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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VAYA Aug 23. 2023

FT아일랜드의 <사랑앓이>

작사/작곡 요시마타 료

안녕하세요?

오늘 <가사실종사건> 주인공은 'FT아일랜드'입니다.

아래 노래 들으시면서 글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https://youtu.be/RpTKCC2Z1SQ


그 사람 꼭 올 거라고

내 가슴에 해로운 거짓말을 하고

꼭 올 거라는 말은 안 했지만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사람


너무나 많이 사랑한 죄

널 너무나 많이 사랑 한 죄

난 너로 인해 그 죄로 인해

기다림을 앓고 있다고


내가 더 많이 사랑한 죄

널 너무나 많이 그리워한 죄

난 너로 인해 그 죄로 인해

눈물로 앓고 있다고 이렇게


- FT 아일랜드의 <사랑앓이> 가사 중 -




넌 그런 사람이야

눈감으면 더 잘 보이고

잊으려 지우려 하면

더 생각나는


니가 다시 돌아올거라고

나 자신에게 거짓말을 해 봐

널 기다릴 수 밖에 없는 나라서


너에게 모든 걸 걸었어

그 대가는 눈물이었어

헤어짐은 빨랐지만

잊혀짐은 왜이리 느린거야


왜 나를 그리 모질 게 대하

그렇게 멀리 떠나야 했니

날 잊고 살아갈 무정한 너


너무나 많이 사랑한 죄는

기약 없는 기다림으로

널 너무나 많이 그리워한 죄는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FT아이랜드는 'Five Treasure Island'의 약자로 우리말로 하면 '다섯개의 보물섬' 정도가 되겠네요. 어제 소개해 드린 씨엔블루와 마찬가지로 이홍기, 이재진, 최민환 등 남성으로만 구성된 3인조 밴드이죠. 밴드여서인지 일본에서 활동도 제법 했습니다.

엄밀히 말해 팝 락 밴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7년에 데뷔했고요. 데뷔 당시 평균 나이가 15.7세였다고 하네요. 음악 천재들이라 부를 만합니다.<사랑앓이>는 첫번째 정규 앨범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검색하다 보니 이 노래는 사연이 좀 있네요. 원래는 작사/작곡자가 바이브의 류제국 씨였는데, 요시마타 료라는 일본 분으로 변경되었습니다. 표절 의혹이 불거져서인데 '하늘에서 내린 1억개의 별' OST Resover라는 노래를 원곡으로 인정된 듯 합니다. 제가 한 때는 일드(일본드라마) 광이었거든요. 근데 이건 왜 몰랐지. 하하하. OST를 찾아서 들어봤는데 음원만 있고 가사는 없는 배경 음악이어서 왜 작사까지 소유자가 넘어갔는지는 모르겠네요. 아시는 분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궁금하네요.

<가사실종사건> 프로젝트를 하다보니 이런 일도 있군요. 다른 곡을 할까 하다가 나름의 교훈을 주는 듯하여 한번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노래는 좋잖아요. 전 표절을 따질 정도의 귀는 아닌지라 누가 원곡자든 이런 가사 쓴 작곡가님을 응원하겠습니다. 자 그럼 본업인 가사로 들어가 보실까요?

