습니다. '환경이 안 되면 지금 욕먹더라도 환경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지' 혹은 '이런 상황이라면 변칙이라도 써야지' 뭐 이런 자세가 요구되는 것이죠. 그냥 맞서다가는 무기력 펀치를 맞을 게 뻔하니까요.

사실 우리 인생은 무기력의 연속입니다. 태어나는 것부터가 자신의 의지가 아니니까요. 그걸 만회하기 위해 인생 전체를 걸고 기획하려 노력하죠. 생각나시죠? '피투의 존재가 시투를 하는 것' 말입니다. 그러니 무기력은 우리 삶이 지닌 하나의 무시 못할 속성인 것도 같습니다. 어찌 보면 시간이 흘러서 나이 먹는 것도 화내야 하고요. 비가 내리는 날도 화가 나야 하죠. 우리의 의지가 아니잖아요.

이런 상황에 대해 우리는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불가항력적인 것으로 상정하고 그 나름의 사는 방식을 연구하잖아요. 그러니 환경이 받쳐주지 않거들랑 내 인생에 비가 오나 보다 생각하고 하던 거 좀 내려놓고 비를 피하는 장소로 가던가 주변 우산 좀 같이 씌워달라고 해야 할 겁니다.

뭐든 노력하면 다 된다는, 이 세상에 안 되는 일은 없다는 그런 생각은 쓰레기통에 던져 버리고 약간은 비겁 모드를 탑재해 봅시다. 강한 적은 맞서는 게 아니라 피해 가는 것이 정석입니다. 저는 그렇게 빠져나왔습니다. 하하하. 오늘의 브런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과학적인 방법은 이렇습니다. 첫째, 의욕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작은 일이든 해 보기, 둘째, 햇빛 쬐기, 셋째, 작은 목표로 성취감 쌓기, 넷째 운동하기, 다섯째 SNS 등 도파민 중독 기기 피하기랍니다. 너무 식상한 느낌이 있지만 연구 결과라니 인정해 줘야겠죠. 아무리 그래도 저는 '약간은 비겁해지는 사고를 하기'가 왠지 끌리네요. 하하하. 오늘은 이만^*. See you.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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