제목에서 보듯 아주 심한 <사랑앓이>를 표현한 곡입니다. 어느 정도 심하냐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사람인데 올거라 믿어야만 숨을 쉬며 살 수 있는 정도죠. '그 사람 꼭 올 거라고/ 내 가슴에 해로운 거짓말을 하고/ 꼭 올 거라는 말은 안 했지만/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가사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서 '해로운 거짓말'이라는 단어 선택이 저는 참 좋은데요. 일명 선의의 거짓말(White lie)과는 정반대 되게 그 결과가 자신에게 해로울 것을 알면서 하는 거짓말이죠. 왜 그랬을까요? 앞서 말씀 드린 바대로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을 만큼 처절한 사랑앓이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목숨을 다 바쳐 사랑했기에 그 열병을 다스리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노래속 화자는 본인을 '헤어짐은 빠른 사람/ 잊혀짐은 늘 더딘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있죠. 이어서 나오는 가사가 '늘 나에게만 늘 모진 사랑/ 나 혼자 앓고 있었다고'입니다. '모질다'는 마음씨가 몹씨 매섭고 독하다는 의미인데, 사랑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니 같이 아파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상대방의 모습이 끙끙 앓고 있는 본인과 너무 달라보이는 것이죠. 그래서 상대방을 '이제 날 잊고 살아갈 무정한 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노래는 노래의 화자가 상대방을 너무 사랑한 것과 더 사랑한 것이 죄라고 표현합니다. 그래서 그 죄로 인해 눈물이 범벅인 채 돌아올 것이라고는 한 가닥 희망을 가지고 기다림을 반복하는 지옥에 갇히게 되는 거죠. 이처럼 잔인한 사랑이 또 있을까 싶네요.

누군가를 사랑한 것을 죄라고 표현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죄는 벌이라는 단어와 매칭을 이룹니다. '죄 지었으면 벌 받아야지'라는 말도 있잖아요. 너무 사랑하는 죄를 지었으니 헤어진 후 그 벌을 달게 받아야 한다는 스토리 전개인데요. 그 기준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사랑을 하고 헤어지니 우린 다 범죄자가 되는군요. 범죄자들이 우글거리는 지구는 교도소나 다름 없는 건가요. 태풍으로 물고문도 시키고 바이러스라는 생화학 무기로 우리를 가스실에도 보내네요. 하하하.

죄명이 '누군가를 너무 사랑함'이고 '상대방보다 더 많이 사랑함'이라는 형량이 추가되는 상황입니다. 이 정도면 평생 그 사람만 생각하다 다른 사람은 못 만나는 종신형과 다름없어 보입니다.  법률이나 도덕, 종교적 계율까지 모든 죄의 항목을 뒤져봐도 저촉되는 부분은 당연히 없었습니다.

네. 한 번 웃음을 드리고자 해 본 말이고요. 얼마나 사랑과 이별에 가슴앓이를 했으면 본인이 벌을 받고 있다고 느낄 정도인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지요. 이런 발상 칭찬합니다. 트로트 가사 중에 '사랑이 죄인가요'라는 가사가 떠오르는데 같은 맥락이겠죠.

우리가 이처럼 사랑앓이를 하는 배경은 무엇일까요? 표면적인 이유는 누군가를 사랑했다가 헤어지는 것이겠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 보면 '급격한 환경 변화' 때문이 아닐까요? 한 방향으로 전력질주하다 그 반대편으로 방향을 돌리는 것도 힘든데 출발했던 처음의 장소로 돌아가려 하니 고통이 이루말할 수 없겠죠. 우리 삶은 가려고 했던 방향으로 가려는 관성의 영향을 받으니까요.

이사, 이직, 이별 등 물리적 환경 변화는 이처럼 심리적인 괴로움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회복에 이르기까지는 우리의 적응 기제가 안정화되기 위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죠. 그 기간 동안 겪게 되는 언발란싱(Unbalancing)한 감정이 바로 '앓이'가 아닐까요. 사람마다 그 감수성이 다르긴 하지만 사랑이라는 방향으로 길을 나선 이상 우리의 앓이는 멈추지 않을 듯 하네요.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PS. 요즘 걸그룹 노래를 엄청 듣고 있습니다. 마치 제가 10~20대로 간 것 같은 착각을 느낄 정도로요. 보컬 그룹편이 끝나는 대로 걸그룹과 보이그룹을 다뤄보려고요. 잘 안 듣던 노래를 들으니 쉽지 않습니다. 하하하. 이것도 적응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겠죠. 네 저는 지금 이상한 앓이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 노래들에 흠뻑 빠져 사랑한 적도 없는데 말이죠. 여러분들은 지금 어떤 앓이를 하고 계신가요? 편안한 밤 되시와요. See you. Coming Soon- (NO.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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